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과 자전
알람이 먼저였을까, 눈뜸이 먼저였을까
그 모호한 경계 속에서 사지를 깨운다.
한 번쯤 해가 뜨지 않아도 이해해 줄 거라며
닿지 않을 오지랖을 피워본다.
그러나 해는 가차 없는 성실함으로 나를 비춘다.
천근만근보다 무거운 출근을 둘러메고
태양의 화려한 포커스를 받는다.
한 번쯤 생업의 자전을 멈춰도 되지 않을까,
옮기지 못할 치밀한 계획을 세워보지만
식탁 위 성실한 고지서가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그래, 멈춤 없는 태양의 공전 앞에서
오늘도 괜한 트집을 피웠나 보다.
어차피 오늘의 자전은 시작될 것
삶을 향한 공전의 궤도 속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돌고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