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독서록'을 마무리하며
'신 독서록'은 말그대로 새로운 마음으로 새 양식으로 써 본 독후감이다.
새로운 마음이란, 단조롭기만 한 일상을 조금은 특별한 눈으로 그리고 생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서 끄집어낸 것을 말하고, 새 양식이란, 내가 어렸을 때 담임선생님에게 칭찬받으려고 썼었던 혹은 과제로 제출하려던 독후감이 아니라 그저 마음가는대로 써 내려간 말 그대로 수필 형식의 독후감을 말한다.
혹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청탁을 받은 원고도 아니고 책을 만들려고 쓴 글도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이 견디지 못해 쓴 글.' 들이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눈길이 가는 구절을 한 번 더 독서 다이어리에 옮겨적고 싶어졌고, 그것들을 계속 바라보며 곱씹으면서 별 것 없는 나의 단순한 일상을 반추해 볼 수 있었다. 일상이 기록이 되니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특별하게 느껴졌다.
"의도하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의 하나고 또 카메라 앞에 선 정치인들이 면피하기 위해 쓰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좋은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뭔가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러울 때 가장 최선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문보영의 에세이집 제목 <준최선의 롱런>처럼, 의도하고 득달같이 최고의 결과물을 뽑아내려 하지 않을 때, 최선에 얽매이지 않고 준최선을 추구할 때 오히려 베스트 컨디션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풀었던 머리를 묶는 일이다.
머리를 묶으며 하루종일 긴장했던 내 심신을 완화시켜 주는데 이상하게도, 꼭 이렇게 막 묶은 머리는 제일 예뻐 보인다. 아침에 작정을 하고 묶을 땐 마음 같이 안 묶여서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플 때까지 머리를 묶어 본 여성이라면 공감하리라. 이것 역시 의도하지 않았을 때 얻을 수 있는 베스트 결과물이다.
'내 마음이 견디지 못해 쓴' 이 글들도 활자가 됐다가 또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서 새삼스럽게, 앞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조금 더 보태줬으면 한다.
언제나처럼 전쟁터에는 같은 일상 속 긴장과 어려움으로 녹록지 않은 하루하루가 기다리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