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의 부부생활
" '산채' 비빔밥 이라니! 잔인해."
남편의 아재 개그. 억지로 웃어주었지만 왠지 속이 불편했다.
그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고 언제나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이번에도.
지난 주는 저녁으로 유독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었다.
일이 끝나고 오면 매운 음식이 땡겨서 비빔면을 끓여 먹었고,
김밥에 컵라면을 먹었다.
매운음식이 땡겨서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한 달 음식비 지출액이 거의 바닥을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주말에 난 그 망할 '올가닉' 비빔밥을 먹고 싶었다.
그 망할 것을.
내 속을 정화시켜 주고 평안을 가져다 줄 것을!
결혼 전 먹었던 엄마의 손 맛을 내게 다시 가져다 줄 것을!
그리고 남편과 내 하루를 파탄낼 그 것을!
피식.
그것은 비웃음이었다.
산채 비빔밥을 먹고 난 후 그의 첫 반응.
그리고 내내 우린 침묵 속에서 밥을 먹었다.
식당을 향해 가는 내내, 돌아오는 내내 그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단단히 삐쳤다는 뜻이었다.
돌아와서 그는 거실에서, 난 내 방에서 퍼질러 잤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거실에 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뭐해?" 하고 물었다.
뻔히 핸드폰 게임하는 걸 알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거 먹어주러 가는 게 그렇게 화낼 일이야?"
난 말했다.
"돈 내면서도 화가 나더라. 그런 걸 음식이라고......"
MSG 예찬론자인 남편이 말했다.
"아유 배고파. 저녁 먹으러 가자."
"싫어."
그때 남편이 뭔가를 부엌에서 가져왔다.
삶은 감자와 옥수수였다.
내가 자는 동안 미리 삶아 놓은 거였다.
남편은 옥수수 알을 다 빼서 먹기 좋게 해주었다.
삶은 감자도 맛있었다.
"그래, 이게 올가닉이다!"
난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