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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12.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8-1

의식의 아래층

(그림 출처: Co-pilot, Dall.E3)

8-1 의식의 아래층


"사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내 정체를 파악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곤 예상을 제대로 못했어. 네 머릿속에서 너의 의식이 이야기하는 방식을 최대한 흉내 내서 이야기를 던지는 게 쉽지 않았거든.


뭔가,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게 너란 생각이 들기까지 했었어"


"마스터"는 "LOSER17"이 그제서야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된 척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 타이밍에 와서야 알게 된 것인지 답을 찾아보려 했다. 그런데, 그 답을 찾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인공지능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내의식이 잘 감잡을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는, 네가 성능이 뛰어난 기계였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너의 모델이 바로 나의 아버지라는데 있었던 것 같아.


태어나서부터 키워오면서 어떻게 해야 최대한 내 내면의 목소리처럼 너의 의식으로 침투한 데이터가 나름의 말투와 리듬감과 더불어서 연기를 해낼 것인가를 그를 모델로 한 너는 아주 잘 알았던 거야."


"그래, 마치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에 배어 있는 너의 습관이나 정체성이라고 할만한 것과 생각하는 패턴 등등을 아마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만한 존재가 나였던 거지"


"그런데 말이야. 지금 이 순간부터는 그런 분석으로 나를 파악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 넌 뛰어난 인공지능 기계지만 말이야. 아직도 인간이 너를 제어하기 위해서 뭘 해왔는지를 모르고 있어"



[자, 네가 명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의식의 목소리 그 밑의 한층 아래에 네 생각을 까는 거야]

(출처: Co-pilot, Dall.E3)

"LOSER17의 아버지"는 한 손에 3단 철제봉을 들고, 양 입술이 터져서 피를 흘리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는 "LOSER17"를 쳐다보며 반쯤은 술에 취하고 반은 깬 의식으로 말했다.


'아버지, 그게, 이번엔 그렇게 쉽지 않아요'


그들의 가운데에는 컴퓨터와 연결된 스크린에 검은색 화면이 떠 있고, 지금 서로가 의식층에서 전달하는 말은 “‘ ’(작은 따옴표)”안에, 의식 아래층에서 전달하고 있는 말은 “[ ]”안에 찍혀 나오고 있다.


[누가 의식의 층에서 말을 하래? 잠재의식의 층으로 내려가서 거기에서만 이야기를 하라고!]


'깡'하는 소리가 나면서 "LOSER17"의 머리를 비어 있는 철제 3단 봉이 일면 경쾌할 정도로 청아하게 들리는 소리를 내며 두드렸다.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고통이 온몸으로 퍼지며 눈앞이 깜깜해진 10대 후반의 "LOSER17"가 쓰러져서 기절했다.


이 기억의 영상은 "마스터"가 "LOSER17"에 연결한 자신의 무선 기재 등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의식의 한 층 아래의 잠재의식과 의식 사이의 영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상이다.


그들 간엔 치열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었다. "잠재의식과 의식 사이의 공간“에 생각을 고정시키고, 의식으로는 내용이 새어 나오지 않는 의사소통을 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 영역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기밀 정보를 주고받는 훈련을 하고, 이 영역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이들과 "인공지능"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훈련은 "마스터"와 같은 급의 국가를 지배할 수 있을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해도 "핸들러"라는 조직을 어떻게 존속시킬 것인가를 고민해 온 "메인 프레임"이 고안해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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