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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Oct 16. 2023

불타는 아이폰15에 탑재된 A17 Pro

아이폰 15가 현재 매우 순항중에 있습니다. 역시 역대급 판매량을 자랑하면서 “연예인과 아이폰 걱정은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명제가 진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명제에 아주 약간 흠집을 줄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바로 아이폰 15 발열 이슈인데요. 물론 이를 공개한 인플루언서가 중국인이라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만약 아이폰 15의 발열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제까지 별다른 발열 이슈가 보고되지 않았던 아이폰 시리즈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는 시리즈로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각인이 될 것 같은데요.          

일단 유튜브 채널 IT 더 신자님의 테스트 영상을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아이폰 15 PRO 맥스에서 최고 설정으로 원신을 20분 가량 연속 플레이 했을 경우 약 45도 정도의 온도가 측정되었다고 합니다. 더 신자님의 설명으로는 20분 연속 플레이에 45도 정도라면 불덩이는 아니고, 발열은 있지만 그래도 용인 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주 큰 문제거리는 아니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반면 주연님 같은 경우는 스로틀링 이슈를 제기하면서 발열 이슈를 꽤 비중있게 다루었습니다. 한 매체에서는 경쟁작인 갤럭시 S23과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벤치마크 스코어를 비교하며 3나노 칩인 A17프로가 4나노 칩인 스냅드래곤 8GEN 2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발열 이슈로 빗어진 A17 PRO 이슈는 근본적인 칩 성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TSMC 3나노로 만들어진 다른 칩이 없는 상태여서 비교군이 존재하지 않아 이 문제가 TSMC 3나노의 문제인지, 아니면 아이폰 15의 소재 변경으로 인하여 쿨링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인한 이슈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저는 오늘 TSMC의 3나노 공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전제로 두고 논리를 전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스마트폰 특성상 발열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AP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발열 문제가 대두 되었고, 발열 문제는 모든 스마트폰들이 어느 정도는 안고 가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컴퓨터야 워낙에 공간도 넓고, 팬도 쓰는 등 여러 발열 제어 매커니즘이 작동하여 안정적인 성능 확보가 가능하다지만 스마트폰의 경우 방수 방진을 위해 내부를 외부로부터 완벽에 가깝게 밀폐하여 분리시키기 때문에 AP로부터 발생하는 열을 방출시키는 통로가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뒷판을 통해 열기를 분산시켜 쿨링을 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열이 잘 분산될 수 있도록 베이퍼 챔버를 쓰기도 하고 뒷판에 그래파이트 필름을 붙이기도 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이폰이 전작들에서는 발열 문제가 그리 심하게 대두되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이번 아이폰 15의 발열 이슈는 여러 모로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아이폰 15에 탑재된 A17 바이오닉은 어떤 칩이며 왜 발열 이슈가 발생하는 중인지에 대해서 나름의 분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A17 바이오닉은 TSMC 3나노를 통해 양산된 최초의 칩입니다.   

     

애플은 이번 A17 AP부터 프로라는 명칭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제까지는 일련번호 뒤에 바이오닉이라는 부칭을 붙여 왔지만 이번 A17부터는 부칭을 바이오닉에서 프로로 변경하면서 차별성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A17프로는 TSMC 3나노를 통해 양산된 최초의 3나노 칩입니다. 그러므로 A17 프로의 성능을 보면 TSMC 3나노 1세대 공정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9월 12일 개최된 애플 제품 공개 행사에서 공개된 A17의 스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트랜지스터 수 190억 개(A16 바이오닉: 160억 개 대비 18.75% 증가)          

CPU코어 고성능 코 2개, 저전력 코어 4개 구성(전작과 동일)          

GPU코어 6코어(전작 5코어에서 1개 추가: 게임과 그래픽 성능 강화가 목적)          

고성능 CPU코어 클럭수가 전작 대비 10% 향상됨          

뉴럴엔진 코어 수 16개(전작과 동일, 다만 최대 연산량은 전작의 17조 번을 능가하는 35조 번으로 급상승)    

레이트레이싱 기능 탑재          

메탈 FX 업스케일링 기술: GPU와 뉴럴 엔진을 활용하여 한 단계 낮은 해상도 프레임을 생성한 후 이를 고해상도로 변환함을 통해 초당 프레임 속도를 높임        

  

TSMC 3나노라는 강력한 무기를 통해 출시된 A17 프로의 카탈로그 스펙은 그야말로 3나노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보입니다. 특히 뉴럴엔진의 연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은 애플이 AI 연산 성능 향상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생성형 AI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고 생각했던 애플은 타사 대비 하드웨어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리고, 자체 AI 연산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시류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A17 프로가 말 그대로 '프로'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카탈로그 스팩을 뽑아내고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충분히 준수한 성능을 뽑아내주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 최근 공개된 아이폰 15 프로의 벤치마크 점수는 싱글코어 2914점으로 전작 아이폰 14 프로의 2520점에 비해 약 16% 정도의 성능 향상이 있었습니다.     


멀티코어 점수는 7238점으로 전작의 6387점에 비해 13% 증가된 성능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직 경쟁사인 퀄컴이나 미디어텍에서 3나노 칩이 양산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비교군이 존재하지 않는 점은 아쉽지만 분명 전작 대비 성능 향상이 있었습니다. 또한 벤치마크 점수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여러 가지 기능적인 업그레이드를 고려한다면 A17 바이오닉이 그리 나쁜 칩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발열이라는 양념이 더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반도체에 있어서 발열은 곧 전류의 누설 내지는 전류 통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에 발열이 심해지면 반도체는 열을 식히기 위해 클럭수를 낮춥니다. 우리는 이를 스로틀링이라고 합니다. 즉 반도체의 성능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가는 발열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지금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한다는 A시리즈 AP에서 발열 이슈가 불거졌다는 것은 곧 A 시리즈가 전과 같은 전력 효율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내지는 최고 성능을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한다는 예상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왜 A17 프로에서 발열 이슈가 불거지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TSMC 3나노가 발열 제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작년을 생각해 보죠. 우리는 2022년 갤럭시 S22의 GOS 사태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때 주로 제기되었던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삼성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의 수율 문제였습니다.     



30~35% 정도 수준의 명함을 들이 밀기도 민망한 수준의 극악 수율로 고전하고 있던 삼성 파운드리의 미세공정의 수준은 스냅드래곤 8GEN 1의 발열 제어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삼성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전부터 걸어왔던 강제 성능 너프 소프트웨어인 GOS를 더욱 보수적으로 걸게 되었죠.     


그 결과 긱벤치 측으로부터 벤치마크 치팅으로 낙인찍혀 갤럭시 S가 긱벤치에서 퇴출 당하는 불명예를 안아야 했습니다. 물론 지금 A17 프로의 발열 이슈가 그렇게 심각하게 불거지고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아이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서서히 아이폰 발열 이슈가 거세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항간에서는 TSMC와 애플간의 밀월 관계가 금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섯부른 추측이 나오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전작 대비 카탈로그 스팩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고 하더라도 AP의 발열을 통제하는 데에 실패한다면 스로틀링 이슈로 인해 향상된 성능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게다가 발열 이슈는 곧 화재나 저온 화상 등 안전 이슈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빠른 해결이 시급해 보입니다.          

물론 발열이 심하게 대두되면 애플도 삼성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AP 평균 성능을 조정함을 통하여 발열 통제를 시도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애플의 유일한 AP 공급처인 TSMC의 공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세계에서 3나노를 제대로 양산 가능한 회사는 단 두 곳 뿐입니다. TSMC와 삼성 파운드리이죠. TSMC는 전 단계의 공정에서와 마찬가지로 핀펫 공정을 활용하여 3나노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트랜지스터 구조를 GAA로 변경하여 3나노 공정을 개발했죠.     



사실 TSMC의 핀펫을 활용한 3나노에 의구심이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전류 컨트롤이 잘 될 것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많았죠. 이미 5나노, 4나노에서도 누설 전류 이슈는 보고 되고 있었으니 선폭이 더 좁아진다면 누설전류에 더 취약해지지 않겠는가? 라는 인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된 게이트 구조가 바로 GAA입니다. 게이트 올 어라운드 즉 전류가 오가는 전극의 네 면을 게이트가 감싸는 구조를 채택함을 통하여 전류 통제를 더욱 원활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핀펫이 전극을 게이트 3면이 맞닿게 하는 구조라면 GAA는 게이트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나노 와이어로 구성된 전극을 게이트에 관통시키는 구조입니다. 게이트의 4면이 모두 전극과 접촉하게 되면서 전류 통제가 더욱 용이해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TSMC가 3나노에서도 GAA가 아닌 핀펫을 고집한 이유는 고객사들이 대부분 GAA가 아닌 핀펫 기반 설계에 익숙한 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EDA 툴이나 설계 방법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좀 더 미세한 공정을 전에 활용하던 설계 툴들을 활용하여 설계할 수 있으므로 고객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과 더불어 설계도 더 용이했을 것입니다. 기존에 하던 대로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실제 핀펫 3나노로 설계한 회로도를 가지고 TSMC에서 실제 제조를 해 보니 성능이 카탈로그 만큼 나오지 않는 겁니다. 아니면 카탈로그 스펙대로 성능이 구현은 되지만 발열 이슈로 인해 성능 유지를 잘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쉽게 가려고 했던 그들의 계획은 여러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이죠.          


선폭이 미세화되면서 회로들 간에 간섭이 심해짐은 물론이거니와 전류 통제가 되지 않는 역효과가 발생하는 중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전류가 새다 보니 칩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칩은 더욱 자신을 혹사하게 되고, 이는 곧 발열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이죠.          


발열 문제가 계속된다면 TSMC 3나노에 대한 불신은 커지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핀펫 진영의 팹리스들에게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설계 구조 자체를 GAA로 완전히 변경해야 되는 문제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팹리스가 설계 구조 자체를 완전히 변경하기 위해선 연구인력 확충, EDA 툴 교체, 기술개발 등 제반 비용을 모두 합쳐 배 이상의 비용이 소모된다고 합니다. 즉 팹리스는 TSMC 3나노가 발열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삼성 GAA로 갈아타든지, 아니면 TSMC와 함께 공동으로 3나노 이슈 해결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유사한 크기의 비용 지출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약 없는 TSMC 3나노 성능 개선에 매달리느니 비싼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삼성 GAA 1세대 공정으로 갈아타는 선택을 하는 회사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 회로를 돌리는 것이죠.          


그런데 일단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TSMC의 고객이 대거 삼성쪽으로 넘어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중에는 TSMC로부터의 이탈을 꿈꾸는 회사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TSMC 3나노의 발열 이슈가 꽤 길게 이어진다면 많은 이탈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TSMC 3나노 발열 이슈가 단기 이슈에 그친다면 회사들은 TSMC의 자정 능력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고객사를 TSMC에 잡아두는 또 하나의 락인 효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팹리스들은 보수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번에 확 바꾸는 결정을 하기 보다는 개선쪽에 더 무게를 두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을 내겠습니다. TSMC 3나노 발열 이슈가 단기간에 해결된다면 현재의 파운드리 헤게모니는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가 길어진다면 이탈 고객이 생길 것이고 이는 곧 삼성전자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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