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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Yoonher Aug 23. 2022

 일하는 여자 VS 결혼, 육아    

EBS 다큐 출연요청


얼마 전, EBS 다큐 출연요청 메일이 왔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인터뷰를 하는데 그 중 한 명으로 나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일하는 여성이 한 둘도 아닌데 무슨 이야기를 촬영한다는 건지 의아했다.


적은 돈으로 결혼하고 혼자 유학을 감행했던 점? 대기업부터 외국계 스타트업까지 브랜드 기획과 현장 세일즈를 함께 한 점? 임신하고 홍콩에서 혼자 일한 것을 이야기 하는건가? 아님 회사 다니면서 계속 학업 병행?


일하는 여성으로서 계속 도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별할 것도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싶어하는 건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메일로 서로 적당한 시간을 정했고 통화를 하기로 했다.


몇 시간 후 다시 메일이 왔다.


"죄송합니다. 인스타를 보다가 결혼하시고 아이가 있는 것을 이제 봤습니다. 저희는 일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제작하려고 해서요." (네!?)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일에 매진하는 사람으로 보였나보다. 아무튼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여성이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에는 짊어져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나는 외국계 대기업을 다닐 때 임신을 했었다. 브랜드 런칭 시점이었다. HR 매니저(아이있는 여성)는 바쁜 와중에 임신한건 이기적이라는 망언을 대놓고 했다. 게다가 육아휴직을 처음 썼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HR 매니저는 그 후에 여러 사건으로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고.


이직 할 때마다 면접 단골 질문은

'아이는 누가 봐주나요?' 였다.

업무 특성상 브랜드 신규 런칭이 많았다. 브랜드를 책임지고 일을 많이 해야하는 자리였다.


엄밀히 질문의 의중은 이랬다.

'혹시 아이 때문에 일에 소홀하거나 야근을 못하는 건 아니죠?'


물론 회사의 걱정은 이해하고 있었다. 질문을 들을 때마다 환하게 웃으면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




일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룬다는 이야기는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서 겪는 일들이 여자가 마음껏 사회생활을 하면서 능력을 펼치는데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되는 것들이 직장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고 곧 퇴사를 고민하는 요인이 된다. 퇴근 후에 누가 아이를 픽업 할 것인가, 부부 간의 업무 분담의 이슈, 아이 정서, 발달과정에 따른 고민들, 열거하자면 끝이 없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일하는 여성들이 회원인 카페에는 수시로 '퇴사고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다. 40대까지도 쭉 이어진다.



퇴사고민이 드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남, 녀의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본질을 중심에 두고 상황을 셋팅하려고 노력했다. 일을 잘 하려면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아야 할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지? 식.


모든 것은 정답이 있다기 보다는 그 시기의 선택의 문제다. 그때그때 개인의 판단과 대처도 변한다. 육아를 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일'을 즐길 수 있었고 육아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일'의 방식 때문에 퇴사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감사한 일이었다.




OO 때문에 안되겠어가 아니라,

OO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이 생각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하게 해준다. 때로는 싸워야 하고 때로는 양보도 필요하고, 협상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잔뜩이지만.

살면서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있어서 만큼은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건전한 이기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튼 EBS 다큐에서 일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미룬 여성이야기 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가는 이야기도 다뤄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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