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골이 되고 싶다

사장님이 내 이름을 물어봐 주었을 때,

by 탱탱볼에세이

한국에서는 인스타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카카오맵 리뷰 별점이 높은 곳을 골라 갔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열심히 고르는 편이다. 블로그 리뷰에서 "재방문의사 100%"라는 표현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똑같은 곳을 어떻게 2번 이상 가나? 경기도민은 서울에 새롭게 경험해야 할 것들이 천지인데, 계속 똑같은 맛만 보면 다른 맛있는 맛은 알아볼 기회를 잃는 것이 아닌가.


힘들게 찾아간 장소가 갑자기 닫혀있다고 하면 허탈감이 더 심했다. 내가 얼마나 알아보고 간 집인데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다시 오겠나 싶어 아쉬워서 말이다. (그러게 헛걸음하기 싫으면, 가보기 전에 전화 걸어보지.) 그래서 무작정 찾아가도 헛걸음 안 하면 좋겠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오늘 문득 든 생각. 그냥 사장님이랑 짱친이 되면 되는 게 아니었을까? 사장님과 손님의 적당한 거리감은 예의를 갖추고 공손하게 만들지만,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조그만 행동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데, 한번의 경험에 기분을 망치고 다시 찾는 경우가 생기지 않나.


태국에서 몇몇 사장님과 단골이 되었다. 사장님이 내 이름을 물어봐 주었을 때, 나는 이 가게 단골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단 한번 벽을 부수니, 사람 대 사람으로 사장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결국 페이스북 친구까지 맺고 서로의 여정을 응원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단골이 되니 좋은 점. 더 이상 새로움을 찾아 열심히 헤매지 않아도 되며, 실패할까 걱정이 없다. 그래서 어제 왔던 식당에서 똑같이 밥을 먹고, 어제도 마셨던 망고스무디를 오늘도 마셨다.

신기하게 어제 식당에서 본 커플을 오늘도 마주쳤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이른 시각에 식당에 왔는데, 똑같은 장소에서 운명적으로 또 만났네 싶어서 신기했다. (사실 라오스 방비엥 읍내는 충분히 작아서, 우연히 다시 마주칠 확률이 높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내심 반가웠다. 그 커플이 어제 앉았던 테이블에 오늘도 그대로 앉아있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조그만 삶의 변주를 줘보고자 어제 앉았던 테이블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어제 본 그 커플을 알아보기 쉬운 각도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들과 특별히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하하. 어제 눈빛으로 마주쳤는데, 오늘도 눈빛으로 마주친 것일 뿐.


사장님은 어제 왔던 내가 오늘도 왔다는 걸 알아채실까? 말이 안 통하니 눈빛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눈빛만은 어느 순간보다 진실될 수밖에 없는 법. 이렇게 얼굴도장 찍다 보면 척하면 척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눈빛으로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식당에 새로운 한국인 손님 세 분이 입장한다.


"오늘은 뭐 먹을래? 갈비탕? 라면?" 참고로 이 집은 모든 한국 요리에 김치를 반찬으로 내어주신다.


이미 이 식당을 여러 번 온 듯한 포스가 느껴졌다. 진짜 단골이 나타난 것이다. 고작 이틀 온 내가 여기 최고 단골인 줄 알고 주름잡을 뻔했다. 모름지기 단골이라 하면, 사장님이 내 이름 정도는 알아야겠지. 아니라면 "늘 먹던 걸로 주세요." 했을 때 바로 알아채는 정도라든지 말이다. 약간 아이돌 가수를 덕질하는 기분이 이런 느낌일까. 이 식당 메뉴가 전체 47개인데, 여기 메뉴 중 절반이나 다 먹어볼 수 있으려나. 그만큼 단골 되기가 어렵다.

단골이 되기 위한 나의 여정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으나, 혼자서 해외 6개국 1 도시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은 계속 시도해 볼 요량이다. 여러분은 사장님이 찾아가면 이름 불러주며 반겨주는 단골집이 있는가? (있다면, 매우 부럽다.) 나름 열심히 밖으로 돌아다녔는데, 아직 한국에는 단골이라 부를 만한 장소가 없어서 아쉽다. 한국에 돌아가면, 주변 가게의 단골이 되어봐야겠다. 사장님과 손님의 벽을 깨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서로 응원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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