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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12. 2024

[치앙마이 33일 차] 인증샷을 위한 카페

이건 못 참지

 아침부터 브런치카페에 갔다. 2017년에 처음 방문했을 땐 원룸 사이즈만 한 작은 곳이었는데 아예 정원 딸린 큰 집으로 이사했더라. 1층은 카페를 하고, 2층은 숙소로 운영한단다. 여전히 라떼도 맛있고, 참치샌드위치도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불편했다. 카페 규칙엔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하지 말라고 안내하며 장기간 체류를 반기지 않았다. 콘센트 충전도 하면 안 될 거 같은 분위기였다. 거기다 인플루언서들이 찾아와 사진을 수백 장을 찍더라. 기가 제대로 빨려서 다른 카페를 찾아보았다. 가까운 곳엔 오래 체류할만한 마음 편한 카페가 없었다.


 걸어서 다음 동네로 넘어가려는데, 우연히 새로 오픈한 카페를 발견했다. 다행히 밤 11시 반까지 운영하는 곳이더라. 그런데 구글지도에는 없었다.


 오래 머물 생각으로 음료 두 잔 주문했다. 하나는 더티, 하나는 아아로. 아아에서 인삼맛이 났다. 시큼한데 씁쓸하달까. 다행히 더티커피가 살렸다. 치앙마이엔 더티커피 맛집이 많은 거 같다.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손님이 나까지 딱 두 팀뿐이었다. 구글 지도에 왜 등록 안되어있을까.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마케팅과 사업운영기획업무를 오래 해온 나로선 이럴 때 직업병 때문에 아주 근질근질하다. 얼른 지도에 카페 위치 등록하시라고 사장님께 말씀드릴 뻔.


 가만히 한두 시간 지내다 보니까, 카페가 태국 현지인들로 꽉 찼다. 여기서도 인플루언서 같은 사람들이 전문카메라 들고 와서 포즈를 열심히 취하더라. 다들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개업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곳이더라. 아직 카페 인스타 팔로워가 100명 남짓이고, 카페 인스타그램에 가보니 사장님이 그냥 지도 좌표만 찍어서 올려두었네. 덕분에 관광객은 없고 현지인만 가득했다.


 요즘 카페는 커피맛도 맛인데, 일단 카페가 사진 찍기 좋아야 되는 것이 1순위임을 깨달았다.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에 카페 방문 인증 사진을 올리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나면 성공. 일단 사진이 올라가기만 하면 알아서 홍보가 된다. 포스팅한 사람의 팔로워들이 확인하고 자석의 철가루처럼 이끌리듯 따라서 방문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기 때문.


 여기저기서 사진 찍어대는 찰칵 소리에 괜히 눈치가 보였다. 그들의 카메라에 걸려서 혹여나 방해되는 거 아닌가 하고. 마음은 불편했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을. 결국 인스타그래머블 카페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카페 사장님에겐 조용하게 오래 체류하는 단골고객보다 조금 유난스럽지만 열심히 SNS에 홍보해주는 고객을 반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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