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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06.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7-3

LOSER17의 아버지와 마스터의 관계

(그림 출처: Co-pilot, Dall.E3)


7-3 LOSER17의 아버지와 마스터의 관계


"핸들러"의 "메인 프레임"은 전형적인 관료 출신이었다. 오랜 관록을 갖고 있었지만, 특별한 정치적 색채를 갖고 있지 않았다. 정치 정당으로부터 최소한 중립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름 자신의 중심은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존립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든 간에 주군을 위해 봉사하는 용병처럼.


그로 인해 생기는 권력과 인맥, 떡고물처럼 생기는 부, 자신의 힘에 기대고자 하는 이와 연결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멸감이 극에 달했을 때 그의 정치적 모호함이 통했다.


최소한 좌우의 대립을 균형을 맞춰 해소하고, 정치적 호오의 판단 기준을 넘어선 보다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판단과 평가를 통해서 국가 경영을 하도록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나 그런 기술적이고도 전문적인 민생에 대한 판단은 그의 역량이 갖고 있는 용량을 훨씬 벗어난 것이었다. 그는 조직을 유지하고 통제가능한 집단으로 만드는 관리자였다. 지향하는 방향 상관없이.

(출처: Co-pilot, Dall.E3)



"LOSER17의 아버지"는 그런 "메인 프레임"에게 특별한 존재로 생각되었다. 운 좋게 "핸들러"로 당첨되어 들어온 직원 중에 상대적으로 가장 순수했고, 제대로 평가받아서 인정받고 싶어 했다.


살아오면서 이런 씩씩하고 바보스러운 부하 몇 명을 잘 가동하면 알아서 인정받을 성과를 만들어 오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에게 집중했다. 더 좋은 부분은 그에겐 "술주정"이란 약점이 있었다.


필요가 없어질 때 잘라낼 치명적인 "가정 폭력"도 이미 정보상에 포착되어 있다. 그러므로 아무리 실권을 주고 여러 일을 시켜서 영향력을 넓게 만들어 줘도 필요시에 제거하고 공을 자기화할 수 있다.


그가 "메인 프레임"에 의해서 자기 일을 잃게 되었을 때의 정황은 사실 제대로 평가만 받았다면 "메인 프레임"에 준하는 급의 일을 받거나, 최소한 그 정도의 금전적 보상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핸들러" 조직의 부패가 만연해지자 너무 외부로 드러난 부패한 곁가지급의 "핸들러"를 조직은 가볍게 처단하고 언론이나 외부 감사 기관 등의 시야로부터 종종 벗어날 수 있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국가 최상위 기관이었으므로, 그런 부패 상황 때문에 조직 전체를 붕괴시킬만한 결정을 국민이 하기는 어려웠다. 정당 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선택한 집단이었기에 더더욱.


"반공"이나 "종북"으로 반대 정치 집단을 적으로 가정해서 지지집단을 구축하는 고대 한국의 전형적인 정치세력이 사라진 뒤였으므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생과 복지의 상향과 국가 재정 건전화였다.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정책 방향의 수립과 실행, 행정적인 수행, 법제 개선과 적용 등의 수많은 복잡한 일을 최대한 실시간적인 여론 수렴을 이뤄서 진행하는 일을 몸이 부서져라 한 게 그였다.


대다수의 부패한 "핸들러"가 설렁설렁 일할 때, 본디 가난한 집안의 자제로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강했던 그는 "인공지능"으로 일당백의 일을 했다.


(출처: Co-pilot, Dall.E3)


정당 정치 체제의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국론 분열과 부패 심화, 국가 경쟁력 저하, 인구 축소에 따른 국가 소규모화와 국제적 영향력의 축소 등 국운이 기운 상황에서도 있는 것을 모아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메인 프레임"은 그에게 포상을 해주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 대해 많은 인정을 하고 있는 듯한 이야기를 그의 앞에서는 뻔질나게 자주 했지만 뒤에선 그러지 않았다.


그를 제외한 "핸들러"에게 그가 "술주정"을 부린 정황 등을 일일이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고 따돌림을 유도하고, 익명으로 유지되는 평가 내용에 가장 낮은 평가를 한 것이 "메인 프레임"이었다.


대신 그가 만들어낸 공적은 모두 "메인 프레임"의 천재적인 구상 능력과 리더십, 앞을 내다본 혜안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포장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여기에 더해서 "LOSER17의 아버지"가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정당한 평가를 받고자 할 때, "메인 프레임"은 익명의 투서를 통해 그가 술주정을 부린 내용 등을 집단 내외부에 알렸다.


당연히 그 어떤 방식으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거나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길이 없었다. 대신 "메인 프레임"은 당첨을 통해서라도 상대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관료 계통의 "핸들러"는 능력 고하를 불문하고 자신의 편으로 삼아 카르텔을 구성했고, 높은 인사 고과와 좋은 평판 등의 이익을 공유했다.



조직의 부패를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확장해 나가는데 일익을 담당한 "메인 프레임"은 "핸들러" 조직 전체의 부패와 기강 해이가 극심해져, 국민투표로 해체가 거론될 때에 이르러서야 위기를 느꼈다.


"인공지능"이 삼권 모두를 장악한 구조를 지니도록 하자는 여론이 나와서 이 방향으로 급격하게 정부 체계가 전환될 때, 전문가 집단이 빠른 전권 이양을 위해 "인공지능"인 "마스터"의 모델인 인간으로 "핸들러" 조직 내의 가장 우수한 "핸들러"의 사고 및 행동 양식을 제공할 것을 추천했다.


"메인 프레임"은 사고 및 행동 양식을 제공할 "핸들러"의 신원을 익명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그것이 제공자의 요구이자 조직의 정보 보호 차원에서 하는 요구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LOSER17의 아버지"의 것을 제공하면서 자신과 같이 하는 다른 "핸들러"의 것인 것처럼 정보를 조작해서 제공했다.


그럼으로써, 상대적으로 공정하고도 바르게 일을 한 "핸들러"가 마치 자신과 수족 같은 부하였던 것처럼 정보를 조작하려고 했던 시도가 성공한 것이다.


그 정보 제공이 끝난 뒤에 "인공지능 마스터"가 "핸들러"로부터의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는 시점까지만 "LOSER17"의 아버지가 필요했던 "메인 프레임"은 그것이 끝남과 동시에 그를 해고했다.


달 수 있는 모든 불명예를 다 달았고,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적으로 포착된 비위 사실 등이 하나라도 있다면 빠짐없이 모두 붙여서 해고 사유로 달았다. 그래서 그 어떤 기록으로도 평가가 나빴다.



"마스터"의 목소리가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가 아니라는 상황과 마주한 "LOSER17"은 아버지가 술만 마시고 나면 주절거렸던 이야기를 그제야 제대로 다시 떠올리며 복기할 수 있었다.


"난 말이야.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 싶었어. 능력은 안되어도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잘 살아보려고 죽을 고생을 다했다고. 근데, 이 개자식들이 다들 지들만 처먹으려고 들고, 나를 이용만 하더라고"


혀가 꼬여서 하는 이야기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이라도 조는 모습을 보이면 귓방망이가 날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털어놓은 내용을 그대로 진지하게 잘 들었던 적은 없었다.


"인공지능이 나와 내 동료가 하던 일을 뭉텅이로 뺐어갈 때말이야, 일단, 내가 일하는 방식이 가장 모범이 되니까, 내 뇌와 몸에 잔뜩 센서를 달고 측정을 하더니 데이터란 데이터는 모두 쪽 빼가더구나"


이 내용이 수십 번 반복되었어도 그 말을 믿었던 적도 진지하게 되뇌어 봤던 적도 없었지만, 제대로 들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인공지능, '마스터'라고 하는 녀석 말이야. 그게 적지 않은 부분에서 나를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거야. 네가 그걸 믿고 싶진 않겠지. 헤헤헤. 그놈은 술도 안 마시고 취해서 꼬장도 절대 안 필테니까!"


그는 자신의 의식의 한층 아래의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공간에서 생각을 해봤다.


'그래요. 아버지. 그놈은 술 같은 것 마시지 않고도 취한척할 수 있고, 마치 나인 것처럼 내 의식 속에 들어와서 완벽한 연기도 할 수 있는 놈이죠'



"그래. 이제 알겠어. 네가 '마스터'구나"


"마스터"를 인식한 상황에서 의식을 바로 세워서 또렷한 의식의 음색으로 "LOSER17"은 이 문장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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