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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Jul 05. 2024

Day12_2

2023. 08. 08._제주 한 달 살기

 국립제주박물관, 제주동문시장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또 다른 체험을 위해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국립제주박물관(제주 제주시 일주동로 17 국립제주박물관)’이었다. ‘우당 도서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도서관에 차를 두고 아이들과 함께 걸어갈 수 있었다. 잠깐의 거리이지만 타는 듯한 더위에 잠시 나의 선택을 후회(?)할 뻔했지만 여름의 매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제주도 여름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을 간 이유는 박물관 내에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이 따로 있었기에 박물관을 낯설고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포문의 장이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결정이었다. 제주의 문화를 느낄 수 있기에 이만한 선택지가 없을 거란 생각은 어디까지나 엄마인 내 생각이었다. 첫째에게 11살인 본인보다 훨씬 어린아이들이 가득하고 자신이 체험하기에는 다소 쉬운 것들이 즐비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 딴에 자존심이 퍽 상한 모양이었다. 내 휴대폰을 붙잡고 체험은커녕 사진만 찍어대는데, 그 모습을 보는데 어찌나 속상하던지, 결국 한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사진 그만 찍고, 엄마 휴대폰 줘.”“엄마랑 동생들 찍지 않을게요.”“그게 아니야. 엄마는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게 싫어서 그래.” 첫째는 마지못해 휴대폰을 내게 건네주며 셋째의 유아차를 한쪽에 세워두고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이리 와서 같이 하자.”“하기 싫어요.”“왜?”“이거 애기들이나 하는 거잖아요.” 상상도 못 한 답변에 정신이 아찔했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위해 고심하고 결정한 장소였건만 어느새 훌쩍 커버린 첫째에게 어린이 박물관은 영유아 키즈카페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반대로 둘째에게는 너무나 진기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고작 세 살' 차이라는 나이의 둔감함이 어른에게만 통용될 뿐 큰 아이들에게는 제법 큰 차이였고, 직접 의견을 묻지 못한 어른의 실수가 첫째에게는 고역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완벽한 경험이라는 것은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대한 서로의 의견을 묻고 일정을 조율하는 시간을 갖는 건 반드시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 내에 마련된 스티커 사진기로 첫째와 사진 한 컷을 찍으며 속상했던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었고, 이어 ‘실감 영상실’에서 영상물 관람을 하였다. 영상관 전면에 영상이 상영되어 이름 그대로 실감 나는 영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3개의 제주 문화와 역사에 관련된 영상을 만족스럽게 보고 난 뒤, 박물관 수유실에 들러 셋째 수유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제주동문시장(제주 제주시 관덕로 14길 20). 평소 시장 구경이 낯선 아이들에게 시장 구경도 시켜줄 겸 저녁거리 마련을 위해 결정한 일정이었다. 동문시장 역시 국립제주박물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헤매지 않고 시장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일전에 '서귀포 시장'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었는데, 동문 시장은 처음이라 나 역시 조금은 설레었다. 관광지여서인지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서귀포와 달리 다소 좁은 길 양 옆으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그 사잇길을 오고 가는 많은 사람과 한 자리 차지하는 셋째의 유아차 때문에 길은 더욱 복잡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온통 주황빛 시장을 보고 있노라니 또다시 이곳이 제주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했다. “각자 충분히 보고 먹고 싶은 것 하나씩 골라서 사 가지고 숙소에 가자.” 그리하여 큰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마음으로 시장구경에 나섰다. 하지만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간식까지 요구하고 나서 결국 달고나, 슬러시를 양손에 들 수(?) 있었고, 더불어 닭강정과 전복 주먹밥으로 저녁거리를 결정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엄마인 내가 평소 먹고 싶었던 '우도 땅콩 막걸리' 한 병을 사서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여행이 어쩌면 특별할 것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이러한 순간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같은 것을 보고 느끼며, 맛있는 것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제주라는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면 특별한 것일까. 집에서도 제주 숙소에서도 우리의 행복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느끼며, 새삼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내일은 또 어떤 행복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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