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완벽하지 않은 부분을 찾아가 어루만지고 사랑하기의 표본
(표지 출처: Chicago Sun-Times)
이 영화는 "프라임 비디오"를 열었을 때 종종 눈에 띄는 작품이긴 했지만, 무한 루프로 연인이 똑같은 하루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뭔가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여러 작품과는 과연 다른 내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있어서 계속 보지 않았던 작품이다.
"알렉상드르 레만" 감독도 메이저급의 영화감독으로 보이기가 어렵고, 출연한 배우인 "칼리 쿠오코"와 "피트 데이비슨"도 미국 내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외모와 개성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로벌 시청자가 보기에 충분히 매력도를 갖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아무리 뒤져도 볼만한 작품이 안 나오다 보니 마치 울며 겨자 먹기식이 되어서 고르고 말았다.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을 원해서 본 것이다. 원제 "Meet Cute"도 맘에 들었다.
이 종류의 작품 중 대표작은 "사랑의 블랙홀(Groundhog Day, 1993)"이다. 마치 "배토벤"이 살아생전 만든 모든 "소나타"가 거의 모든 "소나타"의 가능한 형식을 다 사용했다라거나 "아가사 크리스티"가 만든 모든 "밀실 살인 작품"이 또한 가능한 형식을 모두 다 썼다라거나 하는 것처럼, 이 작품이 두 남녀의 사랑에 관련해서 무한히 되풀이되는 타임루프를 소재로 한 작품의 일종의 바이블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과거에 있었어도, 이보다 더 사랑받은 최근의 작품은 "어바웃 타임(2013)"이었다. 그러니 재미있는 작품이 나오지 못할 이유도 없단 생각이 들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주제면에서 다른 작품에 비해서 더욱 세련되고 차별화된 면이 있어 보인다.
또한 과거로 계속 돌아가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하루 전으로만 돌아온다고 했다가, 다시 아무 때나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가, 미래로도 갈 수 있다고 하며 "타임루프"의 설정을 멈추지 않고 계속 파괴한다. 원래 대놓고 하는 거짓말인 게 타임머신인데 뭐 어쩔 거냐란 식으로 이전까지 작품의 여러 아이디어를 희화화하는 재주를 부렸다. 계속 여자는 남자에게 타임머신 타고 왔다고 떠벌리기도 한다.
동시에 과거로 간 순간 그곳에 있는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방법을 일관성 있게, 과거의 자신을 차로 치여 죽이는 장면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기도 하는 "블랙 코미디"이면서도 잔잔한 "로맨스"를 가미한 매우 가성비 높게 만들어진 "타임루프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이야기하기엔 곤란하다 싶을 정도로 연애에 관계된 쓰린 과거의 기억을 잘 소환해 내는 편집증적인 감독 또는 각본가의 편집증적인 스토리텔링이 일면 마음속을 헤집으며 과거에 깨졌던 연애의 추억을 다시 생생하게 떠올려주는 것이 이 작품의 위험하면서도 생생한 처방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인생이 가치 없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자존감을 손상당한 여자아이가 원래 인생에 대해서 아무런 기대가 없어져서 어느 순간 죽기를 결정했을 때, 발견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과거에서 만난 남자와 "서로에 대한 연애 감정"이 생기지만 1년이 지나도록 아무리 애를 써서 돌아가 상황을 바꿔도 진도가 더 나아가지 않는다는 설정이 굉장히 사실적이었다.
그저 서로의 육체를 탐하고 원나잇하고 그냥 헤어지는 것이야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세상의 아주 흔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한눈에 반한 완벽해 보이는 사랑의 파트너와 지속가능한 사랑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내부의 믿음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은 여기저기서 쉽게 벌어지는 흔한 일이 아니다.
아주 작은 오해나 아주 작게 묻어 있는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부터 전달되어 온 기억의 영향으로 남녀 간의 사랑은 더 나아가질 못하고 종말을 맡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일은 기어코 벌어진다.
그래서 자신의 불완전함을 돌아보기보다 상대의 불완전함을 돌아보며 그저 자기 자신에게 완벽한 파트너로 상대를 만들어내고자 그의 과거의 기억까지 손을 대러 간 여자의 행동이 더 큰 파국으로 돌아올뻔한 스토리는, 쉽지 않은 남녀 관계의 깊이를 파악한 창작자들의 깊이 있는 사유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흐른다.
결코, 우리는 타인을 자기에게 완벽하게 맞게 바꿈으로써 완벽한 연인을 만나 사랑하게끔 만들지 못한다. 서로가 서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각자의 엉망진창인 부분을 껴안고 인정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를 사랑하면서 조금씩 더 나은 사랑과 더불어 인생을 더 낫게 서로가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자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강력한 메시지를 최소한 내게 남기는 데 성공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런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이긴 하지만 "왓챠 피디아"에서도 볼 수 있다. 특히나 아주 매력적이지만은 않은 외모의 두 남녀가 나와서 더욱 리얼하다.
이 내용을 본 감상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얼린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이번에도 Grok이 수고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