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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장 사람들은 가치에 지불하지 않아요

People don't pay for value

by 도서출판 야자수


'됐어!'


희망이란 건 참 대단한 것이다. 그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의 눈이 순간 반짝여보였으니까.

어차피 저자세를 보인다고 좋게 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제 경찰에서도 찾기 시작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쏘는 웬일인지 조용했다.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꼭 사업자만 변호하는 건 아닙니다. 피해자 대리도 하지만, 돈이라는 게 한번 넘어가면 찾기 어렵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못보시는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제가 무료 법률봉사 활동으로 말이죠,"


변호사의 발언으로 자연스럽게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강남역에 있는 다단계 행사에 가서 "이건 사기입니다”라고 알려드리면 예비피해자들이 저한테 고맙다고 할까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길 바라고 있는데, 저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난리칠꺼예요.

그래서 경찰도 뻔히 알면서도 단속을 못하는 거예요."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사업가가 손을 들었다.


“저는 공대 출신입니다. 대학원 연구실에도 있었죠. 그런데 우리가 무슨 연구를 하길 바라는 겁니까?

외세를 막아내고 국부를 일으킬 수 있는 산업? 예를 들면 AI나 자율주행차 같은?"


...


"샘 알트만은 월드코인을 만들었고, 일론머스크는 도지코인과 비트코인의 큰 손이었습니다."


"월드코인은 사기아닌가요?" 직쏘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게 됐으니 자기가 책임지고 기본소득을 나눠주겠다~ 그러면서 월드코인 팔아가지고 몇 천억 챙겼잖아요. 챗GPT랑 코인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제 말은, 그런 대단한 사람들도 코인으로 돈을 번다는 얘기입니다. 챗GPT도 유료 이용자는 소수에 불과해서 아직 적자예요. 그런데 코인은 만들기만 하면 바로 큰 돈을 법니다. 텔레그램 쓰시죠?"


"쓰긴 하죠. 주로 카카오톡을 하지만"


"텔레그램 쓸 때 돈 내나요?"


"원래 공짜잖아요."


"파벨 드로프씨는 어떻게 돈을 벌까요?"


"원래 재벌이라면서요."


"자선사업이 아닌데, 원래 돈이 많다고 공짜 사업을 계속하겠습니까? 유지하는 비용이 클텐데."


"그러네요..."


"그러니까 텔레그램 코인이 나오는거죠."


"텔레그램에 코인이 있어요?"


"몰랐습니까?

카카오도 코인 만들어서 많이 팔았어요."

사업가는 한숨을 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여러가지 앱도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거기서 정보만 보고 중개수수료 아끼려고 직거래 하더라구요. 이용자가 늘어도 수익은 오히려 줄던데요.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그걸로 돈 버는 건 더 힘들어요."


"대신 고객 데이터를 가지니까"


"고객 데이터요? 그건 서비스를 처리하려고 보관하는 건데, 뭐 어디 불법으로 팔기라도 하라는 겁니까?"


"광고를 유치하면"


"답답한 소리!

당신은 그런 앱을 이용할 때 광고를 봅니까?

유튜브도 아닌데 어떤 사업자가 그런데 비싼 광고료를 냅니까!"


...


"돈이 되는 일을 하려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챗GPT나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대가로 돈을 내라고 하면 기겁하지만, 챗GPT코인이나 텔레그램코인을 팔면 기꺼이 지갑을 연단 말입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해야 했겠습니까?

제가 코인거래소를 만든 건 당신이 코인을 산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당신도 돈을 따려고 코인을 산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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