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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자렌지 Nov 05. 2023

온라인게임에 빠졌다

'잘'한다는 느낌을 받으려고.



 술자리에서 요즘 취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취미라고 하면 1년간 하지 않던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지난 주는 온라인카페와 오픈채팅까지 들어가 공략법을 물어보고, 휴가마저 게임으로 써버렸다. 게임의 초반은 재밌었지만, 이후는 약소한 보상을 위한 반복의 연속이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때쯤 주말이 다 지나가 있었.



돌아온 주말을  날릴 뻔 했지만, 약속된 일정으로 친구 6명이 대전에 모였다. 오랜만에 이색적인 체험으로 실내에서 올림픽종목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짚라인과 슬라이드또한 탈 수 있었다. 안전장치를 힘들게 채운 0.1톤 친구의 떠는 모습에, 서로의 짧은 비명에 킥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중에 각자가 잘하는 것들이 있었다. 누구는 양궁을, 스쿼시를 잘했고 누구는 짚라인을 잘탔다. 그외에도 친구들과의 짧은 여행에서 누구는 일정을 잘 짜고, 과거의 기억을 잘 떠올렸으며, 누구는 말을 잘했고, 누구는 리액션을 잘했다.



그렇게 즐거운 주말을 보내자, 최근 스마트폰 게임에 몰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게임를 통해서 성취감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으려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워진 일상 속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7년동안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연애또한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다. 일을 '잘'하고 있을 때, 연애를 '잘'하고 있을 때 가장 만족감이 컸지만, 그 만족감이 오래 지속되 어려웠다. 역량 쑥쑥 늘어나지 않았 때문이다. 물론 누군가가 더 잘하라고 닦달하지 않는 평온한 나날들이지만,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란 어려웠다.



 성취감을 느끼던 취미또한 그만두고 있는 상태였다. 작년 한 해는 글쓰기가 취미라고 말하며 1년간 글이 점점 더 늘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게임 속 캐릭터 성장 가치만큼이나 주관적이었다. 내가 쓴 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듣고나서는, 잘 쓰지도 꾸준히 늘고있지도 는 글을 계속쓰기는 어려웠다. 결국 무언가라도 '잘한다는 느낌'을,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기에 온라인게임에 입한 것이다. 그렇게 친구들과의 모임을 통해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수 있었다.



 새로운 취미를 말하는 사람들의 눈은 유독 반짝거린다. 바비큐때문에 캠핑이 좋다는 친구는 고기손질부터 제대로하기 위해 정육기술을 배우고 있다. 니는 독서모임에서또한 다양한 취미를 가진 취미부자들이 많. 로운 취미빠진 사람들은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나를 경험하는 것만 같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또한 지루하지만, 적어도 성장이 확실히 보장되기 때문이 아닐까.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혼자 되뇌며 매일 도서관에 다니던 때가, 음처럼 이라는 교훈을 1년 동안 보았던 때가 생각한다. 잘하고자 하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 것인지 새삼스럽다. 요즘 뜸했던 독서모임 진행을 다시 맡았다. 헬스를 할 때는 몸이 다칠까 올리지 않던 중량도 늘려볼까.  부서진 인라인 스케이트를 버리고, 새로운 걸 사볼까. 물론 글을 쓰는 시간부터 늘리는게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럼 우선 일찍 자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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