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집착을 강요하는 사회

인생의 성공은 집착하는 대상을 쟁취하는 데에만 있지 않다

by Roman

(표지출처: The Pulse)


"제임스 멘골드" 감독은 실패작도 성공작도 여러 편 만들어 왔다. 내가 본 작품 중에 대표적인 실패작은 "인디애나 존스_운명의 다이얼"이었다.


실패의 이유는 작품 자체가 못 만들어졌다기 보단 모든 것이 지금의 시대와 동떨어져 보이고, 주인공인 "존스 교수"를 맡는 "해리슨 포드"의 카리스마가 시들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기억에 남아서 그의 다른 작품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끔 하는 작품은 "아이덴티티(2005)"와 "로건(2017)"이다. 서스펜스와 스릴러, 반전을 이끌어 내며 관객을 끌고 가는 작가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그의 이름을 심지어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도 이미 2019년에 개봉한 "포드 V 페라리"를 그 개봉 시점부터 계속 보고 싶어 했다.


레이싱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는 남자의 가슴속 경쟁 본능과 더불은 도파민과 엔돌핀, 아드레날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끌어올리는 성격도 있었겠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 속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 회사인 "페라리"와 대량 생산 상용자동차에 집중해 온 "포드" 간에 얼핏 이뤄지지 않았을 것 같은 대결이 있었다는 실화가 흥미를 더 많이 자극했다.


그리고 두 명의 천재급의 배우 "크리스천 베일(켄 마일스 역)"과 "멧 데이먼(캐럴 셀비 역)"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이 두 명이 같이 연기를 하면 어떤 시너지가 일어날 것인가 몹시도 궁금했다.


(출처: Rolling Stone)


하지만, 보려고 할 때마다 더 나은 작품이 나타나서 흥미를 가져가 버린 지 어언 7년이 지나가 버린 것이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보다 보면 떠오르지 않았고, "탑건 매버릭"이 나온 뒤엔 너무 시대가 예전인 이 작품을 볼 마음이 나지 않았으며, "F1"의 화려한 레이싱을 보고선 볼 기분이 안났다.



그런데, 회사의 지정 연차 2일까지 포함한 긴 구정 명절을 맞아서 집의 안방에서 큰 화면의 스마트 티브이를 마주하고 홀로 남아 있는 순간이 오늘 짧지 않게 있었다. 그래서 용기를 다시 갖고 틀어봤다. 그 작품 외에 다른 작품이 딱히 마음을 끌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다 보니, 이제 회사에서의 내가 새롭게 맡게된 일인 "사전 인수합병, 전략적 기업 사냥"에 관련된 이야기가 작품의 초반에 언급이 되고 있었다.


(출처: We live Entertainment)


비즈니스계에서 1980년대에 영웅으로 불렸던 "리 아이아코카"는 "크라이슬러"를 당시 "GM"과 "포드"를 넘어서서 미국을 뒤덮은 "일본차"에 꺾이지 않는 회사로 경영하여, 경영의 귀재로 불렸었다.


그가 서브 주연 정도의 역할로 "퍼니셔"의 "프랭크 캐슬" 역으로 유명한 "존 번탈"이 1960대의 젊은 모습으로 "포드"에서 마케팅팀을 이끄는 리더로 등장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다른 극중의 인물의 모습처럼 거리감이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의 모습은 내가 지금 속해 있는 상황과 어느 정도의 연결이 되어 있었고, 좀 더 확장하자면 과잉 생산의 시대에서 이전 시대까지 유지했던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기업 인수 합병"도 시도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각종 "콘테스트"를 통해서 입증하고 이를 통해 제품 판매의 확대로 연결시키는 마케팅/홍보 활동 등의 직종에서 경험하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연 배우는 "크리스천"이 연기한 영국인 메카닉이자 레이서인 "켄"이고, 그가 자신의 뛰어난 자동차 개발 능력과 개발 차량의 성능을 최적화해서 레이싱에 운영하는 집착이 강하고도 몰입감 높은 모습이 주는 느낌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고 있다.


그와 동시에 그가 "캐럴"과 주고받는 티격태격하는 브로맨스적인 우정은 시작 부분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마무리로 유도한다. 신파로 흐르지 않도록 다소 건조하게 마무리하며 퇴장하는 "켄"과 끈끈한 사랑을 주고받는 아내 "몰리"와 아들 "피터"의 모습도 감동을 만들어낸 설정에 맞춰서 각 배우의 연기의 앙상블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실화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방식의 각색이 되어서 만들어진 "포드"와 "페라리" 간의 "르망" 경주에서 우승팀이 되어 각사가 만드는 차에 적용된 기술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스토리는 그 각각의 프레이밍을 통해서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이 핵심적인 내용을 잘 이해하고 느끼는 것이 결국 이 작품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출처: Sportscar365)



"레이싱" 장면이 주가 되기보다는 바로 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더 주안점이 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역으로 "레이싱" 장면이 시대가 1960년대를 다루는 다소 촌스럽고 오래전 시대의 장면을 되살린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F1"이나 "분노의 질주"에서 보여주는 화려한 그래픽과 속도감을 강조하는 화면과 비교해서 그 긴장감의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없어 보였다.


대량생산해서 많이 파는 것에만 주로 집중하는 전통적인 대기업의 입장이 이미 60년 전의 "포드"같은 기업에서는 얼마나 만연해 있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로부터 60여 년이나 지난 이 시대에도 대량 생산 판매에 집중하는 기업의 경영진 입장은 물론이고 사고방식과도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피지컬 AI가 등장하며, 또 다른 노동혁명이 일어나려고 하는 이 시점에 대량 분업 생산 체계의 발명가인 "헨리 포드"의 "포드사"가 소량 생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스포츠카 제품 판매를 추구하는 "엔초 페라리"의 "페라리"사와 레이싱용 자동차 생산 기술의 고저를 놓고 다투는 작품을 보게 된 것은 일면 의미심장하다.


현시대에 각광받는 대량의 로봇이 만들고 있다고 하는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과 시스템도 따지고보면 "포디즘"의 갈래이기는 하지만, 이제 인간의 노동이 단순 분업화 생산 체계에서는 보다 빨리 이탈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시대에, 같은 "F" 이니셜을 달고는 있지만 다르고도 같은 것을 추구했던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은 꽤 시사성 있는 화제를 던지고 있다. 어쩌면 지금 재개봉이 필요할지도.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국발 과잉 생산 경제의 개미지옥으로부터 출발하여 지금 와서 경쟁력을 잃게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여 대량 생산 체계하의 경쟁력을 추구하다가 그보다 큰 규모의 생산을 하는 경쟁자에게 추월당하는 위기를 이미 어느 정도 예측하고, 체질과 방향을 바꾸면서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못하고, 또한, 안 해온 수많은 경영자의 유형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서로 자존심의 게임을 하고 있는 "엔초 페라리"와 "헨리 포드 2세"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얼핏 그려지다가도 중후반부에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기술을 진화시키며, 더 나은 경지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성공시킨 새로운 세대에게 경의를 표할 줄 아는 변화에 적응이 가능한 유연한 경영자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기는 하다.


(출처: GoMechanic)


그 경영자의 관점에 자신이 실무를 하다 발견한 현실 속의 변화를 포착하면서 얻은 깨달음을 부정당하면서 그 기업 속에서 연명하며 살아온 "목소리"를 잃고 살아온 이의 삶을 감독이 포착해서 보여주고 있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대량 생산 체계 시장의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연명을 하게 된 이상, 그 경영자가 사업상의 판단으로 듣고 싶어 하지 않거나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말을 하거나, 제대로 자기 자신과 세상의 변화를 인정받고자 자기 자신의 깨달음과 능력을 너무 제대로 드러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 자신의 공적을 제대로 인정받고 드러내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사업을 만들어 성공해야만 한다는 것을 직설적이지 않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이 작품이 던지고 있다. 미국의 국민이 전세계에서 자발적 창업율이 높은 성향을 갖고 있음을 염두에 둔 메시지이지만, 다른 국민에게도 던져진다.



이 작품에서 연거푸 비극과 더불어 슬픈 결말을 맞은 유일한 인물은 "켄"뿐이다. 그리고 그의 모습은 "탑건"에서의 "매버릭", "미션 임파서블"에서의 "이단", "F1"에서의 "소니", "에어"에서의 "소니(공교롭게도 맷데이먼이 연기함)"와 같은 베테랑이자 실무자로서 추진력과 실력을 충분히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상부에서 원하는 의전과 더불어 대충 보고서로 때우고 급여를 받아 간신이 연명하는 삶에 갇혀서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화된 캐릭터다.


그들이 가득한 직장 생활 속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극장이나 OTT를 찾아보게 되었을 때, 마치 그들의 한정되고 억압된 자존감을 세워주면서 안심감과 더불은 후련함을 제공하며 위로하는 것이 "포드 V 페라리"같은 작품이 제공하는 공익이다. 여기까지가 가장 문제없이 이 작품을 소비하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업이 최고 경영진이 원하는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기술과 사업성을 만들어 내어 자기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자 하는 집착에 빠지게 된 인물이 결국에는 그 과정에서 생명을 잃게 된 실화도 같이 보여주면서 진지하게, 사업가적인 기질을 가지고, 어떤 조직에만 얽매여 사는 삶이 아닌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추구하면서 그것에 최대한 몰입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짧은 인생 속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더 지향해 마땅한 방향이 아닌가를 묻는다.


적어도 내겐 그런 메시지가 읽혔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더 속해 있는 기업 등의 조직에 더 유효한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우리가 경계하고 피해야 할 인간상으로 보이고 있는 "비비 부사장"은 기업에서 툭하면 볼 수 있는 벌어지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 대응하기보다는 최고 경영자의 심기를 기업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과잉 의전에 몰두하는 존재로서 상징화되어 있다. 그 자신 외엔 필요없는 존재다.



"비비"는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켄"의 성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막고자 애쓰는 빌런으로 나오는데, 이런 종류의 전형화된 경영자나 임원은 이제 빛의 속도로 지구상의 기업에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실화에서의 "비비"는 "헨리"와 2차 대전의 군대에서 선후임병으로서의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였고, "켄"에 대해서 유달리 불리한 조치를 하지는 않았던 인물이었다고 한다.


다만, 감독은 기업 내에서 누가 그 기업과 기업의 최고 경영자와 더불은 직원의 능력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저하시키는가를 극 중 그의 유형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제 이번 주말까지 이어진 긴 연휴가 끝나면 다시 일로 복귀하게 되고, 변함없이 나는 극 중의 군상들을 포함한 전형적이거나 비전형적인 위아래 양옆의 영양가 없는 빌런과도 일을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나도 그 같은 빌런으로 인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네 주변의 빌런을 사랑하라“.


극화 속 흥분감을 유도하기 위해 전형화되고 프레임화 된 인물은 실제의 삶에서 사실 그렇게 찾기 쉽지 않다. 인간이란 원래 빌런과 영웅을 자기 안에 모두 지닌 상황에서 현실에서 처한 환경에 맞게 자신의 생각을 벗어난 외부 영향력에도 흔들리며 실시간 변화하면서 양쪽을 오가며 다들 자신만의 현실 속에서 힘겹게 모두 투쟁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작품이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삶의 자세란, 그렇다면 자신의 안에서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스토리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야 그 인생을 최소한은 덜 고통스럽게 만들고, 가능하다면 좀 더 행복한 쪽으로 가게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찾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인생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승리만을 쫓는 삶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그 깨달음까지가 사실은 이 감독이 던지려고 한 메시지일 것이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