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움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 한 끼는 꼭 챙겨먹는 식당이 있다. 라오스 부부가 운영하시는 곳인데, 한식 메뉴가 다양하게 있고 특정 메뉴는 김치도 내어주신다. 입맛이 이미 이 집에 맞춰진 탓일까. 안 가본 곳에 새로 도전하기보다 편안하게 이미 내가 잘 아는 맛있는 맛을 습관처럼 찾아가게 된다. 매일 음식은 다른 메뉴를 먹어도, 음료는 꼭 망고주스를 주문하는 나만의 루틴까지 생겼다.
다들 나랑 비슷한 마음인지 단골손님이 많다. 내가 출석 체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매일 가기 때문에 저번에 왔던 손님인 지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오늘은 주변에 한국인 손님 테이블이 3팀이나 있었다. 다들 처음 보는 분들이라 내가 사장님도 아닌데 긴장이 되더라.
이 식당의 단점은 명확하다. 음식이 매우 늦게 나온다. 메뉴가 30개 이상으로 다양하기도 하고, 주문이 많을수록 음식을 차례대로 조리하시다 보니 정말 느리다. 한국인은 빨리빨리의 민족인데, 여기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혹시 내 주문을 잊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20분 이상 대기는 기본이다.
나도 처음에 "느리다"라는 리뷰를 보고 방문했다. 텍스트에서 접했을 땐, 여기가 라오스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겪어보니, 더 많이 느리게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역시 미국의 어느 복싱선수가 말했던 명언처럼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맞기 전 까지는.
5번 이상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서, 점차 이 느림에 적응했다. 이제는 이곳 와이파이를 연결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평온하게 기다림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평소보다 일찍 나오면 오히려 운이 좋은 날이구나 생각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사장님 부부가 친절하시고, 어떤 메뉴든 간이 잘 맞아서 이곳을 방비엥 한식맛집으로 블로그에 추천했다. 막상 늘어난 한국 손님 분들을 보니, 이 식당에서 마주친 게 반갑기도 하면서 동시에 걱정된다. 혹시 음식 기다리는 시간 때문에 누군가의 추천에 실망하게 되는 건 아닐까.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공평하게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각자가 느끼는 시간이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의 시간과 다른 여행자의 시간이 다를 수 있겠구나. 방비엥 한 달 살기 여행자인 나에겐 기다림도 느긋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잠깐 짬을 내서 여행 온 입장에선 기다림 자체가 부담인 것이다.
오늘도 이 집의 그릇을 깨끗이 비우며, 앞으로는 추천에 신중하기로 했다. 너무 좋은 얘기만 나열해서 권장하는 방식을 경계하는 것이다. 오히려 주의할 점을 먼저 충분히 언급할 것이다.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빨간불과 과속방지턱도 꼭 필요하니까 말이다. 그것이 나의 단골 거북이맛집을 계속 지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