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 파울 루벤스, 성모승천 Assumption of the Holy Virgin, 1626, 패널에 유채, 490x325cm)
김녕 성당, 김녕 킹마트, 파리바게뜨 제주김녕점
나는 천주교 신자다. 우리 가족은 모두 천주교를 믿는다. 신앙심이 깊다고 자부할 순 없지만 매주 미사를 빠지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여긴다. 천주교 달력에서 8월 15일은 ‘성모승천(성모 마리아가 죽은 후 육체도 영혼과 더불어 승천했다는 가톨릭의 교의(敎義)_출처 : 두산백과) 대축일’이다. 부활절과 성탄절만큼 중요한 연례행사다. 천주교 신자는 부활절과 성탄절 직전에 판공성사를 본다. 여기서 판공성사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고해성사와 같은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일 년에 두 번, 판공성사를 보는데, 제주에서 미사를 드리니 ‘성모승천대축일’에도 판공성사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 헷갈렸다. ‘어? 성모승천대축일에도 판공성사를 드렸나?’ 하지만 곧 ‘성모승천대축일’ 미사가 다가오고 제주에서 미사를 보는 내가 판공성사를 드리지 않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김녕성당에서 오전 평일 미사(10시) 전에 판공성사를 보기로 했다.
이른 아침에 눈을 떠 기도를 하고 일기를 썼으며, 독서를 했다. 평소 루틴대로 살아가기 위해 제주에 온 13일 차까지 노력 중이다. 물론 밖에 나가 운동까지 하면 좋겠지만 셋째가 종종 중간에 깨는 일이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아 여행 중 걷기를 운동삼아 하고 있다. 그리고 아침식사 없이 온 가족이 김녕 성당으로 향했다. 2주 전만 해도 고해소 앞에 판공성사를 봤다는 확인을 위한 판공성사표가 있었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미사를 보러 오신 신자 중 한 분에게 여쭈어 봤다. “판공성사표는 어디서 받을 수 있을까요?” 질문을 받은 자매님은 사무실에 가서 문의를 해보라고 하셨고, 사무실에 찾아가니 문이 잠기고 자리에 아무도 없이 전화번호만 덩그러니 남겨져있었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외지에서 온 신자인데 판공성사를 보고 싶어서요. 판공성사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일단 제가 자리를 비웠으니 급한 대로 성사를 먼저 보시면 어떨까요?”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미사 시작 10분 전 신부님을 따라 고해소에 들어사 판공성가를 봤다. 그리고 신부님께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부님, 제가 외지에서 온 여행객인데, 판공성사표가 없어서요.” 그랬더니 돌아온 신부님 말씀을 듣고,나는 깜짝 놀랐다. “자매님, 제가 알기로는 ‘성모승천대축일’ 판공성사는 '제주교구'만 보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해당 성당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민망함에 서둘러 대답하고, 바로 성당에 전화를 걸었다. 사무원님이 전화를 받으셔서 사정 이야기를 하니 역시나 ‘성모승천대축일’에는 판공성사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뿔싸! 알고 있었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판공성사를 드린 것인데, 제주에 와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에 다소 허탈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제주만 성모승천대축일에 판공성사를 보는구나. 정확히 알게 되었네.’
제주에서 가장 작은 성당, 김녕 성당에서 평일 오전 미사가 단 8명의 신자들과 함께 거룩하게 이루어졌다. 미사를 드리며 ‘앞으로 남은 여행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였다.
아침을 거른 우리는 빵을 먹기로 했다. 그전에 쌀 등 떨어진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가까운 마트(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김녕로 124_제주킹마트)에 들렀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김밥도 싸기 위해 김밥 재료도 샀다. 이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빵집(제주 제주시 구좌읍 김녕로 89_파리바게뜨 제주김녕)에 들러 빵을 사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아침 겸 점심이 되어버린 식사. 일단 허기부터 채우고 다음 일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제 다짐했듯, 아이들의 의견 역시 충분히 반영하여 여행 계획을 세우기로 했으니 바로 실천에 옮겨보았다. “너희들 혹시 가고 싶은 곳 있니?” “물놀이하고 싶어요. 함덕이나 김녕에 가서.” “아, 그래. 그런데 갈 수는 있는데 오래 있지는 못할 거야. 너무 한낮의 땡볕인 데다가 엄마가 셋째만온전히 봐야 해서 너희들을 따로 봐줄 수도 없고... 다음 주에 외할머니 오신다니까 그때 가는 게 어때?” 말을 하고도 큰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제주 한 달 살이를 시작하기 전만 해도 ‘오전에는 무조건 물놀이를 해야지.’ 라며 호기롭게 다짐했건만 마주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더위와의 싸움은 물론이거니와 셋째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큰 아이들끼리만 물놀이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른 대책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오전 시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