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CXL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CXL이란 무엇일까요? 이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키워드 한 단어를 꼽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요. 바로 ‘연결’입니다. CXL은 연결을 위한 기술 표준입니다.
컴퓨터 시스템 내부에서 CPU나 메모리, 저장장치간의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하기 위한 연결기술이 바로 CXL입니다. COMPUTE EXPRESS LINK의 약자로 이름에서부터 연결을 표방한 기술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죠.
그렇다면 CPU와 메모리 – 저장 장치간의 연결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AI의 시대에 좀 더 신속하고 정확한 연산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프로세서와 메모리 간의 원활한 연결이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는 CPU를 중심으로 메모리, 저장장치 등의 여러 장치마다 각각의 인터페이스 즉 연결 장치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마저도 표준이 서로 달라 서로간의 통신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데이터가 오갈 때마다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았던 문제도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하드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추출하여 메모리를 거쳐 CPU까지 도달하여 연산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기술 동향은 어떻게 하면 흩어져 있는 각각의 하드웨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연산을 원활하게 할 것인가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CPU에 내장된 메모리인 캐시의 용량을 높이는 기술이라든지, 혹은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하나의 칩셋 안에 통합하는 패키징 기술이라든지 하는 기술들 말이지요.
그래서 대두된 기술이 바로 어드밴스드 패키징이죠.
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통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리적 거리를 좁힌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한계는 존재합니다.
첫째는 이종 칩의 접합이 가능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기술이 여물지 않은 상태이고 따라서 칩의 크기를 무작정 키울 수도 없습니다. 여전히 외장 칩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요즘은 AI 연산 성능을 끌어올려주는 가속기까지 등장하면서 이들과의 통합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AI, 빅데이터 등 기술발달로 인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서버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더 많고 다양한 기기가 관여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CXL 기술이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각 장치를 CXL을 통해서 연결하고 메모리를 공유함을 통해 데이터 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러 시스템 구성 요소를 모아 풀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러 장치를 CXL이라는 하나의 기술 표준으로 통합하여 전달하기에 여러 연결장치를 거쳐야만 했던 기존의 연산 방식에 비해 훨씬 효율적이고 신뢰도 높은 연산 작업이 가능해집니다.
뿐만 아닙니다. CXL은 고대역 연결을 지원합니다. 즉 프로세서에서 메모리로 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CPU에 적용된 PCIe 링크에는 ×1, ×4, ×8, ×16 등 특정 개수의 데이터 레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즉 메모리나 가속기 등 여러 구성요소들을 연결할 수 있는 통로의 개수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데이터 레인을 벗어나는 연결은 있을 수 없죠.
그런데 만약 CXL이 병행하여 적용이 된다면 엄청난 수의 메모리를 하나의 CXL로 연결시킨 후 이를 CPU와 다이렉트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물론 다른 가속기들과 메모리를 무한으로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CXL은 고대역, 저지연을 지원하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고대역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빠른 시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에 특화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죠.
다음의 그림을 참조하시면 CXL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질 것입니다.
CXL 기술이 적용된 여러 가지 칩셋들을 CXL 스위치를 통해 하나로 통합하여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이들은 각각 다른 하드웨어들이지만 CXL 연결 표준으로 통합되어 운영되므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칩셋들이 상호 충돌 없이 원활하게 각자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CXL의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요?
현재 CXL 표준은 3.0 까지 제시가 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양산 가능한 상품 형태로 출시되는 제품은 CXL 2.0 표준을 따르는 제품이 최고 사양입니다. 2019년 3월 인텔이 처음 제안한 연결 기술인 만큼 아직은 기술이 여물지 못한 초창기를 지나고 있지만 현재 CXL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기술 성숙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CXL 컨소시엄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인텔, 엔비디아, AMD, 델, 구글, IBM, MS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사회 멤버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SK 하이닉스도 컨트리뷰터 멤버로 가입이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빠른 기술개발과 적용을 위해 애쓰는 만큼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5월 CXL 2.0 표준을 지원하는 128GB CXL D램을 공개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아직 시제품 수준이긴 하지만 HBM을 통해 확보한 재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기술개발의 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을 잇는 차세대 메모리 시장으로 불리는 CXL 메모리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HBM에서 빼앗긴 주도권을 삼성쪽으로 다시 가져오겠다는 포부를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로서는 CXL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서 더 밀리면 가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SK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HBM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사활을 다했던 파운드리는 1등 쏠림 현상이 더욱 도드라지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메모리 주도권마저 SK 하이닉스에게 내준다면 삼성으로서는 전망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메모리가 계속 캐시카우의 지위를 유지해 주어야만 파운드리 기술 개발 역량도 확보할 수가 있는 것인데 메모리가 계속 죽을 쑤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파운드리에서의 경쟁력도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삼성 파운드리가 잘 되기 위해선 아이러니 하게도 메모리가 힘을 내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메모리 원툴에서 벗어나기 위해 파운드리를 시작했는데 이젠 파운드리 명맥이라도 유지하려면 메모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계속하여 펼쳐지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삼성은 CXL에서 확실한 우위에 섬을 통하여 메모리 경쟁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또한 현재 HBM 생산 역량을 2.5배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한 만큼 HBM의 뒤쳐진 상황도 빨리 타개를 해 나가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이어나갈 것인가 아니면 2000년 대 초반의 소니 꼴이나는가는 2024년 삼성의 행보가 좌우할 것 같습니다. 혁신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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