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교사가 되고 싶나요?
2023년 11월 27일 월요일 동아일보 신문에 ‘초‧중‧고교생이 희망하는 직업’ 순위 탑 5에 교사가 올라왔다. 초등학생에서는 3위, 중학생에서는 1위,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무려 1위. 믿기지 않는다. 교권은 진작에 떨어졌고 월급도 적고 가중되는 행정 업무도 많고 사회적 요구도 심해지고 있는데 이 직업을 원한다니 놀랍다. 조사가 잘못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아마도 실상을 잘 알지 못하거나 안다고 해도 ‘에이,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초·중·고교생들이 교사를 장래 직업으로 희망한다는 것에 내가 놀라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언론에 보도되었던 사건, 사고들이 심각한데 이 직업을 원한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지만 실제 현장에서 많은 교사들이 학습 및 생활 지도뿐 아니라, 악성민원과 ‘내새끼지상주의’로 고통받고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만만해 보이는’ 교사를 놀리고 무시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2023년 여름, 서이초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협박당하고 돈을 뜯기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일도 있었다. 서이초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사건 장소와 시간이 오전의 학교라는 것이 충격적이었지만 그 또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교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현재 교권의 실추와 그 회복을 위한 노력은 우리가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학부모에게 뺨 맞은 교사, 고소당한 교사, 경찰에 신고당한 교사. 언론이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본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의 일이다. 낮이나 밤이나, 근무시간이나 퇴근 이후나 스토커처럼 전화하고 문자 보내서 당장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교사를 몰아세우는 학부모도 봤다.
내가 겪은 일들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본인 아이는 문제가 아니고 교사가 똑바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은 자주 들어봤다. 교사가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앞뒤 상황을 ‘양쪽’ 모두에게 ‘정확하게’ 들어보고 얘기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학생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교사가 자신에게 지적한 내용만 집에 가서 전달하여 학부모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는 것은 선생님들이 종종 겪는 일이다. 선생이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워해서 내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한다며 화를 내는 경우는 직장인의 애환 정도라고 하겠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교육‘서비스’ 직종에 근무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이 정도 항의는 받을 수 있고 대화로 풀어내면 된다고 생각한다. 담임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대화로 풀어내지 못할 때다. 담임교사와 학부모의 갈등,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고 매듭지어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진짜 문제이다. 그런데 요즘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지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1학년 담임할 때의 일이다. 옆 반 담임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옆 반 아이 A는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경계선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친구와 말하고 어울리는 모든 과정에 그 아이의 어머님은 신경을 많이 쓰고 계셨다. 거기까지는 좋다. 특수아동의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다. 교사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를 배려하고 학부모와 소통하여 아이가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학부모의 도가 지나친 반응과 대응 태도가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밤이나 낮이나 전화와 문자로 교사의 말과 행동에 대해 따지고 시정을 요구했다.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서 ‘당신(교사)이 내 아이를 때리지 않았냐’고 우겼다. 그분은 어느 날 발을 쿵쿵 구르며 운동장으로 들어와 마침 운동장에 계시던 교장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른 적도 있다. 99%의 여교사는 학생을 절대 때리지 않는다. 도덕성과 주어진 책임을 충실히 따르는 여교사를 정말로 믿어도 된다. 옆 반 담임교사가 나머지 1%의 교사로서 학생을 때리고 언어폭력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 증인이 있다. 같은 반 아이들이다. 원하면 CCTV를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A의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의 의견은 들을 이유가 없고 CCTV도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신이 선생이니 선생 편에서 얘기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반의 다른 아이들과 그 부모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면 어떨까. A와 앞뒤로 앉은 아이들과 그 어머님들까지 A어머님의 타깃이 되었다. 누군가 A의 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부르거나, 걸어가다 A와 몸이 살짝 부딪히면 A의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자신의 아이를 밀치거나 때린 것이 된다. 이렇게 얽히게 된 한 아이의 어머님 B가 A어머님으로부터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장문의 문자를 받게 되었다. 두려움을 느낀 B는 남편과 함께 학교에 찾아와 한참 동안 고충을 토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옆 반 담임교사는 신경쇠약 증세로 병가를 내고 그 후 휴직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은 또 있다. 바로 A의 같은 반 아이들, 그리고 A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매해 일어나고, 옆 반 교실에서 일어나고, 비슷한 상황을 나도 겪어보았기에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들이 놀랍지 않다. 이미 현장에서는 있었던 일이고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학생한테 18이라는 욕을 들어본 교사가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하여. 나는 6학년 영어전담을 할 때 내가 수업 들어가는 반의 한 학생으로부터 ‘씨X’이라는 말을 들어봤다. 벌써 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교사가 학생에게서 욕을 들었다는 말을 들으면 ‘아니! 어떻게… 정말인가?’ 했었다. 믿을 수가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당하고 보니 이건 뭐 통과의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수업을 너무 재미없게 했을 수도 있다. 나에게 욕을 한 그 아이의 평소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아서 나 역시 ‘친절하게’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씨X’이라는 말은 심하지 않나. 교사와 학생 사이에 최소한 지켜야 하는 예의라는 것이 있다. 보호자나 학생의 감정 변화와 신경증적 반응까지 무력하게 받아줘야만 하는 것이 담임교사의 일이 되어버렸다. 자신의 어린아이를 혹시 담임교사가 무시하고 막 대하는 것은 아닌가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다. 그것도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에서.
해당 학생, 학부모, 담임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 학부모와의 소모적인 다툼으로 교사는 자신의 에너지를 써야 할 곳에 쓰지 못한다. 교실 전체 분위기가 흐려진다. 대다수의 선량한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담임교사가 학습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을까? 수업에 집중하고 성실하게 학교 생활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을까? 수업시간에 아이들의 눈을 맞추고 수학 문제를 제대로 설명해 줄 수 있을까? 함께 책을 읽고 감상을 말할 수 있을까?
이런 경우 시스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실제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당국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더 이상 교사와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교사 한 명 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실도 쾌적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담임하면서 한 반에 보통 28명 전후 아이들이 있었다. 교사 한 명이 끌어안기에는 너무 많다. 학부모는 내 아이만 세세하게 잘 살펴주기를 바라고 한 반에는 각기 다른 많은 아이들이 있다. 좁은 교실에서 교사 한 명이 많은 학생들을 감당하려니 갈등은 필연적이다. 문제해결 방법이나 교실환경이나 제도적 개선이 꼭 필요하다.
이런데도 교사가 되고 싶다니 놀랍다. 학생 본인의 의지인가? 부모님이 ‘그래도 교사가 안정적’이라고 말해서 그런가?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는데 선생님을 매일 보니까 그냥 교사라고 대답한 건가? 실상을 알고도 교사를 하고 싶을까? 지금까지 내가 말한 것만 들어봐도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사그라들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이래도 할래? 꿈을 꺾는다기 보다는 그저 실상을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상황이 변했으면 좋겠다.
덧붙임.
2024년 1월 22일 동아일보
중고생이 신뢰하는 직업 1위는 교사
교권추락 논란에도 신뢰도 87%
정치인은 인플루언서보다 낮아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난해 7월 5∼19일 전국 초중고생 1만 38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2023 교육정책 인식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고생 1만 1079명에게 직업별 신뢰도를 물어본 결과 교사(86.8%)가 신뢰도 1위로 나타났다. 검찰·경찰(61.7%), 판사(55.6%), 언론인(37.6%), 종교인(34%) 등이 뒤를 이었다. 대통령(22.7%)과 정치인(23.4%)은 인플루언서(31.5%)보다 신뢰도가 낮아 최하위권이었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한다. 역시 선생님들이 쌓아온 그간의 노력과 시간은 어디 가지 않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