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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Jun 28. 2024

Day11_2

2023. 08. 07._제주 한 달 살기

 제주 살롱


 어제 ‘시인의 집’을 들러 제주 북카페 팸플릿을 들고 나왔다. 제주도 곳곳의 북카페 위치와 북카페 특징별로 나누어 놓은 정보는 우리 가족이 가게 될 북카페를 선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위치상 동쪽에 가까운 북카페였지만 ‘교래 곶자왈’에서 많이 멀지 않고, 숙소 역시 크게 돌아가지 않는 위치의 북카페로 선택했다. 대체로 북카페는 점심 이후로 산책 겸 가는 곳이라 음료와 간단한 디저트를 함께 파는 곳이면 더욱 안성맞춤이었다. 그 장소가 바로 ‘독립서점 북덕북덕(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송당 6길 38-1 제2동)이었다. 팸플릿뿐만 아니라 검색 엔진 이미지로도 해당 북카페를 살펴보기도 했다.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한 동은 게스트 하우스, 한 동은 북카페로 되어있어 책을 좋아하는 제주 여행객이라면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분위기도 제주의 모습을 많이 닮아 더욱 마음이 갔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독립서점 북덕북덕’. 북카페 이름처럼 북적북적해야 할 텐데 어쩐지 입구 주변이 싸한 듯 조용했다. 알고 보니 해당 북카페는 월요일 휴무였던 것.(예약제라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아뿔싸! 정확히 알고 가지 못한 내 착오였다. 좋은 이미지의 분위기에 이끌려 무작정 달려가 버린 것. 더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건물 밖 앞에서부터 입장이 막혀있어 북카페를 직접 볼 순 없었다.

 

 

 빠르게 차선책을 생각할 때다. 다른 북카페를 갈 것인지, 아니면 숙소로 돌아갈 것인지. 하지만 아이들은 다른 북카페를 가자고 성화였다.(아마도 책 보다 먹을 것에 더 관심이 있어 그런 듯하다.) 정신없이 핸드폰을 들고 검색을 시작했다. ‘독립서점 북덕북덕’과 그리 멀지 않으면서 역시 숙소 방향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곳. ‘제주 살롱(제주 제주시 구좌읍 송당 2길 7-1 제주살롱)이었다. 제주 살롱은 사실 정여울 작가님 때문에 미리 알고 있었던 장소였다. 정여울 작가님을 좋아하는 나로서 가끔 제주 살롱에서 북토크를 하신다는 소식을 SNS로 접했지만, 그 외의 정보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가보기로 했다. 유아차가 들어갈 수 없어도, 우리가 원하는 분위기가 아니어도. ‘제주 살롱’에 도착했을 때 잠시 헤매었다. 하얀색 2층 건물이었는데 입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것. 알고 보니 입구가 여느 가게의 투명 유리문이 아니었고, 보안을 겸비한 두터운 실내 문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북카페는 영업 중이었고, 유아차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셋째를 안고 북카페로 들어섰다. 전화위복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까. ‘제주 살롱’은 좌식 테이블로 되어 있었다. 그 말인즉슨, 셋째를 편히 눕힐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단, 북카페 사장님의 허락하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일단 부딪혀 보았다. 다행히 사장님은 별말 없으셨고, 우리는 일단 음료와 디저트를 준비했다. 그리고 큰 아이들이 음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테이블 공간 반대쪽에 있는 서점 코너에 가서 찬찬히 책을 둘러보았다. 독립서점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서점 대표의 취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역시 정여울 작가님의 책도 눈에 많이 띄었다. (집에 거의 다 있어서 다른 책을 사기로 마음먹고 한참을 살폈다.)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일은 너무나 흥미로운 일이다. ‘시인의 집’과 달리 누워서 잘 놀고 있던 셋째 덕분에 편하게 책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한참의 시간 끝에 사게 된 한 권의 책은 ‘<개인주의를 권하다>_이진우’ 개인주의라는 단어에 마음이 꽂혀 결정한 책이었다. 풍족하게 먹고, 충분히 읽으며 어제보다 훨씬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좌식 테이블 옆에는 책을 사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서가가 크게 따로 마련되어 있어 사장님의 세심한 다정함 또한 엿볼 수 있었다.(아이들은 서가의 책을 보았다.) 어제의 일정으로 많이 지친 우리는 여름치고 다소 이른 시간이지만 5시가 못된 시간에 숙소로 돌아가 오늘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내일은 또 어떤 일정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유로운 마지막 일정 덕분에 왠지 모르게 더 기다려지고, 설레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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