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가로막는 적을 알자

생존율을 높이는 스트레스 반응이 우리 몸을 망치는 이유

by 월든

책 검색 창에 '스트레스'라고 치면,

목록 중에 가장 읽기 싫게 생긴 디자인의 책이 있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신경과학자,

로버트 새폴스키가 쓴 책으로

새빨간 바탕에 새까만 두상이 그려져 있다.

디자인과 다르게 로버트 교수의 글은 원제에서 느낄 수 있듯 유머러스하다.

원제 :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


본래 제목에 생략된 말은 이게 아닐까?

'그런데 인간은 왜 위궤양에 걸리나?'


우리가 얼룩말이 되어본다면 그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상해 보자.

우리 동네는 사바나 초원이고,

나는 얼룩말이다.

풀을 뜯으며 예쁜 얼룩말에게 추파를 던지러 다가갔는데,

이쁜이가 기겁을 하며 달아난다.

다행히 내 얼굴을 보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불행히도 사자가 내 뒤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3초 동안 그렸던 이쁜이와 함께 할 아름다움 미래가

산산이 부서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래를 지키려면 살아남아야 한다.

살려면 내 몸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조금 전 뜯은 풀을 소화시키는 일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암세포를 찾아 없애는 일도 그렇다.

가시에 찔린 발가락을 부여잡고 아파하는 것도 사치다.

이쁜이를 생각하며 수컷 호르몬을 분비하는 일은 말해 뭐 할까.


심장, 허파, 근육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도망치는 것만이 살 길이다.


몸은 그렇게 반응을 해 주었고,

다행히 살아남아 아름다운 미래를 지킬 수 있게 되었지만

불행히도 이쁜이는 함께 달렸던 다른 얼룩말과 눈이 맞았다.

다행히 살아남은 암컷은 아직 많다.


사자를 만나 도망칠 때 얼룩말 몸이 보인 변화가 바로 스트레스 반응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이와 같이 위험한 상황에서 생존율을 높여주는 유익한 반응이다.

인간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얼룩말처럼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데 왜 인간만 스트레스로 인해 위궤양이 생기는 걸까?


그 이유는 스트레스 종류가 달라서다.

나를 죽이려는 사자나 인간에게서 달아난 경험이 있는가?

내가 보는 앞에서 살해당하는 사람을 목격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은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없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스트레스 반응 유발하는 사자는

팀장일수도 있고, 신입사원 일수도 있다.

무리하게 끼어드는 운전자도 사자다.

심지어 가장 짜증 나는 사자는

날마다 나와 같은 침대에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무섭지 않은가.

우리의 사자는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지만

도처에 깔려있다.


생명이 없는 사자도 있다.

수능 시험, 승진 시험, 취업, 퇴직, 시댁들도 사자다.


더 무서운 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자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나보다 잘난 이들과 하는 비교.

모두 사자다.


인간은 수백 가지의 사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너무나 똑똑하다.

사자가 눈앞에 없음에도 생각만으로 사자와 육탄전을 벌일 수 있을 만큼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얼룩말이 만나는 사자는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자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고 가짓수도 너무 많다.


그렇기에 우리 몸은 스트레스 반응을 멈출 기회가 놓친다.

몸이 잠깐 동안 소화를 소홀히 하는 것은 해가 없지만

스트레스가 반응이 지속되어 오랫동안 그렇다면 어떻게 될까?

위궤양에 걸리는 것이다.

위궤양뿐이겠나.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우울증, 면역력 저하, 두통,

심지어 소중한 내 피부까지 망치는 원인이 된다.

공포스러운 것은 살이 찌게도 한다는 것이다.


내 몸을 살리려는 스트레스 반응이

내 몸을 망치게 되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사자들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특히나 내 옆에서 자는 사자는 없애기가 더 어렵다.

생존력이 꽤 강하다.

다행인 것은 스트레스 반응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 방법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내 사자들을 나열해 보는 것은 작지만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사자인가?

어떤 상황에 나에게 사자인가?

어떤 생각이 나에게 사자인가?


사자 목록을 적고 가만히 살펴보자.

불행히도 스트레스를 창조해 낼 만큼 창의성을 지닌 우리는

다행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지혜롭기도 하니까.


작년에,

천천히 내려와 조용히 닫히는 변기 시트를 사서 썼다.

조용히 닫히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변기 시트에 열고 앉으면

뚜껑이 자동으로 스르르 내려와 등을 민다.

불편했다.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사자라기보다는 고양이 정도였다.

몇 개월 뒤,

우리 집을 놀러 온 처제가 그 문제로 나에게 컴플레인을 제기했다.

그때부터 나도 뚜껑이 점점 더 거슬리기 시작했다.

불편함이 커져서 사자가 되었다.

판매한 회사에 문의를 했다.

배송비만 지불하면 고쳐주겠다고 했다.

일주일쯤 뒤에 새것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문제를 1년 동안 짜증으로 버텼다니!

불행히도 나는 어리석었다.


아내는 그런 변기 시트를 10년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아내는 스트레스를 받는 기준이 꽤 높다.

부럽다.


이런 작은 문제들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기준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안녕을 막는 장애물은 사자로 커지기 전에 없애자.


다시 말하지만,

스트레스 반응은 우리를 살리려는 유익한 반응이다.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이 빠르게 뛴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몸이 잘 작동하고 있구나.'

그리고 딱 하나만 생각하자.

'어떻게 스트레스 반응을 멈출까?'

멈추는 좋은 방법을 앞으로 알아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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