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여행 1일 차
드디어 도쿄입성이다. 소비의 힘은 무섭다. 내 마음에 끌려서 언젠가 오겠지 하고 샀던 도쿄 여행수첩이 나를 실제로 이곳으로 이끌었다. 비행기표를 구매한 두 달 전부터 이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일본여행이 처음은 아니지만, 수도인 도쿄는 처음이라 설렜다. 친오빠랑 함께여서 더욱 의미가 컸다. 밤이 짧아지는 10월과 11월엔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게 특히 어렵다. 안전을 위해 혼자선 밤거리를 최대한 피할 텐데 오빠 덕분에 밤에도 조금 구경할 수 있다. 남자형제가 위아래로 있어서 든든하고 감사하다.
아침 비행기라 조조할인 버스를 타고 공항철도 열차로 환승했다. 오빠는 공항에 1시간 반 정도만 먼저 도착하면 되지 않냐고 말했다. 난 3-4시간은 넉넉하게 출발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다. 첫차를 놓칠까 봐 불안했다.
다행히 2시간을 넉넉히 남기고 공항에 도착했다. 매번 3시간 체크인 열리는 시간에 딱 맞춰서 올 땐 대기줄이 길었는데 이 시간에 오니까 줄이 없더라. 이럴 때 쓰는 말이 오히려 좋아일까. 시작이 좋았다.
특별히 이번 여행엔 위탁수화물 15kg가 포함된 항공권을 끊었다.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어깨가 가볍던지. 매번 위탁수화물 없이 기내수화물 7kg 무게를 맞추느라 끙끙대서 더욱 홀가분하더라.
공항엔 출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부터 티켓검사줄이 길었다. 환전하는 은행부스까지 줄이 늘어설 만큼 길었다. 모바일 앱 미리 설치해 올걸.
오빠가 여행마스터랑 온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 농담했다. 보통 새로운 앱을 많이 써보는 편인데 공항 앱이 꼭 필요한가 싶었다. 그동안 설치하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적게 걸렸기 때문이다.
쓰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기회의 땅이다. 앱을 쓰는 사람은 대기줄을 패스하고 텅 빈 입구로 들어갈 특권을 얻는다. 다음부턴 [Icnsmartpass] 앱을 사용하고 재빠르게 들어가야지.
*안드로이드 [Icnsmartpass] 앱 설치링크: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kr.airport.android.smartpass&pcampaignid=web_share
*앱스토어 [Icnsmartpass] 앱 설치링크: https://apps.apple.com/kr/app/icn-smartpass-%EC%9D%B8%EC%B2%9C%EA%B3%B5%ED%95%AD-%EC%8A%A4%EB%A7%88%ED%8A%B8%ED%8C%A8%EC%8A%A4/id6443837919
입국수속장을 나오자마자 바로 우리 게이트가 보였다. 처음으로 스카이트레인을 안 타도 되는 날이 내게도 오다니. 사실 은근히 지하로 내려가서 스카이트레인 탑승하고 터미널 이동해서 게이트 찾는 게 은근 일이지 않나. 그 일이 얼마나 고된 지 알고 있어서 더 짜릿했다.
신생항공사 에어프레미아를 이용했는데 짧은 여정에도 쿠키랑 커피를 주더라. 창가자리에 앉았는데 눈부시지 않게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어둡게 조절 가능했다. 처음 보는 신기술에 신기했다.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가 적고 거의 다 한국작품이라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이 흠이라면 흠.
눈 감았다 뜨니까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했다. 도쿄에 온 관광객이 참 많더라. 공항에서 일하시는 분들 정말 힘들겠다 싶었다. 미리 비짓재팬 사이트 https://vjw-lp.digital.go.jp/ko/ 에서 입국심사와 세관신고 QR코드를 받아놔서 조금 수월했다.
나리타공항에서 시내를 가는 방법은 많지만 제일 저렴한 건 1,300엔 버스다. 버스표 끊으러 갔는데 자동판매기는 요금이 조사했던 것보다 비싸고 배차간격이 너무 길어서 당황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가장 왼쪽 코너에 가장 저렴한 버스표 부스가 있더라.
카드 결제가 되어서 쉽게 버스표를 샀다. 트래블월렛 카드에서 환율이 유리할 때 차곡차곡 환전을 해둔다. 현장에서 그 나라 돈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카드결제가 전자적으로 기록이 바로바로 남기고 쌓여서 선호한다. 일본은 카드결제도 활성화되었지만 여전히 현금만 받는 곳도 많다고 한다. 때문에 현금도 넉넉히 환전하는 것이 필수다.
내 씀씀이의 크기를 파악하기 가장 좋은 시간이 여행이 아닐까. 이때만큼은 열심히 소비내역을 정리하는 편이다. 내가 맛집, 쇼핑, 숙소, 교통, 관광 중에서 어디선 남들보다 비용을 줄여도 괜찮은지, 남들은 안 써도 나만 좋아하는 비용은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된다.
버스에 탑승하니 좌석마다 usb 포트가 있어서 반갑더라. 안내방송이 한국어로 먼저 나와서 편안했다. 여행 계획을 살펴보기에 최고의 환경이다. 도쿄역까지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핸드폰 충전 든든하게 할 수 있으니.
주변 풍경을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올 수 있어 좋았다. 여행일정이 긴 편이라 다른 교통편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는 버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보기 보다 한 곳이라도 오랫동안 시선을 머물고 자세히 알고 싶다.
이런 마음에 도쿄역에서부터 숙소까지 배낭을 메고 걸었다. 걷다가 눈길 가는 곳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우리 둘 다 일본어 까막눈이다. 일본어 잘하는 남동생도 꼬셔서 데려올 걸 아쉽다.
한국어메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마치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다른 국가를 여행할 때 느끼는 기분이 이런 걸까. 내 모국어가 타지에서도 쉽게 보이고 들리니 제2의 집 같다.
주말이라 거리에 사람들이 많았다. 낮술을 즐기기도 하고,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조깅을 하기도 하고, 개와 산책하기도 하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기도 하고 각자의 취미가 보였다. 넥타이를 맨 정장맨부터 독특한 색깔로 염색한 히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다들 개성이 뚜렷해서 오히려 여기의 요즘 유행이 뭔지는 잘 모르겠더라.
2시간 넘게 무거운 짐을 이고 다녔더니 둘 다 숙소에 도착하니 지쳐버렸다. 큰 계획이 있었는데 작은 계획으로 수정하고 쉬었다. 숙소 근처를 배회하다가 끌리는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트래블월렛 카드가 점심, 저녁 식당 두 곳 모두 [계좌상태확인요망]이라고 결제오류가 났다. 계좌에 돈이 충분하고 공항에서 결제가 됐는데 시내에선 안되기 시작하다니. 동공지진이 났지만 현금으로 계산했다.
혹시 몰라서 충분하게 현금을 가져온 게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평일이 되면 고객센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 위기 덕분에 이온 ATM에선 500불 이하는 무료로 인출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됐지 뭐람.
도쿄는 우리나라랑 시간이 똑같다. 근데 우리나라보다 1시간 일찍, 오후 4시 반이면 해가 지더라. 우리나라보다 날씨가 5도 따뜻해서 따로 두툼한 외투가 필요 없더라. 이웃나라인데도 그동안 잘 몰랐다. 직접 와서 몸소 배우고 있다.
오늘밤 도쿄의 달은 유독 동그랬다. 우리나라에선 이렇게 동그란 달은 못 봤던 것 같은데? 저 둥근달을 바라보며 도쿄를 제대로 알아가겠다고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