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방콕한 이유
아침부터 비가 쏟아져서 수영수업이 취소되었다. 마침 마사지선생님들 휴무라서 집 나갈 일이 없어졌다. 온 우주가 택배 받길 도와주는 걸까.
오늘 도착한 택배는 레고시계였다. 레고 시계를 참 좋아한다. 세상 귀엽고 쓸모 있잖아! 독일에서 처음 발견한 레고스토어는 내게 신세계였고, 말이 잘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레고를 구경하는 시간은 나만의 힐링타임이었다. 벌써 10년 전 일이 되었지만.
작년에 오랜만에 다시 찾은 유럽. 그리스, 이탈리아, 독일 레고스토어만 보는 족족 무조건 들어가서 시계를 찾았다. 저조한 판매량 때문인지 더 이상 공식레고스토어에선 시계를 팔지 않더라. 말 그대로 단종된 것. 그 사실을 깨닫고 좀 슬펐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상기시켜 주는 듯해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구글링을 해보니 생산지인 중국에 아직 소량재고가 남아서 일부모델을 보유한 개인 상인들이 판매 중이더라. 덕분에 해외구매대행으로 레고손목시계 몇 개를 직구했고, 레고 시계에 대한 애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태국에서도 우연히 레고 시계를 발견했고, 호기심에 구매해 보았다. 재고가 남아있는 모델만 구매할 수 있어서 선택 폭이 그리 다양하진 않다. 덴마크 브랜드의 중국에서 제조한 물건을 태국에서 클릭 한 번으로 받아보는 참 좋은 세상이다. 중국에서 태국으로 택배가 넘어올 때부터 실시간으로 위치 파악되어서 택배가 도착할 때까지 선명하게 설렐 수 있다.
2015년에 독일에서 처음 구매한 원더우먼 레고시계는 아직도 자주 착용한다. 원더우먼 머리띠의 별은 지워지고 바래졌지만. 레고 시계는 단종되었지만, 레고 시계를 좋아하고 아끼는 나의 마음은 단종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