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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l 01. 2024

연쇄 실연 17범의 고백 10-2

의식 다이빙

(그림출처: Co-Pilot PRO, ChatGPT 4o Turbo, Designer, Dall.E3)


10-2 의식 다이빙


"기분 나쁘게도 '마스터'의 목소리가 그놈 목소리와 닮은 것처럼 들리는군. 뭐, 내가 전달한 '핸들러' 표본 모델이 그 놈이었으니까 어쩔 수는 없는 거지만 오늘 이 연설을 들으려다 보니 더 기분이 나빠"


'메인프레임'은 자신도 모르게 무엇인가 절묘하게 자신이 생각하던 세상과 지금 경험하고 있는 세상 간에 굉장히 큰 간극이 벌어져 있는 듯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편도체'의 반응이라 무시하려고 했다.


그가 지금까지 오랜 세월 인공지능으로까지 권력이 넘어가는 동안 최상위 층의 권력자로서 특권을 계속 행사하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요행을 바라거나 이른바 마음의 느낌 따위에 흔들리지 않아서다.


자신에게 동물적인 감이 있다거나 남들에게 없는 민감한 촉이 있다는 등의 말을 하는 이를 제일 싫어했고 가까이 두지 않았을뿐더러 때로 그런 인물을 제거해서 불확실한 요소를 줄여나갔다.


얼핏 이런 그의 자세는 관료로서의 오랜 경력이 낳은 전문성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이성적인 사고와는 때로 전혀 딴판인 감정적인 결론을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을 때 종종 내리곤 했다.



이것을 좌지우지하는 단어는 "기분"이었다. 그걸 상하게 만드는 이는 응징을 당해야 했고, 그걸 즐겁게 해주는 이는 거의 즉각적인 보상과 더불은 특전을 받았다. 그 기분에 맞추는 이만 주변에 남았다.


"그렇지요. 정말 기분 나쁘게 들리는 목소리예요. 1년에 몇 번 들을 일이 없고, 대부분 텍스트 정보로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는 게 다행스럽긴 합니다. 알코올중독자가 지배자의 목소릴 낸다니..."


"마더 보드"는 사실 "LOSER17"의 아버지에게 자격지심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메인프레임"의 합리적이고도 이성적인 요소를 충분히 지니고도 비전이 있었고 낭만을 갖고 방향을 잡는 이라서다.


"이번에 이렇게 '마스터'를 잡는데 실패하고나니 더더욱 기분이 안 좋은데 말이야. 침몰은 안 시키더라도 원격으로 최대한 "삼별초" 내의 환경을 간신히 죽지 않을 수준으로 망가뜨려놓으라고"


"알겠습니다. 산소 수준만 기준치 이하로 내려도 치명적일 겁니다. 상대적으로 제품 신뢰도에 있어서 의구심이 있을만한 국가에서 구매해 온 제품이어서 더더욱 이 같은 조치를 은폐하기가 쉽고요.



'아들아, 방금 전까지 이야기한 저출산으로 인한 한국의 종말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한 내용을 어떻게 들었니?'


'짧았지만 전혀 위화감이 없는 충분히 진중하고 계산이 잘 되고 미래 비전이 엿보이는 연설이었어요. 잘 들었습니다. '마스터'가 사라지지 않은 상태로 밀어붙였다면 잘 될 승산이 있어 보이네요'


'내용이야 뭐 어떠했든 내가 '마스터'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니 이걸 실제로 실현해 내는 것은 힘들어.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같은 방식으로 언론에 나타나도 계속 나를 '마스터'로 인식할까야'


'계속 같은 '마스터'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단정 짓고 싶네요. 어차피 '메인프레임'이 '인공지능 지도자'의 표본 모델로 전달한 것이 아버지의 데이터이기 때문에 '마스터'의 취향이 변해서 그 원본 모델에 더 근접한 상태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거든요'


'그래 그렇게 될 거야. 아마도 내 음성이 인공지능이 아닌 그저 정말로 살아 있는 인간의 목소리처럼 들리거나 그런 파형을 지닌다고 해도, '마스터' 자신이 진화해서 그렇게 됐다고 하면 돼'


'그럼 이제 이 시간부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인공지능 마스터'가 되셨습니다. 이제 뭘 해야 할까요? 만약 저출산 해소가 '마스터'만이 해낼 수 있는 뜬 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면 그다음에 말이에요'


'이런...... 제길...... 빌어먹을 개자식'


'아버지,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메인프레임' 녀석이, 예상은 되긴 했지만, 이 잠수함으로부터 원격으로 강제해서 산소를 빼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사고라도 벌어진 것처럼 통신시스템에 에러가 벌어지면서...... 비열한 자식'

'이런 무지막지한 일을 하는 자가 그군요. 이게 말로만 듣던 '사이코 패스'인 건가요?'


'아마도 내가 죽지 않을 수준으로 낮춰서 뇌신경 등의 세포에 치명상을 입히고 살려는 두되 제대로 증언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 위험이 될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거지'


'아버지, '코발트'가 방어해 낼 방법이 없을까요? 수상으로 떠오르도록 수동으로 조작할 방법은 혹시 없나요?'


'불가능해. 이렇게 만들려고 최소 인원만 태우고 잠수함 내 구획을 구분해서 폐쇄구역 안에 나를 집어넣은 거야. 기억이나 사고를 소실시킬 만큼의 저산소 상태로 만드는 거지. 죽지 않을 정도로만'


'아버지. '마스터'의 네트워크 통로로 '메인프레임'이 하고 있는 원격 제어를 막거나 직접 공격하는 것은 어떨까요? 드론이나 기타 무인 기계를 보내서 공격을 하던지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LOSER17"은 "마스터"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유영하면서 "메인프레임"이 있는 곳의 좌표와 원격시스템의 군사 주파수 대역대를 찾으려 시도했지만 안 됐다.


'아니.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네가 '마스터'의 시스템으로 나를 보호하거나 구해내는 등의 일을 하게 되면 우리의 이 '대국민 사기'가 밝혀지게 되고, 우리가 원하는 결론으로 가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아버지는 장애인이 될 수도 있어요. 뇌기능에 치명타를 입게 되면서요. 그렇게 되면 '마스터' 노릇도 할 수 없게 되는 건 당연하고요. '마스터'의 전능한 힘으로 범죄자를 색출해서 공격한 것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내면 되지 않을까요?'


'내 생각은 이렇다. 원래는 '마스터'가 의혹의 대상이 되는 '나'를 잡아들여서 심문하게 만들고, 그걸 근거로 '메인프레임'의 세력을 확실하게 분쇄하고 무력화시키는 게 우리 계획이었지만, 이걸 바꾸자'


'우리에겐 이제 남은 시간이 없어요. 산소농도가 떨어지면 아버진 몇 분 안에 뇌에 치명상을 입는다구요!'


'그 몇 분이면 충분해'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데요?'


'내 의식을 통째로 '마스터'의 서버로 전송시키는 거야'


'네? 그런 게 기술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은 전혀 없어요'


''코발트'라는 존재가 내 의식 중에 폭력성 등을 분리해서 가져가 만든 존재란 이야기를 했잖니'


'그럼 지금 그 나머지 모두를 옮길 수 있다는 건가요?'


''메인프레임'과 그를 따르는 이는 그런 불확실한 확률을 가진 일에는 판돈을 걸지 않아. 하지만, 지금 너와 나라면 그걸 시도해봐야 하는 입장에 처한 거고, 가진 걸 모두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야'


'그게 성공하면, 아버지의 몸과 의식이 분리된다는 건데요. 그렇게 살아갈 생각이 있으신 건가요?'


'얘야. 네 엄마와 헤어진 뒤에 내게 남은 몸 따윈 사실 중요하단 생각을 오랫동안 해본 적이 없었어. 그래서 술과 담배 등으로 전보다 더 망칠 대로 망치며 살아왔지. 이 몸이 몇 년이나 갈지도 모른다'


'그럼 제가 해야 하는 게 지금 뭔가요?'


'가만히 네 의식을 비우고 내 의식이 너를 경유해서 '마스터'의 서버로 들어가는 동안 이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으면 돼.


이제 난 '코발트'가 너의 사념을 포함한 악성 코드를 '마스터'에게 전송했던 경로에 내 의식과 잠재의식 모두를 연결할 거야. 대뇌피질과 편도체가 축적해 온 의식 조각 모두가 10분 안에 '마스터'의 서버 안쪽으로 하나 남김없이 모두 다 갈 거야'


그 순간 "LOSER17"은 깨달았다. 이것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자신의 몸을 버린 상태에서 의식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 전자기적 시스템을 향해서 성공확률이 다소 희박한 다이빙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남은 카드는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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