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로운 미용실에 갔었어요. 잘 물어봐 주시고, 들어주시는 미용사 선생님 덕분에 이야기를 다 늘어놓고 왔죠. 두피 여드름으로 시작해서, 나는 솔로로 한창 떠들다가, 걷기 모임과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젠가부터 낯을 잘 가리지 않게 되고, 말하기는 쉬워진 것 같아요. 어제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주는 영화모임에 다녀와서였을 거예요. 영화를 함께 보고 다른 분들이 말할 때 인상 깊은 장면이 다시 살아났었죠.
일이 계속 나오는 직장에서는 내향인이지만, 모임에만 오면 낯을 안 가리는 외향인이 되었어요. 직장에서의 말들은 그저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모임에서는 입이 터졌더랬죠. 물론 그 때문에 모임 초반에는 혼자 말을 계속 이어가는 바람에 운영진의 충고를 듣기도 했지만요.
모임의 초반에는 혼자하는 말에 빠져서는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생각하지 않았었어요. 낯선 이에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다가도 말이 길어질 때 다들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닫았죠.
언젠가 운영진 형은 말을 참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었어요. 모임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분들은 다들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기다리다가 적시에 더 필요한 말들을 건네었죠. 모임에서 더 값진 말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은 곧 질문이 되어야 하며, 그렇게 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모임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좋아해요. 서로 낯을 가리는 분위기에서 저의 이야기부터 늘어놓지만 지루한 얼굴이 보이면 입을 닫죠. 그러고 나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해요. 그렇게 모임을 하고 나면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쩌면 그게 제가 더 많이 대화하기 위한, 말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말수가 적은 이유는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대가 내 말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하죠. '과묵함'은 성격이 아니라 과거의 인간관계 속에서 기대가 무너져 생긴 습관이라고요.
제가 직장에서는 과묵하다가도, 모임에서는 바람잡이가 되려는 이유도 그러하겠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모임에 가서,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관심을 가져주더라구요. 이야기가 너무 길지 않다면 말이죠.
새로운 모임의 신청을 응원해요:) 다음화는 '독서모임에서 많이 결혼하는 이유'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