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간집 돌려 막기
어젯밤 드디어 엄마와 금옥이모가 치앙마이에 도착하셨다. 아침부터 향한 곳은 Fern forest Cafe. 유럽 같은 분위기의 정원에서 브런치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까르보나라 파스타, 스무디보울, 클럽샌드위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세 잔.
태국에 왔다고 태국음식 무리하게 찾아먹는 건 하수다. 차라리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게 빠르게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나만의 치트키는 브런치다.
특히나 이곳은 2017년에 첫 치앙마이 한달살이 때 여러 번 찾았던 나만의 단골집이라 더 반가웠다. 거기다 이모가 식빵 구운 방식이 내 스타일이라며 음식을 즐겁게 드셔주셔서 뿌듯했다. 엄마에 이어 이모와도 취향이 결이 통하다니 든든했달까. 역시 괜히 취향마이가 아니다.
오늘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2가지였다. 2017년에 갔을 땐 말이죠. 작년에 왔을 땐 말이죠. 그동안의 치앙마이에서 쌓은 경험 덕분에 전쟁 같은 새해명절에도 가짜현지인으로서 헛걸음 적은 가이드 1일 차를 수행할 수 있었음이 분명하다. 엄마도 2년 전에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의 경험과 비교하며 놀랍도록 변하지 않은 풍경에 반가워하셨다.
한낮 수박주스의 달달함에 취하기도 하고. 걷다가 바나나 한 송이도 800원에 사 먹고. 걷다가 망고 따는 현지인에게 초록 망고도 얻고. 쏭크란 물총세례를 열심히 피해 후다닥 뛰어다니기도 하고. 맛있는 케이크집이 휴무라 헛걸음을 하기도 하고. 태극기 깃발을 꽂은 택시기사님을 만나 우연히 그가 한국인관광객으로부터 인기 있어진 특별한 이유도 듣고.
저녁식사는 또 다른 단골집 ohkhaju에서 먹었다. 너무 오랜만의 방문이 반가웠던 나머지 오버해서 주문했다. 메뉴도 4 접시씩, 스무디도 각 1잔씩 주문한 나머지 음식이 남아버렸다. 추억팔이가 이렇게나 위험하다.
남은 샐러드를 포장해 오긴 했지만. 나의 탐욕스럽고 무리한 주문에 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쏭크란 마지막 날, 물 한 방울도 안 맞고 잘 피해 다녔단 생각으로 위안 삼아보련다.
내겐 금옥이모의 최애가 아보카도 스무디인 걸 알게 된 것이 오늘의 가장 큰 성과다. 엄마와 이모의 치앙마이 방문 동안 열심히 추억을 쌓아서, 앞으로도 추억팔이하고 싶다. 여행에서 만큼은 추억 많은 꼰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