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하나가 영화 속 소품으로 등장할 때, 그것이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캐릭터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카시오의 CA53W-1, 일명 ‘계산기 시계’가 바로 그런 사례입니다.
80년대의 스마트워치
1980년대에 출시된 이 시계는 네 자리 계산기, 스톱워치, 알람, 자동 달력, LED 라이트까지 갖춘 실속형 전자시계였습니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었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학생이나 직장인에게 제격이었지요.
하지만 이 평범한 시계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은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2008년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가 이 시계를 착용했기 때문입니다. 혼돈과 광기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손목에 찬 것은 값비싼 명품이 아닌, 계산 버튼이 달린 소박한 전자시계였습니다. 바로 이 아이러니한 조합이 캐릭터의 불가해한 매력을 더욱 부각시켰고, CA53W-1을 ‘조커의 손목시계’라는 별칭과 함께 전설적인 아이템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시계는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합니다. 「백 투 더 퓨처 II & III」에서는 마티 맥플라이의 손목에 채워져 미래적 상상력과 디지털 감성을 상징했으며, 「브레이킹 배드」의 월터 화이트 역시 교사 시절에 이 시계를 착용했습니다. 평범한 화학 교사의 모습에 잘 어울렸고, 이후 권력을 쥐며 고급 시계로 교체하는 과정은 그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최근에는 드라마 「Twisted Metal」에서도 다시 등장하며 시대를 넘어 여전히 소품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CA53W-1은 단순한 전자시계가 아니라,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 시대와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화려한 명품이 아니더라도, 때로는 소박한 플라스틱 시계가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시계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조커의 손목시계’라는 이름과 함께 기억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러닝할 때 애플워치 대신 더 가벼운 이 시계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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