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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Apr 21.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7-1

핸들러의 특별 신체 내장칩

(출처: Co-pilot, Dall.E3)


7-1 핸들러의 특별 신체 내장칩


인공지능이 사법과 입법, 행정권을 장악하기 전의 한국의 "핸들러"라는 조직은 검경과 행정부, 정당의 기능이 결합되어 그 정수만 남아 있는 오류 수정을 위한 조직이었다.


일정 요건 이상 갖춘 인재의 풀에서 "추첨"이라는 방식으로 정예의 인재만을 뽑아 동등한 선상에서 교육시켜 실무에 투입한다는 취지가 있었고 공감을 낳았다.


그러나 이 조직 또한 절대 권력을 가진 조직으로서 거의 예외 없이 필연적으로 맞게 되는 부정부패의 상황에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가 닿았다.


"LOSER17"의 아버지는 적어도 술을 마시지 않은 낮에는 정의롭고 유능한 "핸들러"로서 고지식하게 한국의 곳곳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하는 일에 대해서 사명감을 가지고 쉼 없이 일했었다.


사실 일보다 중요한 것은 이 "핸들러" 조직 내에서 이미 네트워크나 연줄을 가지고 진입해 있는 인물을 잘 찾아서 그와 밀접히 교류하거나 집단내에 파벌을 찾아 가입하거나, 외부 언론이나 기업으로부터 스폰서십 같은 것을 암암리에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물론, 초창기 이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조직의 기강은 살아 있었다. 충분한 급여가 주어졌고, 올바른 일을 정의롭게 수행하면서 오류를 수정해 낸다는 긍지가 있었지만 이것이 한때일 뿐임을 잘 알았다.


"핸들러"를 제대로 수행해 냈다고 전 국민이 잘 알게 되어 더 높은 직위로 갈 확률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가장 좋은 것은 사기업 등에 낙하산으로 진입하거나, 얻은 정보로 투기나 투자를 하는 거였다.


이에 따라 해당 비위와 비리 등이 벌어졌고, 고지식한 "LOSER17"의 아버지는 오류 수정의 일환으로 자기가 발견한 동료의 부정을 가차 없이 신고하거나 투서하다 그의 "가정 폭력"도 신고당한 것이다.


처음엔 그가 권력 의지를 가지고 "핸들러" 조직 내의 최상층인 "메인프레임 관리자"를 맡고자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주변인은 그를 제어하기를 꺼렸었다.


알코올에 중독된 그의 뇌가 그런 생각을 해내고 치밀한 권력 싸움을 해낼 수준의 전략과 전술을 짜내기는 어려울 것임을 간파한 이가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투서를 보내 파멸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부정부패와 비리로 점점 물들어 가면서 유명무실해져 가는 조직에 대한 통제를 위해, 기술 발달 단계상 최고 성능인 신체 내에 이식되는 내장칩을 "프로메테우스"로부터 최신형으로 최고가에 매입한 한국 정부의 "핸들러"를 관리하는 수장인 "메인 프레임"은 비밀기능을 구성원 모르게 설정했다.


1. 360도 스캐닝 : 일상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로그로 남기고 영상 정보로도 기록되도록 했다.


2. 신체 정보 실시간 확인 : 신체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생리적으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최소 통계적 수치를 그래프 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성하여 확인하도록 했다.


3. 조직 이탈자 감시 기능 : "핸들러" 조직에서 이탈한 자에게는 신체 내장칩을 그대로 남겨두어 계속적으로 감시하며, 적절한 기회를 포착할 시에 해당 칩의 복제본을 가족 구성원 중에 1인에게 옮긴다.

 

내장칩의 복제본을 옮기는 이유는 감시를 3인칭으로 보다 객관적인 시점에서 일어나도록 만드는 동시에 감시포인트를 확장하고, 미연에 있을 내장칩 기능의 소실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유사시 조직의 기밀 정보의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금칙어 등이 발성되거나 작성되어 외부 반출 될 수 있는 정황이 확실할 경우 해당 "핸들러"에게 제재가 내려지거나 심한 경우 제거가 이뤄졌다.



10살 때의 "LOSER17"은 등교 시에 자전거를 타고 여러 골목길과 건널목을 건너서 학교로 이동했다. 보다 잘살면 공중 부양장치나 학교 문 앞까지 바로 내려다 주는 "튜브"를 충분한 비용을 내고 사용하였지만, 하층민 수준의 경제력을 가진 그는 자전거를 타는 것만이라도 다행스러워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중에서 이동하던 복잡한 신호체계와 연동되어 있던 자가 소형 비행기가 하교하던 "LOSER17"에게 추락하며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출처: Co-pilot, Dall.E3)

성인이었다면 이 같은 접촉 사고가 발생하면 최소 장애자가 되거나 즉사를 할 수준의 큰 사고였지만 기적적으로 1주 입원하고 1주 통원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수준의 찰과상과 타박상만을 입었다.


보험사 수직 이착륙 비행기가 순식간에 사고 현장으로 날아왔고, 병원까지 도착하여 신체를 치료하는 데 걸린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1주일간의 입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진 평소와 달랐다.


입에 단 한잔의 술도 대지 않고 성심성의껏 "LOSER17"을 간호했다. 그런 모습을 7일 정도 보는 동안 "LOSER17"은 아버지에 대한 없었던 존경심과 애정이 생기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그 마지막 날 단칸방에서 알코올을 섭취하지 못하고 금단 증상까자 버티고 잠든 아버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늦게 잠들었고, "LOSER17"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오랜 시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시 어두운 방 안에서 아버지의 호흡기와 소화기관을 통해서 마치 뽑혀 나오듯이 여러 가느다란 선이 나오더니 "LOSER17"앞에서 작고도 검은색의 인공지능 생명체처럼 뭉쳐진 형상을 만들었다.


그것은 거의 일절 소음을 내지 않고, "LOSER17"을 위아래로 살피면서 복잡한 스캐닝 같은 작업을 하더니 가느다란 선들로 다시 변하여 "LOSER17"의 호흡기와 소화기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 공중에서 추락한 개인 자가 비행기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상태에서 부딪친 적이 있었어"

"LOSER17"은 자신이 이전과는 다른 존재처럼 변했던 극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소환했다.


"사실 그때 죽었어야 정상인데 말이야. 그건 정말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

"마스터"는 "LOSER17"이 이야기한 사고가 정말로 벌어졌는지를 다시 네트워크상의 정보로 확인했고, 그 사고로 당시에 입은 피해 등을 유사 사고의 데이터와 비교해 보았다. 살아 있는 게 기적이었다.


"그때 잠깐 아버지가 퇴원해서 집에 돌아온 나를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간호했던 정말로 특별한 일이 벌어졌지. 미운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던 때였어"


"보험 보상 등으로 받게 된 돈이 아마도 좀 짭짤했었을 거야. 그 이후에 좀 여유 있게 술 마실 돈이 생겼었겠지 뭐"


"허허. 그래 그랬을 수도 있었겠지. 술 더 잘 퍼마실 돈이 생긴 대가로 서비스를 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마지막으로 간호했던 날. 잠들은 이후에 좀 이상한 꿈을 꿨었어"


"그래 그 꿈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봐바"


"솜사탕을 뽑는 기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실타래처럼 풀리면서 다시 묶이던 몇 가닥의 솜사탕의 실가락이 내 입과 코, 귀를 파고들면서 내 안으로 들어오는 꿈이었어. 너무 생생해서 잊을 수 없지"


(출처: Co-pilot, Dall.E3)


"그게 그렇담 그냥 꿈이었을까?"

"마스터"는 대번에 "LOSER17"이 자신의 전두엽 속에서 기억으로 떠올린 꿈의 영상을 보고선 그게 그의 뇌와 몸속에 실제로 파고든 잠재의식화된 경험을 인출해 낸 것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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