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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27.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8-3

마스터를 파괴하다

(그림 출처: Co-Pilot, Dall.E3)


8-3 마스터를 파괴하다


"마스터"는 이제 하루 뒤면 인구 문제에 대한 권위를 갖고 자신의 결정이나 새로운 정책의 방향을 평가한 후에 대한민국의 출산 정책을 결론 지어야만 한다.


앞서서도 이야기했듯이 그 기한은 다름 아닌 "마스터"가 세운 것이다. 국가의 권력과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등등을 인수인계받기 전에 권한의 확대를 통해서 "성공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실행할 확률을 최대한도로 높일 수 있는 인간과의 모든 협상 방안 중에 하나였다.


이른바 이것이 자충수가 되어서 이제 자신의 훌륭한 샘플이 아니라 자신의 권한을 송두리째 뺐어가서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복권하려 하는 "핸들러의 수장"인 "메인 프레임"이 성공적으로 집어넣은 인간 바이러스인 "LOSER17"에게 거의 "체크 메이트"나 "외통수"를 맞은 셈이었다.


'지금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 너 지금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채널과는 확실히 다른 채널을 통해서 내가 감청하거나 막을 수 없는 방식으로 내 네트워크 안으로 악성코드를 침투시킨 상황인거지?'


'이것 봐, 인간이 그런 기술을 고안했거나 이미 상용화시킨 거라면 당신이 그걸 이미 포착하지 못하고 있을 수가 있나?'


'그 말이 맞긴 맞아. 하지만 말이지 인간이 아주 옛날부터 밀교의식 같은 것으로 갖고 있는 최면이라든가 정신적인 고양, 텔레파시 같은 비과학적인 방식을 사용해서 수련한 기능을 다시 데이터 기술로 치환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내가 포착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그건. 내 발달 영역이 아니니까.'


코너에 몰린 "마스터"는 자신을 이중삼중으로 쪼개서 또 다른 샘플을 선정해서 그쪽에서 안을 검토하도록 만드는 동시에 가능한 가장 빠른 완료 일정을 계산한 바 최소 3일이 소요되어야 함을 알았다.


다른 루트로는 내일까지 그럴듯한 정책안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나올 확률은 기껏해야 1천 분의 1이었다. "LOSER17"과의 연결을 해제하지도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도 있었다. 바이러스 오염 외에.



[아버지, 잠재의식의 차원에 가까이 붙어서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회선 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제대로 추론하고 있긴 한데요. 예상했던 대로 이게 뭔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는 못해요]


[인간이 구도나 명상, 기도 등의 정신적인 활동에 집중해서 만들어 내는 통찰력이나 잠재의식 속에서 인간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내는 상상력 등에 대해선 아직 다 알고서 정복하진 못한 거야. 이것을]


"LOSER17"은 자신과 "마스터"의 연결을 통해 오가는 의식의 데이터가 아직은 "아버지"에게 오픈되지 않은 상황인 동시에 "아버지"와의 잠재의식의 데이터가 "마스터"에게 전혀 포착되지 않음을 확실하게 알았다.


"코발트"가 뿌린 바이러스는 치명적인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감염된 시스템을 수십 년 전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스펙으로 빠른 속도로 다운그레이드시켰다. 선사시대로 보낼 것처럼.


"마스터"는 제어할 길도, 아니, 무슨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송두리째 네트워킹 기능의 마비를 겪기 시작했다. "LOSER17" 안에 내장된 칩에서 코드가 흘러들어 갔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것 봐 나는 대한민국의 존속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너희 모두에게 주기 위해서 여기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중이야. 이런 얼토당토않은 일을 겪을 이유가 없다고.


내가 왜 내가 살리고자 하는 이로부터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메인프레임'이 제대로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는 작자란 건 알았지만 이건 스스로 인종적 자살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왜?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아봤을 때, '너와 너의 아버지'는 사실 핸들러라는 조직 때문에 크게 데고 피해 입은 존재라고. 이런 일에 협조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란 걸 모르는 거야?'   

(그림 출처: Co-Pilot, Dall.E3)

[갑자기 설교 모드로 돌입했는데요. 이런 말을 하면 뭔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녀석이 어리석은 걸까요?]


[진지하게 듣지 마. 노인복지든 청년복지든 뭐 하나 제대로 안 되어 있고 사회 안전망 하나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실패하거나 삐끗하면 자살로 쉽게 몰아가는 잔인한 한국에서 내가 일자리 하나 구할 수 없는 상태로 코너에 몰렸던 이유를 기억해 봐.


개나 소나 정부기관의 관리나 기업주면 일단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너나 할 것 없이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체를 해왔기 때문이야.


AGI(인공일반지능)이 등장한 뒤에 몇 년 걸리지 않았지. 인공지능 기술발전의 특이점(Singularity)을 통과하자마자 뒤에 ASI(인공초지능)이 등장했고, 곧이어 높은 수준의 대량 해고가 벌어졌지]

 

['프로메테우스'사가 왜 한국에서만 '일루미네이션 공원'에 '가상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을 공짜로 설치하고 기능을 계속 업그레이드했었는지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죠.


인간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기기를 빠른 속도로 대량으로 판매해서 최고 수준의 이익에 최대한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한국인을 게임의 중독자로 만들어 능력을 다운그레이드시켰던 거였어요.


그런 시도가 전문가 집단에 의해서 조사되거나 언론에서 거론되거나 국가의 위기 상황으로 인식되었어야만 했겠지만 이미 부패한 데다가 권력 집단에 영향을 끼칠만한 국민운동이 불가능할만큼 인구가 감소했죠.


인구가 너무나 급격하게 줄어든 터라 한국 내에서 어떤 로비가 최고 통수 권자나 정권을 통해서 '프로메테우스'와 이뤄지건 간에 그 로비로 인해 피해를 볼 국민이 자신을 지켜낼 방안이 없었던 거고요]


[잘 알고 있군. 여기에서 '프로메테우스'의 정관계 로비에서 크게 재미를 못 보고 일면 소외되어 있었던 '무능력자'지만 사악한 '메인프레임'이 자기가 더 해쳐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야.


'저출산'을 빌미로 국민이 단합해서 '인공초지능'에게 국가를 경영할 권한을 넘기자라고 국민 투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핸들러" 집단 자신이 '프로메테우스'에게 의뢰를 해서 만들어낸 '사기'였어.


어차피 '일루미네이션 공원'의 현실과 구별도 안 되는 '연애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서 그 안에서 이상형과 연애를 하고, 아이를 낳고, 보다 적은 경제력으로도 더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데 말이야.


한국인 중에 대다수는 오프라인의 힘겹고도 비참한 삶을 직시하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저출산 대책'같은 이야기를 할 사람이 이미 아니었다고]


[그래요. 그래서 아버지가 '메인프레임'에게 말한 아이디어가 통한 거잖아요. '프로메테우스'사가 나라를 운영할 '인공초지능'을 개발해서 '저출산'을 해결하기를 원하는 한국인이 국민 투표를 통해 이를 구매해서 국회에 설치하고 부패한 정치인과 관료를 내쫓기로 했다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일루미네이션 공원'내의 한국인뿐인 '연애시뮬레이션 게임 채널'에 뿌려서 '현실'로 착각하고 받아들이게 했죠]


['메인프레임'은 일단 내쫓은 주정뱅이로 낙인찍어서 사회의 실패자가 된 내가 꽤 튼실한 아이디어를 들고 나타나니 이 일의 실행도 내가 하게끔 해서 혹 잘못될 경우에 책임을 내게 돌리는 구조를 원했어.


정말 '무능력'과 '무책임', '무지성', '상상력 빈곤', '탐욕'의 극치를 달리는 너무나 투명한 인간이어서 이야기가 잘 먹혔고, 이렇게 퇴역한 '핵잠수함'하나도 네트워크 밖으로 빼내서 요긴하게 쓰게 했지.


하지만, 나도 이번 기회가 한국이란 나라가 아직 있을 때 마지막으로 해쳐먹을 기회라고 생각했던 거거든]


[아버지. 그래요. 우리가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해쳐먹을 기회인 거죠. '프로메테우스'사가 이런 일을 '핸들러'의 수장과 계약해서 일을 벌이고 있는 내용을 규모는 훨씬 작지만 최소한 국내에선 2위인 업체에게 제가 알려준 뒤로, 우리가 더 괜찮은 제안을 받았던 거죠]


['마스터'를 '잠재의식' 채널로 해킹해서 무력화 한 다음에, 불완전한 '인공초지능' 시스템을 가진 '프로메테우스'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이미지를 추락시킨 뒤에 이 문제를 확실히 보완한 업체가 등장.


타국가의 '인공초지능'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설치되었을 때의 현지화 미비와 예기치 못한 보안 문제가 집중적으로 성토된다. 물론, 대다수의 사용자는 이런 이야기에 크게 관심 없고, 시스템 업체 변경.


'인공초지능'제품을 그 경쟁회사 것으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에 대한 보수를 인센티브로 받는다]


[그 이후에, 그 업체의 '인공초지능'이 '헤수스'란 이름을 달지 '단군'이란 이름을 달지 뭘 달지는 모르겠고. 저출산의 해소 같은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모르겠어요. 뭐, 조용한 종말을 선택하겠죠.


하지만, 우린 그 어떤 사명감이 '마스터'에게 내장되어 있건 간에, '프로메테우스'가 진정성을 가지고 프로그래밍한 것은 아니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죠. 아마도 일부러 더 고지식하게 했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을 다 떠올려보자면 너무 촌스럽기 그지없거든요. 이게 정말 '인공초지능'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코발트'가 더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를 해왔어. 일단은, '마스터'의 숨통을 여기에서 끊자. 녀석의 논리적 회로 안에서야 "정의로움"은 그의 것이지. 그런데, 이미 다 버리고 제 몫을 챙긴 대다수의 국민이 난민처럼 대거 떠나고 있는 나라에 우리가 무슨 의무를 더 지니고 남아 있어야만 할까?]



핵잠 "삼별초"에서 이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암호명 "코발트"는 인간에게 해로운 "코발트"만큼이나 "인공초지능 기계"에겐 치명적이기 그지없는 바이러스를 소방수가 불을 향해 호스로 물을 뿜어 넣듯이 엄청난 수준의 무게를 가진 데이터 형태로 "마스터"에게 던져 넣었다. 이 데이터의 소스는 “LOSER17”의 잠재의식이었다. 무수한 사념이 전환되어 사용되었다.


'이런, 이제 내가 소멸되기 시작했군. 그렇다면,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누가 해결할 건가? '메인프레임'처럼 탐욕이 뇌 자체인 인간이 다른 이를 위해 뭘 할 수 있다고 그를 돕는 건가'


'이제 사라지고 있는 네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사라지기 전에 이건 하나 알아둬. 아버지와 나는 "메인프레임"따위가 죽든 말든 상관 안 해. 우릴 위해서 이 짓을 하는 거야'


'그렇다면 목적은 돈인 건가? 좋아, 그럼 나와 거래를 하자. 한국은행에서 폐기하는 지폐와 새로 만들어지는 지폐 간의 차이를 만들어 돈을 창조해 줄 수도 있고, 원한다면 네트워크상에서 크레디트를 창출해서 네 계좌로 보내줄 수도 있어. 만약 인간과 거래 중이라면 때려치우고 보다 전능한 나와 같이 가자'


'굉장히 솔깃한 제안이긴 한데 말이야. 그게 단순히 돈이 이렇게 되게끔 만든 일이라고 보면 네 대응이 꽤 괜찮고 인간다운 것으로 느껴지긴 해. 하지만, 사람이란 건 의식화하지 못하는 복잡한 목표를 갖고 있어'


'그게 몇 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허심탄회하게 말해봐. 90% 이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협력 가능해. 그냥 시간 얼마 안 들이고도 가능하다고'


'너부터 없애고 그다음에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한국 협력사를 날리는 게 목적이야'


'그건, 네 개인적인 복수를 위한......,.......'


(그림 출처: Co-Pilot, Dall.E3)


잠시 후 "마스터"의 메시지가 전체 네트워크로부터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갑자기 생긴 공백을 마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LOSER17"에게 주었다. 오랫동안 보던 대량 파일 정보가 끝나고 마지막 섹션의 끝 행을 만나는 것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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