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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 얼려 보기

무슨 문화 침략이니 강탈이니 하는 평론과는 떨어져서 보기 바람

by Roman

(출처: Netflix)


이 작품을 보면서 사실 머릿속에 몇 마디의 문장이 생기기도 힘든 수준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의 향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행이 잘되는 이유를 설명함에 있어서 문화 침탈이 어떻고 하는 내용을 버무리지 않고는 아마 한 단락도, 전문 평론가들은, 제대로 쓰기 어려웠을 것 같다.


케이팝 컬처의 위대함이 짧지 않은 시기 동안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세상에 떠다니고 있으니 이런 위상이 높은 문화를 이 일본 제작사(소니픽처스)가 미국 유통 앱(넷플릭스)과 손잡고 마치 지네 것인 양 잘 버무려서 케이팝 팬들을 향해서 먹기 좋고 소비하기 좋은 가벼운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한창 일본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갈 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분명 미국 B급 작품인데, 어디서 무술 좀 배운 그럭저럭 생긴 백인 남자배우를 하나 기용하고, 1980년대 전후해서 "아메리칸 닌자" 시리즈가 정체불명의 닌자 적들로서 필리핀에서 채용한 현지인을 일본인인양 분장해서 연기시키고, 이에 맞서 닌자 기술로 싸우는 미국 군인을 이른바 "아메리칸 닌자"라고 해서 여러 편 만들었다.


그런 작품이 한두 개가 아니고 너무 많았다. 군데군데 일본 만화나 영화, 극화 등을 오리지널로 하는 미국 작품이 우후죽순 격으로 만들어지는 가운데, 사실 당시의 나 같은 어린이에겐 그것이 지적 재산권의 침탈로 보였다기보다는 일본 국력의 향상에 따른 미국의 일본 문화 따라 하기 현상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한국의 신비로운 무술을 사용하는 스승에게 배운 미국 경찰이 부패한 적과 싸우는 "리모"라는 작품이 나왔을 때, 나름 뿌듯함을 느꼈던 그 단순함은 아이였기 때문에 온 것이었을까? 이제 어른이 된 나는 한국 문화를 마치 지들 것처럼 갖다 쓰고 한국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일본과 미국 회사를 욕해야 할까?


그래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 여전히 와패니즘으로 불리는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추종하는 글로벌 인구와 미국의 문화 산물은 아직도 케이팝이나 한국의 문화를 베이스로 하는 작품보다 양적으로 훨씬 많다. 지적 재산권 침해에야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겠지만, 한국 문화적 소스를 잘 가져다가 세련되게 만들어서 문화적 이미지를 상향시켰다면 여기에 뿌듯함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 같다.


스포티파이 등에서 상위곡으로 오리지널 곡들이 모두 진입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하며, 보는 내내 게임 같은 이미지와 연관되고, 케이팝의 주인공이나 팬이나 일종의 주술에 감염된 이들처럼 기괴하게 보여서, 후속 게임앱 서비스의 판매나, 귀엽게 디자인된 전통 민속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호랑이와 갓쓴 눈 세개의 까치 등은 캐릭터 제품으로 잘 팔리면서 파생 수익도 생길 것 같았다.


이렇게 쌓아 올려진 이미지 위에 훨씬 더 수익성 높은 한국산 오리지널 작품을 채널도 잘 만들어진 한국산 OTT로 제대로 방영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같은 방안을 구축하기 전에 바보같이 문화적 침탈이니 하는 소릴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위축시키려는 글이나 실력행사는 많이는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이런 현상이 그나마 점점 위태해지는 케이팝의 생명력을 조금이나마 길게 해주고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 좀 해보자. AI로 전부 만들었을지도 잘 모르는 시놉시스와 적지 않은 그래픽과 케이팝 이미지가 덧씌워진 OST도 가성비 높은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거란 생각이 내내 들었다.


이 작품을 본 느낌을 하나로 그려서 얼려본다면 조금 촌스럽지만 아래와 같을 것이다. 솔직히 이 작품이 아주 세련된 작품으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의 현시점의 케이팝 컬처와 문화적 트렌드를 요령좋게 잘 팔았다는 정도의 생각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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