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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의 시계는 왜 폭발하지 않았는가

미션임파서블 시계 DW-290

by 경제를 말하다

1996년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는 ‘이단 헌트’라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그가 뛰고, 구르고, 총을 쏘며, 폭발 속을 통과하는 장면은 기억하실 겁니다. 많은 것들이 그 장면 속에서 부서지고 사라졌지만, 그의 손목에 채워진 전자시계만큼은 끝까지 살아남았습니다. 그 시계는 바로 카시오 DW-29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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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시계는 끝내 망가지지 않았을까요. DW-290은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갖춘 시계는 아닙니다. 레진 소재의 케이스, 200미터 방수, EL 백라이트, 그리고 아날로그적 침묵. 그저 묵묵히 시간을 보여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조용한 태도는 오히려 묘하게 신뢰를 줍니다.


이 시계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기능이 넘쳐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시간의 무게를 견디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그저 영화 속 소품 하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시계를 보며 하나의 상징을 읽습니다. 그것은 말없이 당신을 버티게 해주는 기계, 혹은 우리가 점점 잊어가고 있는 ‘신뢰’라는 감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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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290은 지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가격만 보면 아주 소박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오히려 그 시계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계는 고급스러움이나 권위를 팔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을 정확히 말해주는 성실함, 그리고 자신이 어떤 물건인지 분명히 아는 태도만이 있을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고가의 시계를 찾습니다. 브랜드를 사고, 스펙을 비교하며, 기술의 정수를 착용합니다. 하지만 제 시선은 이 전자시계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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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헌트처럼 우리는 매일 어떤 미션을 수행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날은 뛰고, 어떤 날은 숨고, 어떤 날은 무너집니다. 그런 하루의 손목 위에서, DW-290은 조용히 시간을 알려줍니다. 그건 어쩌면 “괜찮다”는 무언의 위로일 수도 있고, 혹은 “지금도 살아 있다”는 작은 선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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