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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10.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9-2

아버지의 결정

(그림 출처: Co-Pilot, Dall.E3)


9-2 아버지의 결정


'우리가 가질 이익은 '메인프레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여기에 더해서 아버지가 잃어버린 어머니를 되찾고 다시 명예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서 보수를 넘어선 부를 갖는 거죠.'


''메인프레임'이 그걸 막을 준비를 하나도 해놓지 않고 있었을까?'


'아버지,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야기, 무의식의 경계 채널에서 하는 이야기 이걸 감시하도록 붙여 놓은 사람이 '코발트'인 거죠? 지금 이 이야기도 화면으로 보고 있을 거고요'


'아니. 내가 타고 있는 핵잠수함의 기능적인 한계와 더불은 보안상의 이유로 내가 격리된 상태로 있는 이 방 안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영상화된 정보는 다른 공간의 화면이나 음성 기기에 나오지 않는다.


네가 뭔가를 말한 뒤에 내가 답변을 코발트로부터 확인해서 주기까지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던 이유는 '메인프레임'이 지독하게 디지털화된 정보를 신뢰하지 않는 종류의 썩은 물 같은 존재라서야.


사실 '핸들러'에는 최첨단화된 기술에 보다 익숙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더불어 일반인을 뛰어넘는 역량의 지도자가 있어야만 했지만, 어찌 된 이유인지, 가장 보수적이고 정치적인 그자가 일인자다.


각각의 기능에 집중하도록 '코발트'는 프로그래밍에 관련된 해킹과 파괴 공작에 집중하고, 나는 문맥에 맞는 대화를 나누고 '마스터'보단 약한 '인공지능'기기의 기능을 결합해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제가 묻지 않았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네요. '코발트'는 암호명이라고 들었었죠. 그런데 그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네요. 아버지가 다룰 수 있는 인공지능 중에 하나인가요?'


'그렇게 범주화해도 사실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크게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지만 '코발트'는 사실 나의 분신이자 '바이오 컴퓨팅'으로 만들어진 내가 가진 폭력성이 극대화되어서 지능화된 '안드로이드'다. '바이오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개발되면서 특정인 내의 특정 기능을 극대할 수 있게 된 거야.'


'놀랍네요. 아버지. 그렇다면 이제부터 아버지가 다룰 수 있는 모든 인공지능 기기와 더불어 '코발트'가 가진 해킹 능력 등을 동원하면 '메인프레임'을 꼼짝 못 하게 만들면서 '마스터'노릇을 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메인프레임'이란 인간을 그저 그 자체로 평가하자면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여러 이기주의자 중에 한 명에 불과하지만, 그 인간이 왜 "핸들러"의 수장까지 할 수 있었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돼.


같이 일하면서 나도 여러 차례 무시를 할 수 있는 부분이 혹시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 실험도 하고 약점도 파헤쳐봤는데, 무시무시한 특이점 하나를 발견하고는 거부 없이 시키는 대로 일해왔었다.'


'혹시, 자신의 정보가 외부로 나갈 수 없게끔 차단되어 있는, 이 시대엔 매우 드물어진 보안 기능을 가진 상태의 고위급 관료이자 정치가인 것이 그가 가진 가장 가공할만한 장점이란 얘기인 건가요?'


'이거 누구 아들이라고 머리가 팽팽하게 잘 돌아가는구나. 정치인이 되거나 관료가 되었을 때, 최대한 부패해지는 것을 막고, 이적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 대다수 신체에 연결된 내장칩은 일정 등급 이상의 공인이 열람하듯 볼 수 있는 데이터 베이스가 투명하게 제공되어 온 지 수십 년 되었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해진 뒤로는 이념논쟁이니 색깔논쟁이니 뇌물이니 뒷돈이니 하는 문제가 거의 사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어졌어. 다만, 공식화된 채널을 통해서 정성적인 내용은 가려지더라도 투명하게 금전적 정보는 공개되는 공식화된 로비만이 정부와 관련된 네트워크 등에서 허용될 수 있지.


이게 가능해진 시점에서 누구도 친북이 어떻고 친일이 어떻고, 뒷돈을 받았네, 지 이익밖에 안 챙기네 등의 색깔론과 이전투구를 기반으로 하는 내용을 굳이 공격 삼아 서로에게 할 이유가 없어졌어.


그건 대다수가 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의식화되어서 공개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아님 말구식의 인신공격이 가능하지도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은 시대를 끌고 왔지. 그 시대에 들어가는 것을 극구 거부한 '러다이트 운동 조직'과도 같은 '과학문명불신' 집단의 영향력 있는 일원이 '메인프레임'이야.'


'그렇다면 그에겐 내장칩도 없고, 그의 의식 속의 정치적 성향이나 공과 사의 관리 기준 등의 정보를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나 인공지능이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네요. 곧, 비밀스러운 일을 맡을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고, 정보 보안 등급이 높은 이와 친밀한 관계 맺기 좋을 거고요.'


'그런데, 장점은 거의 대부분 이에 상응하는 단점을 갖고 있는 경우가 꽤 많아. 그는 자신 밑의 충성스러운 부하가 투명하게 보고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이 시대에 유통되는 정보와 지식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느릿하게 정확한 정보를 지향하는 탓에 역설적으로 더 틀리게 돼.'  


(출처: Co-Pilot, Dall.E3)


'아버지,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이 그의 단점이 제대로 노출되는 타이밍인 거네요. 아버지가 '마스터'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있음을 보고하는 동시에 '마스터'노릇을 해도 그가 제일 늦게 알 거니까요.'


'그래. 그건 맞아. 하지만 '마스터'에게 명령을 내리고 그의 능력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인물이 이름이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는 관료 중에 있어. 그가 '메인프레임'과 굉장히 밀접한 인물이기도 해.


그의 정보나 생각, 성향 등은 검색하면 대부분 투명한 상태로 드러나겠지만, '메인프레임'이 그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거고 어떤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우리는 잘 알 수가 없어.'


'역으로 당하게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군요. '마스터' 행세를 하다가 이런 인물에게 정체가 발각될 경우 맹렬하게 '메인프레임'의 공격을 당하게 될 확률이 작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 포기할까요?'


 '내가 우려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는 포기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야. 이런 위험을 피할 방법을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지. 아니, 내가 생각하는 위험 회피 방안이 설득력 있는지 확인 좀 하자'


'이야기하세요. 제 의견이 어떤 것일지는 이미 잘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


'일단, 10분 뒤에 발표장에 등장할 휴머노이드와 내 의식 채널이 연결되게끔 할 때, 대국민 발표 등의 현장에서 나왔던 톤 그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지난 수년간 '마스터'의 오디오 및 비주얼 정보를 모두 모아서 편집해서 '마스터'가 말하는 것처럼 송출할 거고 출산율 제고 방안을 이야기할 거야.'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그게 가능할 수가 있는 건가요? 대단하세요'


''마스터'를 '코발트'를 가동해서 데이터를 파괴하는 중에 이미 어느 정도 만들어갔던 방안의 핵심을 요약해서 남겨 놨어. 이상적인 아이디어 수준일 뿐 실행 가능성은 낮은 안이지만 그럴듯하지.


'마스터'가 네가 자신을 해킹하러 들어온 적으로 발견하고 국가 보안을 위한 조치로 소멸시켰음을 증명하는 영상을 네 장기를 살려서 발표 시간 중에 내게 전송해 줘. 띄워서 설명하게.


나는 그저 '마스터'가 네 의식의 정보를 통해서 포착한 대로 구제받을 길이 없는 "알코올 중독자"에 "편도체" 이상으로 인한 "분노조절장애자'로 등장하고, 너를 협박하고 통제해서 말을 듣게 만든 자로 나오지. 너는 '마스터'에게 네 아버지의 압박으로 인해 '마스터'를 배신하려다 들키게 된거야.'


'잠시만요. 이러다간 아버지는 국가 반역죄나 내란죄 같은 걸로 처벌받게 될 수 있어요'


'그게 바라는 바인 거야. 일단, 내가 '마스터'가 되면 나 같은 대역죄인을 잡아들이는 중차대한 역할도 나 자신, 곧, '마스터'가 할 수 있게 되겠지.


홀로그램으로 '마스터'를 구현해 봐야 임팩트가 없을 테니, '마스터'의 체포 명령으로 전자 영장을 받아서 잡혀가는 '나'를 홀로그램으로 구현해 내는 거야. 이게 대내외적으로 살포되는 기사가 돼'


'잠깐만요. 그렇게 잡혀가면 '메인프레임'은 어떻게 나올까요?'


(출처: Co-Pilot, Dall.E3)


'여기서부턴 내가 아는 것인데. 나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뒤로 빠질 거야. 그걸 위해서 이 핵잠이 내게 주어진 거야. 이건 국가의 군사 폐기물 재생 및 폐기 목록에서 빠져나온 것인데, 이걸 원래 "핸들러"일 할 때부터 내가 잘 알고 있다가 빼돌렸다는 증언도 하겠지.


청문회나 특검 같은 것으로 그에게 수사 탐방 탐문이 진행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이미 빽빽한 데이터 베이스로 잘 갖춰져 있어. 그를 '임금님은 당나귀 귀!'같은 동화처럼 감정적인 쓰레기통 등으로 사용하면서 만나게 된 실권자, 언론인 등은 그런 경우 전적으로 그를 보호해 주려고 애를 쓸 거야.'


'이거 꽤 스토리 괜찮네요. 그럼, 제가 맡을 역할은 이제 배우 모집과 홀로그램 그래픽 제작 계획 수립인가요?'


 '먼저 이 아이디어가 괜찮은지 평가부터 해줘'


'아버지 이건 평가할 필요도 없이 최고예요. 이미 제 내장칩에 아버지의 의식 채널을 무선으로 연결해서 국회의 발표 마이크와 영상 채널에 휴머노이드 "마스터"의 컴퓨터 목소리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대신 나갈 준비를 다 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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