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맛을 제대로 아는 것
공항에서 그랩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먼저 여행계획을 묻는다. 다음 여정도 함께하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면 그랩 보다 10% 할인해 준단다. 할인은 못 참지. 그렇게 처음 본 기사님과 단번에 카톡친구가 된다.
오늘은 그 기사님께 연락해서 린응사를 다녀왔다. 하루짜리 전용기사님 역할을 해주신다. 우리가 각 지점마다 보내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서 다시 차에 탈 수 있는 것이다.
기사님은 눈치도 빠르고, 배려가 좋으셨다. 가는 길에 어선이 바다에 많은 것을 보고 우리가 바다 쪽을 보니 돌아올 때 사진 찍게 세워줄 수 있단다. 유명한 카페가 있는 것도 알려주고, 햇볕이 쬐고 날이 더우니 쓰라고 양산을 건네주더라. 한시장 근처에 내리니, 점심 어디서 먹냐고 물어보곤 반미집도 추천해 줬다.
상냥한 기사님을 만나서 엄마를 모시고 편하게 여행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또한 시내를 벗어난 곳에서 그랩 택시가 잘 잡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안심이었다. 하루에 여러 곳을 돌 때, 전용기사님 투어를 추천한다.
그동안 다낭에서 구글맵 리뷰보고 몇 번 반미를 도전했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베트남 고수맛이 너무 세거나 케쳡, 마요네즈 범벅이거나 핫소스가 너무 매웠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엔제리너스 불고기에그반미가 그립더라. 역시 외국음식은 한국인가. 베트남에서 입맛 맞는 반미 찾기는 반포기상태였다.
로컬이 추천하는 반미집은 못 참지. 그래서 먹은 한시장 반미맛집, 반미 코티엔. 역시 로컬이 추천해 준 집은 달랐다. 고수 빼달라고 따로 말을 안 해도 기본적으로 고수가 빠져있었다. 요청하면 고수를 주시기도 한다. 우리는 에그반미 2개를 주문했는데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먹었다. 봉지에는 “따뜻할 때 먹는 게 더 맛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적혀있더라. 수많은 실패 끝에 먹은 맛있는 베트남 반미라 더 감동적이었다.
이미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정받은 집이었다. 감사하다는 쪽지를 한국인이 베트남어로 적어둔 것을 보았다. 그걸 사장님 시선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놓으셨더라. 안쪽에 붙인 걸 보면 손님 모객을 위한 용도는 아닌 것 같았다. 힘들 때 사장님을 응원해 주는 부적 같아 보였다. 쪽지를 써준 한국인 손님과 그걸 간직하고 작업하는 곳 한편에 붙여둔 사장님의 마음씨가 느껴지더라.
실패 경험을 또 다른 시도로 성공으로 바꿀 수 있어 뜻깊은 날이었다. 아마 오늘 반미도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더 반미를 먹기 어려워졌을 것이다. 오늘의 성공 덕분에 또 다른 맛있는 반미집을 찾아보리라.
태국 고수랑 베트남 고수랑 맛이 다르다. 난 태국 고수는 잘 먹는 편인데, 베트남 고수는 풍미가 사뭇 달라 입맛에 맞지 않더라. 그간 내가 고수를 항상 즐길 수 있는 고수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베트남 고수를 경험하고 절대적인 것은 없구나 깨달았다. 나도 베트남 고수는 안 맞는구나. 이렇게 또 내 입맛을 알아간다.
고수를 꼭 잘 먹어야만 고수가 아니다. 내 입맛을 잘 아는 고수가 진짜 고수가 아닐까. 고수가 본인 입맛에 맞지 않다면, 당당하게 고수를 빼달라고 꼭 말하자! 참고로 베트남어로 고수 빼주세요는 [등 쪼 자우 텀 녜]다. 앞으로도 내 입맛을 제대로 알기 위한 여행은 계속된다! 다들 내 입맛을 잘 아는 고수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