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무료의 날
일본에서 11월 3일은 무슨 날일까? 어제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센소지에 갔는데 유독 기모노 입고 놀러 온 가족, 친구, 학생 단위가 많은 게 왠지 수상했다. 센소지가 인사동 분위기라 언제나 사람이 많다고 들었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문화의 날이란다. 예전부터 메이지 천황 탄생일을 기념하는 국경일이었다고. 1946년에 일본의 헌법 제정 이후 기존 황실 행사를 많이 폐지하게 되었고, 현재는 일본 옛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날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박물관을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 많다. 도쿄 국립박물관은 그중 대표적인 장소다. 기본 전시입장료가 평소엔 500엔이지만 문화의 날엔 공짜인 것.
아침 일찍부터 목적성 있게 박물관으로 향했다.
500엔 벌었다는 생각에 유독 시작부터 기뻤다. 나 같은 관광객이 많은지 박물관이 꽤 붐비더라.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전시실이 아니다. 바로 기념품샵으로 직행한다. 유명하고 의미가 높은 문화재일수록 기념품을 만들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빠르게 기념품으로 1차 학습하고 본게임에 들어간다. 꼼꼼하게 만들어진 기념품들이 많아서 슬쩍 구경했는데도 탐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빠르게 훑고 가방을 락커에 100원 보증금을 걸어 맡겼다.
가벼운 마음과 몸이 준비되어야 제대로 관람할 수 있지 않나. 기념품샵에서 인상 깊은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실을 돌아다녔다. 한국어로 설명도 잘 되어있어서 이해에 대한 어려움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간중간 푹신한 의자들이 많더라. 힘들 땐 쉬어가며 쉬엄쉬엄 관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랄까. 건물이 오래되었지만 충분히 멋스러워서 우리나라 문화역 서울 284를 연상시켰다.
입장료 아낀 돈을 보태서 조그만 기념품을 샀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를 시도한 건 공휴일 혜택 덕분이다. 이번 도쿄여행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핼러윈, 문화의 날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어 자연스레 일본문화에 관심이 생긴다.
우선 11월 3일 일본 문화의 날을 기억해 두시라! 박물관 무료입장을 놓치면 너무 아깝지 않나. 앞으로 해외여행 갈 땐 각 나라의 주요 행사일정을 꼼꼼히 살펴야지. 뜻밖의 행운이 기다릴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