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밥 Jun 05. 2024

내가 탕후루를 먹지 않는 이유

독서 습관을 만드는 방법


10대에게 한동안 유행한 마라탕. 여기에 단짝 디저트 탕후루가 빠질 수 없다. 얼얼함은 달달함으로 달래야 하는 법을 아이들도 아는 것이다. 자연스레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세트처럼 함께 소비되었다. 이에 질세라 언론에서는 아이들의 충치와 소아당뇨 문제를 앞다투어 보도했다.     


나는 달고 끈적이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유행에 바로 참여하지 않고 잠잠해지면 발을 담가보는 편이라 우후죽순 들어서는 탕후루 가게에 무심한 척했다. 빨강, 연두, 주황, 보라 형형색색 과일에 매끄럽게 설탕 코팅을 입힌 탕후루의 영롱한 자태를 예술작품 관람하듯 멀찍이 지켜볼 따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지인의 집에 놀러 갔다가 아이들에게 사줄 겸 나도 드디어 맛을 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샤인머스캣 한 알을 입에 넣고 조심스레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는 탕후루를 먹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전혀 찐득거리지 않았고 식감은 바삭했는데 달콤한 과즙과 어우러진 그 맛은 반하지 않고는 못 버틸 만했다.      


그 뒤로 두 번 다시 탕후루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이거 중독되겠구나’하는 강력한 신호를 느꼈기 때문이다. 요가원 가는 길에 마주치는 탕후루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한 번 더?’하는 욕망이 올라올 때마다 흐린 눈을 하고 지나쳤다. 그렇게 몇 번의 고비를 넘기자 다행스럽게도 욕망은 사그라들었고 얼마 후부터는 탕후루 가게 앞을 무덤덤하게 지나치게 되었다(최근 그 가게는 폐업했다ㅠㅠ).     


나이가 어느 정도 드니 내가 어떤 유혹에 약한지 대충은 알게 됐다. 그것이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으면 애초에 시작조차 안 하는 게 답이다. 뿌리가 내리기 전에 뽑아버리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특히 종영되지 않은 드라마는 절대 보지 않는다. 드라마를 시작하면 끊지 못하는 성정을 알기 때문이다. 박서준이 나오는 “이태원클라스”를 얼마 전에야 정주행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동동거렸으나 너무 심한 뒷북이라 공감을 나눌 이조차 없었다.      


드라마나 TV를 잘 보지 않으려는 이유는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드라마는 나쁘고 책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상은 놀라울 정도로 시간을 빠르게 잡아먹는다. 예전에는 “도깨비”를 정주행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3일이 흔적 없이 사라진 적도 있었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하고 재미를 느꼈다는 것인데, 이상하게 그러고 나면 기분이 떨떠름했다.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겼지만 나에게 남는 것은 딱히 없었다. 독서를 그만큼 했을 때 얻는 유익과 비교하게 됐다. 만약 독서가 재미는 없고 유익만 있다면 드라마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똑같이 주어진 24시간이라면 재미와 의미가 모두 있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독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매일 읽는 삶을 살기로 했다. 독서를 루틴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험해 보니 가끔 하는 것보다 매일 하는 게 쉽다. 시간 날 때 책을 읽어야지, 하면 평생 못 읽는다. 일주일에 세 번은 책을 읽어야지, 하면 그 세 번이 벌칙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매일’ 책을 읽어야지 하면,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읽게 된다. 그것을 석 달 정도만 잘 유지하면 몸에 익는다.


독서를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나는 ‘매일 필사’를 추천하고 있다. ‘마라-탕후루’ 세트처럼, ‘독서-필사’ 세트로 만들어버리면 필사해야 하니 절로 책을 읽게 되니까.      


매일 하는 일은 따로 의식할 필요가 없다. 이유를 따지고 핑계를 찾는 게 아니라 ‘그냥’ 하는 거다. 매일 하는 일은 ‘관성의 법칙’이 작용해 큰 힘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멈췄다가 다시 하려고 하면 누가 뒤에서 끌어당기는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다. 한 번 누우면 일어나기 싫은 것처럼.


그럼에도 종일 외출을 하거나 몸이 너무 피곤한 날에 깜빡하고 하루 정도 독서나 필사를 빠뜨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자책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무렇지 않게 다음 날 이어서 다시 책을 읽는다. 하지만 연거푸 이틀은 빼먹지는 않으려고 한다. 이틀 하지 않으면 사흘까지 용서하기 쉽고, 그러다 보면 영영 손을 놓는 일은 더 쉽다.          


*책 읽는 습관 만드는 법

1. 시간을 확보한다: 시간을 빼앗기는 일은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
2. 매일 한다: 가끔 하기보다 매일 하는 게 쉽다.
3. 회복은 빠르게: 이틀 이상은 빼먹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