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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 따라 별궁길 나들이

때론 한적하게 느리게 걷는 북촌골목길

by 하얀잉크

봄의 왈츠, 별궁길


봄이 어느 새 성큼 다가왔다. 포근한 날씨에 나들이객 옷이 얇아지고 표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봄이 오는 길을 따라 북촌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적한 길을 걷기 원하다면 별궁길을 추천한다.


별궁길은 확실히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감고당길에 비하면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골목이다. 별궁길이란 순종의 왕세자 책봉과 혼례를 위해 지어진 안동별궁에서 유래되었는데 현재 그 터위에 풍문여고가 들어서 있다. 풍문여고를 사이에 두고 좌측이 감고당길, 우측이 별궁길이다. 사실 별궁길이 한적한 이유는 여전히 별궁길을 생경하게 느끼는 이들이 많을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별궁길(위)과 감고당길(아래)은 풍문여고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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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찾아온 봄의 기운을 느끼며 지난 주말 별궁길을 따라 북촌골목을 걸어봤다. 골목 초입에 들어선 패스트푸드점과 드럭스토어가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이내 걸어가면 아담한 카페와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다. 노란 산수유와 하얀 매화꽃이 봄이 오는 길목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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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북촌에도 한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부쩍 늘었다. 주로 젊은 여성들이 단아한 색동 한복을 차려입은 모습이지만 때때로 도포와 갓을 쓴 남성들도 보인다. 이들의 변신을 부담 없이 가능하게 한 한복 대여 가게가 별궁길에도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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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꽃과 화분이 인상적인 꽃가게도 있고 새로 리모델링한 갈색 벽돌집 돌담에서는 이국적인 느낌마저 난다. 한옥과 트렌디한 상점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데 삼청동보다 부담 없고 소박한 가게들이 많아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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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궁길의 터줏대감 윤보선 대통령 가옥


300미터 정도 더 올라가면 별궁길의 정수인 안동교회와 윤보선 대통령 가옥이 좌우측에 위치해 있다. 안동교회와 윤보선 가옥 모두 1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건축물로 오랫동안 별궁길을 지켜왔다. 특히, 윤보선 가옥은 정확한 건립 연도는 알 수 없지만 1870년대에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약 150년 가까이 된 고택으로 백인제 가옥, 김성수 고택과 더불어 북촌을 대표하는 한옥으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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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대 대통령을 지낸 바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은 군부에 의해 물러난 뒤에도 박정희 정부에 대항하며, 김영삼(YS), 김대중(DJ) 이전에 야당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그의 부친이 구입하며 실제 윤보선 대통령 일가가 살았던 고택으로 현재도 후손들이 살고 있어 외부인에게는 개방되지 않고 있다. 맞은편에 위치한 출판사 명문당은 허름한 옷을 벗고 깨끗하게 단장 중이다. 명문당 꼭대기가 높은 이유는 군부 정권이 머물며, 윤보선 전 대통령을 감시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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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가옥을 지나면 갈래길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접어들면 감고당길과 만나고 오른쪽 도로로 나가면 북촌한옥마을로 가는 북촌로이다. 감고당길 가는 길의 먹쉬돈나는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하다. 감고당길 초입에 있었던 먹쉬돈나는 떡볶이 맛집으로 소문나며 지난해 확장해 이전했다.


모처럼의 산책은 새로 단장한 서울교육박물관을 지나 계동길에서 끝을 맺었다. 다음 주에는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북촌에서 소박하게 벚꽃축제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소개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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