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겐 한국어로.
한 달 넘게 타지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식이 당긴다. 한국에서는 피자, 햄버거, 치킨으로 돌아가면서 참 먹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쉽게 먹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하니까 평소에 잘 찾지 않는 음식도 간절히 원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한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에 왔다. 라오스인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이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지난번 버기카를 빌렸던 한국인 사장님이 손님으로 계셔서 인사했다. “어떻게 식당 잘 찾아왔다.”며 “김치찌개가 맛있다. “고 추천해 주셨다. 사실 구글 맵에서 손가락으로 열심히 식당들의 리뷰를 눌러보며 고르고 골라 찾아온 보람이 있다. 열심히 찾아 헤맨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게 뿌듯하지 않나. 거기다 현지에서 오래 거주하시는 분이 식사하고 계시니 이 집의 기대치가 올라간다.
메뉴판이 다 한국어로 되어있어서 감동했다. 역시 잘 모를 때는 유경험자의 추천을 따라가면 된다. 14번을 가리켰더니, 사장님께서 "김치찌개?"로 답해주신다. 독일 1년 살았지만 7년이 지닌 지금, 이제 식당에서 독일어가 들려도 거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나다. 라오스인 사장님은 저렇게 바로 이해하고 반응하시기까지 얼마나 노력하신 걸까. 덕분에 라오스에서 한국의 맛을 느꼈다. 다만 돼지고기 한 움큼 넣고 콩나물, 두부까지 아낌없이 들어간 내가 요리한 김치찌개 먹고 싶어졌다. 인간은 욕심은 역시 끝이 없나 봐요.
라오스 방비엥은 경기도 가평이라고 별칭으로 불린다. “꽃보다 청춘”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찾아오기 힘든 곳이지만 한국 관광객에게 언젠가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지 8년이 지난 지금, 그 명성이 유지되는 이유는 라오스 방비엥 사장님들의 한국인 관광객을 사로잡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라오스 방비엥에서 일주일 넘게 있으면서 발견한 고객 영업전략에 대해 사진과 함께 소개하려 한다.
1. 한국인 운영
해외 가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에너지를 쏟느라 지친 적이 있는가. 한국인 사장님은 싸바이디, 컵짜이 2개의 라오스어 밖에 모르는 초보 배낭여행객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영어는 안 써져 있는데 한국어로는 적혀있는 입간판이 많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으로서 가슴이 웅장해진다.
2. 한국어로 공략
혹시 여기 한국인가요? 착각하게 만들 정도로 한국어가 통째로 쓰인 간판을 만나면 사장님의 정성이 대단해서 감탄이 나온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집. 마사지 여기가 좋겠네!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모객멘트마저 구수하니 몸이 끌려서 가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일단 쓴다. 머리 자르다. 타투. 이 2개 단어만 보일 뿐인데 벌써 정이 간다. 오히려 완벽한 한국어가 아니어서 더 눈길이 가는 느낌. 혹시 이것까지 의도하셨나요?
3. 먼저 다녀간 한국인들의 추천
깐깐한 한국인들이 추천한 집이요? 못 참죠! 저도 가봐야죠! 벽마다 한국인들이 남겨둔 추천으로 빽빽하다. 미리 적힌 추천 메뉴대로 똑같이 손민수 해서 주문하면 된다. 이미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보증하는 코스가 있다. 실패할 확률이 적은 것이 라오스 방비엥 여행은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4. 나영석, 백종원이 다녀간 맛집
이미 게임 끝났다! 여기 와서 나영석, 백종원 두 분이 얼마나 영향력 있는지 실감했다. 솔직히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이 이름 석 자만 언급되었을 뿐인데 그 어느 추천보다 신뢰감 있지 않나.
5. 꽃보다 청춘 맛집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한번 출연한 집은 영원히 기억된다. 라오스 방비엥 동네를 알게 해 준 프로그램이라 더욱 그 가치가 대단하게 다가온다. 칠봉이가 선택한 맛집! 유연석도 선택했는데 나도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따라먹으면서 청춘 배낭여행하는 감성을 물씬 살려보는 거다. 1번도 아니고 2번이라는데요? 재방문 맛집이면 또 못 참지!
6. 위트를 더한 매력적인 소개
백종원이 극찬한 집 아니고 백종원이 극찬할 집. 처음에 보고 극찬한 줄 읽었다가 극찬할을 다시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한국어로 웃기게까지 한 매력이면 음식도 맛나지 않을까 궁금해진다. 백종원 아저씨 라오스 방비엥 한 번 더 오셔야겠는데요?
앙 맛있딕. 뭣이 중헌디. 풋.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온다. 한국어로 이모들 소개가 주르륵 쓰여진 샌드위치 골목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소개가 너무 매력적이라 이모들이랑 친해지고 싶어서 샌드위치가 식사 메뉴로 땡기지 않더라도 대뜸 주문하고 싶어진다.
마치며...
말로만 들었을 때보다 직접 겪어보니 더 한국스러운 이 읍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 한국어 간판 다들 누가 만들었는지 고객의 입장에서 혹할 만한 포인트를 너무 잘 살리셨다!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해서 놓친 영업전략들이 외국에서 관광객 시선으로 보니까 소중하게 다가온다. 한국어로 라오스인이 말을 걸듯, 나도 라오스어로 한마디라도 더 고마움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역시 사람이구나 싶다! 오늘도 한국인 관광객 사로잡고자 고민하시는 라오스 방비엥 이모 삼촌 사장님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