시 한잔

등산화

by 약속의 땅

문 앞에 한 켤레

낡은 등산화가 숨을 고른다.

굽은 끈이 말라붙은 땀 냄새를 안고

터진 창 밑엔

묵은 흙먼지들이 눌어붙어 있다


나는 그 신발을 신는다

한때 검고 단단했던 가죽은

비에 젖고, 해에 타고

길 없는 길을 걷다

이젠 내 발처럼 말이 없다


돌부리에 부딪혀

피멍이 든 마음을 감추며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며

그래도 또 걸었다

뒤로 물러서면 사라질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한 발, 또 한 발.

무릎이 휘청이고 허리가 저려도

등산화는 늘 내 발아래 있었다

세상이 아무 말도 걸어오지 않아도

그 신은 늘 조용히 나를 앞으로 밀었다


살아간다는 건,

때론 버텨낸 자국을

몸으로 말하는 일

바닥이 다 닳아

속살이 드러난 신발처럼

나도 이렇게 조금씩 벗겨지며

끝내 걷고 있다


어디가 끝인 줄 모르면서도

멈출 수 없어 걷는 이 길

저 먼 능선 어딘가에서

잠시라도 숨 쉴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무거운 삶의 끈을 조여 맨다

빛바랜 등산화처럼

버텨야만 살아지는 하루를 향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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