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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래희망은 한량 Apr 19. 2024

엄마 품에 있고 싶어

만삭을 향해 달려가는 엄마를 보는 첫째의 마음

10개월, 매우 길 것만 같던 두 번째 임신 기간은 어느덧 마지막 달을 향해 가고 있다.


나의 첫사랑 첫째 딸은 동생이 생겨서 좋고, 어서 보고 싶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마지않는 다정한 첫째이자 언니이지만 요즘 들어 나타나는 뭔지 모르게 다른 그녀의 행동들을 보자니 첫째는 첫째라서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평소에도 졸리거나 칭얼거릴 때는 안아달라고 하거나, 다리를 주물러 달라거나 등을 간지럽혀 달라던 주문 정도야 있었지만, 최근에는 - 특히 배가 점점 나오면서부터는 - 엄마 품에 있고 싶어, 엄마랑 꼭 붙어 있을래, 엄마 보고 싶어 등의 발현이 많아진 것.


얘가 왜 이럴까 싶으면서도 둘째가 생기고 엄마가 임신을 하는 일은 첫째에게도 생경한 일이고 또 흔히들 질투가 나는 일이라고도 하니 적당히 받아주고는 했다. 게다가 우리 딸은 '아빠, 엄마는 아기가 뱃속에 있어서 힘들잖아!'라는 말도 서슴없이 해주는 배려왕 다정왕이니까 ㅎㅎㅎ


게다가 퇴사하면서 등하원을 직접 하게 되고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빠를 더 찾던 아이가 점점 엄마를 더 찾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아이에게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구나, 그렇게 그냥 막연히 그렇겠거니라고 생각하던 어느 날 아가씨와 나눈 대화가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아가씨도 최근에 둘째를 낳았는데 수면 분리 얘기를 하다가, 둘째가 생기니 첫째가 은근히 질투도 있고 생각하는 게 조금은 다르더라며 '그런데 아무리 다른 침대를 쓰더라도 같은 방에서 자니까 같이 잔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첫째는.'이라는 것!


수면의 질이 중요한 나는 8개월 정도부터 첫 아이 수면 분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꽤나 성공적으로 각자 방에서 잠을 자는 편이라 - 중간에 하루 이틀 엄마 아빠랑 잘래, 하는 아이를 떼어낼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 수면 분리는 둘째에게도 꽤나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였다. 둘째는 첫째가 있기 때문에 난이도가 좀 더 높아 보여서 좀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당시에는, 아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갑자기 문득, 


아! 그래서 요즘 첫째가 엄마 품에 있고 싶어, 엄마랑 꼭 붙어 있을래 하며 엉덩이를 들이밀며 내 배 앞에, 내 다리를 방석처럼 깔고 앉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뱃속에 들어있는 아가는 매일 엄마랑 붙어 있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데?라는 생각이 아닐까 하는. 


어쩌면 아이를 이해시키겠다고, 너무 서운한 마음이 들지 않게 하겠다고 재차 설명해 주었던 많은 것들이 - 너도 예전에는 엄마 뱃속에 있었어, 손 올려봐 봐 아가 움직이는 거 느껴져?, 아가한테 잘 잤어?라고 인사해 줄까?, 아가가 태어나면 아기는 누워있는 것 밖에 하지 못해서 엄마가 많이 안고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건 네가 아기일 때도 그랬던 거고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는 게 아니야 등 - 오히려 아이에게는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좀 더 각인시켜 주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냥 부인할 수 없이 점점 나오고 있는 엄마 배를 보면서 바뀌어 가는 아이의 마음이자 생각인 걸까? 하는 어쩔 수 없이 지나 보내야 하는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날들을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하며 보내야 할까?라는 고민이 생겨났다.


누군가를 100% 이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지만 육아는 정말 또 다른 레벨인 것 같다. 첫째 하나 키울 때도 넘어야 할 산들이 있었는데, 하나가 더 늘어나니 해야 하는 고민도 더 늘고 더 복잡해진다고나 할까? 한 명만 키웠다면 결코 하지 않아도 됐을 고민들이 실제로 있고, 첫째는 첫째라서 둘째는 둘째라서 짠한 마음이 드는 나를 보며 이제야 부모가 되는 건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닥치면 어떻게든 헤쳐나가겠지만, 아는 게 더 무섭다고 출산도 육아도 +1이 쉽게만 느껴지지 않는 만삭 임산부의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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