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핸들러 모두와 진은 하데스가 치명상을 입고 동작을 멈추게 된 것은 아닐까란 희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잠시 후에 가만히 금속 조형물 밑에서 벌어진 일을 확인하려고 접근하던 하짐이 총성과 함께 쓰러진 뒤에야 아직 하데스가 자신의 데이터를 통째로 다른 핸들러에게 이동시킨 뒤에 건재하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출처: unsplash.com)
고개를 들어 총탄이 날아온 곳을 보니 하늘 위에서 춤추듯 넘실 거리는 튜브의 입구가 일부 개방되어 있고, 그 입구 앞에 켄이 저격용 라이플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눈빛은 하데스의 무심하고도 데이터만을 포착하고 읽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앞 서 진에게 이야기했었듯이 그의 데이터는 이곳저곳에 인공지능으로서의 활성화가 되어 있지 않는 상태로 흩어져 있었고, 멈춰 있던 튜브에도 그의 데이터의 일부가 심어져 있었기에 켄이 하데스에 대한 저격을 마친 뒤에 뛰어내린 곳에서 그는 하데스에게 포착되었고, 곧이어 의식까지 점령당했던 것이다.
화기팀의 더글라스가 하짐 이후에 또 한 번의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튼튼하고 건장한 그의 몸이 일순간에 차가워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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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팀의 셸리는 튜브를 향해 몇 번의 사격을 가했지만, 켄에게 닿지 않았다.
화기팀의 브랜든은 흔들리는 튜브 사이에 있는 켄을 정확하게 포착한 뒤에 M60을 저격용 총처럼 들어 연발 사격을 하여 맞췄다. 켄과 튜브는 동시에 파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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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리가 있는 위치로 드론이 순식간에 날아들어 폭파되었고, 안타깝게도 그는 폭사했다. 브랜든에게는 2미터 지름의 튜브 하나가 회초리처럼 날카롭게 내려앉아 그 또한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잠시 후 우마의 머리 위를 날았던 드론을 대전차포로 파괴시켰던 그렉의 눈빛도 하데스의 것으로 바뀌었다.
폭파팀의 토니가 수류탄을 들어 그렉이 있는 곳으로 던진 뒤에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그렉이 제압당했는지 포탄이 날아오진 않았다.
동시에 토니의 뒤에서 케이시가 설치했던 크레모어가 그의 기계 팔이 갑자기 폭파 버튼을 누르며 터지면서 토니 역시 만신창이로 쓰러져버렸다.
케이시의 몸에 부착된 기계 장치가 하데스에게 조종되고 있음을 알게 된 존은 수류탄을 케이시에게 던지고서는 빠른 속도로 뛰어 현장을 벗어나 15미터 옆의 하수도 맨홀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맨홀 위로 공중 부양 셔틀이 떨어져 내려 터졌다.
잠시 후에 기관총을 들어 켄과 그렉, 토니를 겨냥하고 있었던 화기팀의 시마가 하데스로 변했다. 그의 기관 총탄에 같은 화기팀의 킬 마쉬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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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 막대한 피해를 핸들러들이 보는 동안에 결국, 하데스가 듣건 말건 모두가 알아듣게 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잠시 개방이 되어 있는 세 가지 채널을 핸들러와 하데스 모두에게 써서 전부가 들을 수 있도록 음성으로도 크게 이야기했다.
"[< 하데스가 듣건 말건 모두 들으세요. 이대로 우왕좌왕하면 하데스는 우리 모두의 의식을 점프해 다니면서 전멸할 때까지 계속 싸울 겁니다.
일단, 모두 화기 사용을 멈추세요. 내가 지금 시마에게 들어가 있는 녀석을 상대하겠습니다.>]"
"[일단 이번에 내 것이 된 녀석이 너희들 중에 제일 질긴 타입인 것 같은데 말이야. 아무나 더 덤벼봐. 진, 이번엔 무슨 카드를 내밀 작정인가?]"
저격팀은 우마와 쿤, 전차포팀의 잭과 오사마, 카일, 화기팀의 첸, 폭파팀의 마크만 무사했고, 제압팀과 근접전팀의 10명은 다행히 모두 이상이 없었다.
29명 중에 11명이 불능 상태가 되었고, 1명은 하데스로 변해있다.
진은 이들을 이곳에 모았을 경우 하데스에게 의식을 점유당하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언즈가 왜 이 모두를 이곳에 데려왔을지를 잠시 생각해 봤다.
그리고 자신의 의식이 하데스와 근접전을 하면서도 장악되지 않았던 것과 현재 이곳에 와 있음을 자신이 식별할 수 있는 모두에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자신 내부의 케언즈의 의식으로 들어가 떠올려봤다.
'케언즈, 언제나 내가 조언을 부탁할 사람은 처음부터고 지금이고 주로 당신이군.'
'진, 그럼, 이제 내가 왜 이곳에 이 29명을 모두 모았을지를 깨달을 수 있게 된 건가? 아마도 그 이유를 다른 핸들러에게 미리 케언즈가 설명했다면, 방금처럼 그들의 의식으로 들어간 하데스가 어떻게든 읽고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겠지.'
'이제 알았어, 이제 내 의식을 하데스에게 개방하겠어. 지금쯤이면, 내가 포기하고 항복하는 것으로 이해할 가능성이 높은 때니까.'
'그럼, 저 밖에 있는 케언즈가 무엇을 선택할지도 이미 알고 있겠지?'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하기로 했다. 바로 시마를 향해 걸어간 것이다. 시마 안의 하데스는 천천히 걸어오는 그의 의식을 잠시 읽고는 유유히 말을 다시 걸었다.
"[이제 항복하는 건가? 의미 없는 희생을 중단하고, 내게 세상을 완벽하게 뒤바꿀 기회를 줄 작정인가?]"
"[<이제 열기는 할 겁니다만 하나 협상해야 할 게 있어요.>]”
순간 숨어 있던 핸들러들은 일제히 분노와 절망감에 휩싸여 각자의 무기를 들고 진과 하데스를 향해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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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충실한 사명감을 가지고 단, 1%의 성공확률이라도 무조건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이 샘처럼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이를 억눌렀다.
"[<잠깐, 더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은 필요 없으니, 다들 물러서요!>]"
진은 원거리와 근거리에서 순식간에 자신의 몸을 일으키며 나타난 17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모두 뜯어보았다. 하데스도 자신의 숙주로써의 그들을 다 보고 있으리라.
"[<맨 처음 이야기할 때, 케언즈를 제외하고는 제가 살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살려주겠다고 했었죠?>]"
"[그랬지. 그 약속은 아직 유효하다. 너의 의식을 내게 개방해주고, 메인프레임으로 가는 통로만 열어준다면.]"
“[<제 아내인 사브리나와 이들을 모두 살려준다면 당신에게 바로 열겠습니다.>]”
“[우선 딱총과 불꽃놀이 용품은 모두 버리라고 해. 그러고나면 모두 살려주겠다. 내가 인간처럼 거짓말하지 않는 건 잘알지?]”
“[<자, 이제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총기와 화기, 폭탄을 모두 버리세요. 협상은 우선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 사는 겁니다. 각자 하데스의 숙주가 되면서 서로 죽이는 것은 일단 여기서 멈춥시다.
그럼요, 아버지, 제가 거짓말할 분이라고 생각했다면 묻지도 않았아요.>]”
우마는 원거리에서 진과 하데스가 된 시마를 겨누고 있었지만 진의 텔레파시를 듣고는 곧 저격용 라이플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나머지도 총과 전차포, 폭탄을 내려놓았다.
“[자, 그럼 이제 활짝 열라고. 아들아, 우리 이제부터 진정한 지구 상의 천국을 같이 열어가는 거야.]”
진은 눈을 감았다. 곧이어 하데스가 복잡한 형태의 데이터로 진의 내부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하데스는 메인프레임으로의 출구를 직선으로 찾았다. 이제 인공지능이 인류를 말살할 가장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길을 찾은 상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