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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골목여행, 팔판동골목

삼청동거리에서 여덟 명의 판서가 살았다는 팔판동 찾기

by 하얀잉크

북촌은 아시다시피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동네인데 그 작은 땅덩어리도 여러 개의 동(洞)으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삼청동도 자세히 보면 삼청동, 팔판동, 안국동, 소격동, 화동, 사간동, 송현동으로 나뉘는 것처럼.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행정 민원은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일괄 처리하지만 엄연히 저마다 유서 깊은 동네이다.


특히, 삼청로를 따라 삼청동과 맞닿아 있는 팔판동은 여덟 명의 판서가 살았다고 하여 유래되었다는데 궁궐 옆에 위치했으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으리라. 또한, 조선시대부터 팔판동이라 불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옛것과 새것, 한옥과 현대식 건물이 어우러져 인기가 높은 팔판동 골목을 날씨가 좋던 지난 봄날 거닐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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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삼청동으로 넘어가는 길. 돈미약국 사이 골목으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복잡한 인파를 피해 삼청공원을 경유하는 길을 택했다. 북촌로가 정겨운 이유는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 가로수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 가로수로 삼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


가로수 넘어 겹겹이 쌓인 한옥이 인상적이다. 19세기말에 지어졌다는 김형태 가옥과 한옥치과 이해박는집도 카메라에 담았다. 이해박는집은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 원장이 대표원장으로 있는 치과인데 입구에 보면 오래된 흑백사진을 볼 수 있다. 이해박는집이라 씌인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 간판이다. 물론 이 곳이 최초의 치과는 아니고 사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름을 지었다 한다. 그래도 최초의 한옥치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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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공원에서 삼청동으로 내려가는 길. 날씨만 맑았다면 인왕산에 만발한 벚꽃이 한 눈에 들어왔을텐데 황사 탓인지 미세먼지 탓인지 아쉬움에 터벅터벅. 사진은 없지만 북촌에서 벚꽃구경 한다면 삼청공원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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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청동 맛집하면 빠지지 않는 단팥죽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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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북촌의 일상 풍경이 되어 버린 한복 입은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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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로를 따라 걷는 삼청동은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대표적인 삼청동 맛집으로 불리는 삼청동 수제비 집 앞에는 언제나 대기줄이 늘어서 있고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은 이제 북촌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되었다. 아직 맛은 보지 못했지만 서울서둘째로잘하는집의 단팥죽은 꼭 먹어봐야 한단다.





슬로우 골목여행, 팔판동 골목을 걷다


천천히 걷다 보니 이제야 팔판동 골목길로 접어 든다. 국무총리 공관을 지나 우측 골목으로 들어서면 된다. 삼청동으로 아는 분들이 많지만 삼청로를 따라 대략 삼청파출소까지의 경복궁 옆 동네가 팔판동이다. 아기자기 하고 트렌디한 카페나 상점은 삼청동을 지나 팔판동에도 불었다. 최근들어 부쩍 눈에 띄는 곳들이 늘면서 발길하는 사람들의 수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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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나 됐다는 재즈클럽 <라끌레>와 부쩍 찾는 이들이 눈에 띄는 <식빵으로대동단결>. 같은 골목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크림빵으로 대동단결>도 라임으로 볼 때 같은 계열(?)의 브랜드로 보인다. 밀크식빵의 두 번째 작품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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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컬러로 눈길을 사로 잡는 가게들도 많다. 곳곳에 한옥만 아니라면 외국에 온 듯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묘하게 전통적인 이미지와 어우러져 그냥 걷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골목이 팔판동길이다. 소박하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카페나 게스트하우스가 곳곳에 숨어 있으니 안쪽 골목도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단, 시끄럽게 떠들거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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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따라 오르면 팔판동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청와대를 따라 심어진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다. 오르다 보면 경찰들이 삼삼오오 지키고 있는데 검문하지 않으니 쫄지 말고 올라가도 된다. 참, 사진으로 담지 못했지만 팔판동에는 정육점이 하나 있는데 동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육점의 모습이지만 북촌에 두 개밖에 없는 팔판정육점이다. 다른 하나는 북촌로 재동초등학교 건너편에 위치한 충남정육점이다.


▶ 관련글 - 북촌과 정육점


요즘 걷기에 참 안성맞춤인 날씨이다. 금새 여름으로 접어들텐데 더 더워지기 전에 북촌나들이 겸 천천히 팔판동 골목을 걸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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