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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y 16. 2024

[치앙마이 67일 차] 서프라이즈

하길 참 잘했다

마사지 수업이 끝나고 그냥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서 잠시 앉아있었다. 갑자기 누군가 찾아와서 축복해 줬다. 알고 보니 오늘이 눈선생님 생신이었던 것. 페이스북에 뜬 소식을 보고 챙기신 거란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다. 내 생일에 일하면 조금 서럽던데. 예약이 있어서 그녀는 7시까지 꼼짝없이 마사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생일이 뭐 별거냐고 다른 날과 똑같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셨다.


마침 마지막 손님이 한국분들이셨다. 사원 안쪽 구석에 자리한 선풍기뿐인 다소 허름한  곳. 마사지복도 따로 없는 것에 당황하셨다. 부디 내가 처음 여기서 마사지받았을 때의 느낀 감동을 똑같이 느끼시길 바랐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가하는 길. 내일도 수업이 있어서 만날 거지만, 오늘이 생신인 걸 안 이상 그냥 넘어가기 너무 아쉽더라. 막상 어디서 케이크를 사야 좋을지 고민되었다. 급하다고 못 생기고 맛없는 큰 케이크를 선택하는 일은 안 사느니만 못 하지 않나.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돌아가나 싶었는데. 맛있게 먹었던 빵집에서 생일 케이크 파는 게 기억났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고민을 털어놓으니 챙기라고 응원해 주셨다.


힘을 듬뿍 얻고서 귀여운 케이크와 생일 초를 샀다. 많은 디자인의 케이크가 있었는데 모두 바닐라맛인 게 함정. 맛있길 바라며 혹시라도 케이크를 쏟을까 봐 택시를 잡았다.


30분 일찍 도착했고, 들킬까 봐 노심초사하며 가게 옆에 숨어있었다. 두근두근 대는 마음 덕분에 시간이 금방 갔다. 짜잔! 서프라이즈 성공. 다행히 한국손님들도 마사지를 만족하셨고 내일도 예약을 하셨다.


선생님은 다시 돌아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오니 돌아오길 잘했구나 싶더라. 매일 마사지와 함께 유쾌한 에너지를 얻는데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작년에 한국의 유명한 ASMR 유투버가 눈 선생님의 톡 센 마사지를 영상으로 담았다. 조회수는 말 그대로 대박이 났고, 친절하고 상냥한 그녀의 매력은 온 우주가 다 알게 되었다. 댓글에는 그녀에게 반한 사람들로 칭찬일색.


가장 인상적인 표현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마사지사였다. 그래서 초에 귀여운 사람이라 쓰인 걸 골랐다. 야심 차게 준비한 초를 보고 웃으셔서 보람찼다.


이제껏 눈 선생님은 케이크를 잘라본 적이 없단다. 그녀의 첫 생일케이크 컷팅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 즐겁게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고 맛있는 케이크도 나눠먹으며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생겼다. 서프라이즈 하길 참 잘했다.


그녀는 올해로 51세가 되었다. 100살의 절반이 50이지 않나. 1세의 마음으로 그녀가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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