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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보 Jun 03. 2018

 SNS 디톡스를 시작한 이유

행복은 과시하지 않는다

주로 사진을 올려서 일상을 공유하는 *스타그램을 끊기로 결심한 이유는 언젠가부터 행복을 전시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부터다. 시간이 나면, (사실 시간이 없더라도) 시도때도 없이 익숙한 스마트폰 아이콘을 눌러 업데이트 되는 피드를 살펴보고 "좋아요"를 누른다. 원래 진짜 '좋아야'만 좋아하고, 진짜 웃겨야 웃었던 나에게는 꽤 놀라운 변화였다. 그 중독현상은 아침 출근길 운전대를 잡으면서, 늦은 밤 침대 머리맡까지 이어졌다. '중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이 *스타그램 중독은 좀 신기했다. 나이도 지긋한 30대 중반에 말이다.


사실 내가 '전시한 행복'들은 별 건 아니다. 그다지 스웩(!)은 없다. 가령 오랜만에 만나 친구들과 한 잔 했다던가, 운동기록을 갱신했다던가, 맛있는 걸 먹었던 사진같은 것이다. 그리고 볕이 좋은 날에는 화장이 잘먹은 날에는 셀카도 두어장 찍어대고. 남들에겐 그다지 의미가 없지만 나 혼자서 보고 좋아 낄낄 거리는 정도의 추억이라면 적당하겠다. 전시할 것도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그램을 소통이나 네트워크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내가 추구하는 '개인적 기록의 저장' 측면에서는 그다지 효과적인 수단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음식이나 운동, 사진 등 특정 주제를 파고드는 것처럼 테마가 있는 계정도 아니었다. 사진은 원체 못찍는 편이라 사진 자체가 아름답지도 않았고, 더욱이 개인적 친분이 두텁지 않은 관계가 늘어날 수록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이걸 올려 말아?


그래서 행복을 전시하기 보다는 간직하는 편을 선택하게 됐다. 사실 일상을 온라인으로 선공개 해버리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근황이 없어진 것도 아쉬웠었다. 오래 간직하고 삭혀둔(?) 추억을 면전에서 대방출 하는 맛도 쏠쏠했다. 실은 온라인 상이지만 행복을 전시하는데 꽤나 큰 에너지 낭비가 들었다. 바로 '시간'이다. SNS에 전시하느라 버린 시간을 짜잘한 행복을 만드는데 쏟는 편이 분명 슬기로운 처사였을것이다.

(SNS디톡스를 권한 동생에게 찬사를.)


친구1: 요새 왜 *스타그램이 뜸해?"

나 : 이제 그거 그만할려구. 너무 과한 것 같아서.

친구2: 행복한 척 그만해라.


얼마전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났다. 솔직히 좀 뜨끔했다. 고백컨데, *스타그램을 '행복한 척' 하는데 이용했다. 일종의 위약효과(Placebo Effect) 처럼 계속 행복한 척 연습하다보면 어느 순간 '행복감'이 온다. 큰 노력 없이 잔잔한 행복이 스민다. 지겹게, 지루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무조건 하루에 한 개씩 즐거움을 찾는다. 중간중간 권태와 씁쓸함, 피로함과 연결된 포스팅도 있지만 그렇게 500개의 잡다한 포스팅을 채우고 나서 얻은 결론은 이제 "더 이상 행복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을 수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때는 반드시 있다. 그게 너무 길어지면, 주기가 너무 빈번하다면 행복을 과시하는 연습을 해봐도 좋다. 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물론 시간은 버린다고 생각하라) 타인으로 하여금 SNS공해의 주범으로 몰릴 수도 있지만 그건 남의 일이다. 내 뱃속은 어찌됐건 편하니까. 언젠가 다시 '행복 전시'의 욕구가 치솟을 때 다시 *스타그램을 활성화할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일정량의 허세를 즐기는 성향이 있으므로. 그래도 *스타그램 안하는 요즘이 즐겁고 충만하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시간이 없네'같은 소리는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만큼. 변명할 건덕지가 없다.


덧, sns 디톡스 후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장미10송이를 잘 말려서   예쁘게 사진 찍을 시간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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