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호기롭게 찾아온 제주 한 달 살기를 숙소에서만 보낼 순 없었기에 오늘은 실내 위주로 여행 일정을 꾸려보았다. 먼저 ‘우당도서관(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사라봉동길 30)’에 가서 책을 보고, 바로 옆에 있는 ‘국립제주박물관’에 방문할 예정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동문시장’에 들러 저녁거리를 사서 돌아오는 일정이다.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우리는 집에서 오전 10시쯤 출발하였다. 해만 뜨면 이미 뜨거운 더위에 옴짝달싹할 수 없으니 출발 시간은 아무 때라야 상관없었다. 우리는 곧바로 우당 도서관을 향해 달려갔다. 북카페만큼 제주도 곳곳에 있는 도서관을 다니며 제주도 만의 특색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가장 먼저 ‘한라도서관’에 다녀왔고, 그다음으로는 ‘동녘도서관’에 다녀왔었다. 두 도서관은 관리부처가 달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지만 한라도서관과 우당도서관은 도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기에 큰 차이가 없음을 예상하며 찾아가게 되었다.
제주 우당 도서관
일단 우당 도서관은 한라도서관만큼이나 큰 규모를 자랑했다. 장서의 양의 차이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두 도서관 모두 건물 크기나 앞마당, 주변 부대시설 등이 꽤 크고,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당 도서관은 도서관 아래쪽으로 따로 주차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도서관 앞쪽 장애인 주차장을 이용하여 편히 이동할 수 있었다. 이어 우당 도서관으로 입장. 들어서자마자 넓은 로비가 있었고, 양쪽으로 어린이자료실을 포함한 여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복층 구조로 바로 위층을 볼 수 있게 되어있었고 일반 자료실이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도 보통 어린이 자료실이 1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2층에 일반 자료실로 되어있는데 그건 건물과 주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다른 도서관과 우당 도서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발을 벗지 않고 자료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셋째를 눕히지 않고, 유아차에 앉혀 편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휠체어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더욱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러한 기쁨도 잠시, 셋째가 움직이지 않은 유아차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중섭미술관에 가기 위해 화가 이중섭과 관련된 그림책이나 전기 등을 빌려보려고 자료실을 돌아다니는데 셋째가 계속 우는 바람에 정신없이 쫓기듯 빌려 나가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큰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볼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숙소에 빌려 갈 책을 골라 로비 밖으로 나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힘들 거란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절대 모르고 선택한 여행이 아니란 뜻이다. 하지만 불쑥불쑥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녀석, 그냥 앉아 있어 주지. 잠깐도 못 참고.’ 분명 뭔가 불편해서 우는 것 일 텐데 말하지 못하는 셋째와 불편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엄마 사이의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장애아인 아들과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어려움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몸이 힘들면 쉬면 그만이지만, 소통이 되지 않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눈을 마주치고, 말을 나누고, 생각을 주고받는 소통이야 말로 인간답게 사는 첫걸음일 텐데, 지금 나와 셋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통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소통 방식이 다를 뿐 장애아도 똑같은 인간이다.) 그런 와중에 용기(?) 있게 한여름 제주 여행을 나섰으니 많은 사람들의 우려가 당연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실감하게 되었다.
검색해 본 결과 우당 도서관이 매점 맛집이라는 소문(?)이 있어 우리는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로비에서 책을 보며 기다리고 있었고, 점심시간에 맞추어 매점을 찾아 나섰다. 초행길이라 다소 어리숙했지만 많이 헤매지 않고 찾아갈 수 있었다. 엄마인 나는 비빔밥, 첫째는 편의점 떡볶이, 둘째는 빵, 셋째는 우유를 먹으며 맛있게 각자의 점심 식사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자, 이제 몸과 마음의 양식을 듬뿍 쌓았으니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제주박물관을 향해 걸어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