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맘과 친구되다
“전 장애를 극복한다는 말이 싫어요. 장애는 과연 극복의 대상일까요?”
모임에서 ‘휠체어를 타고 입양을 하며 사회 운동을 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였다. 난 그녀가 장애를 극복하고 사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고 주연씨는 그런 내게 ‘장애란 극복의 대상인가?’란 화두를 던져주었다.
“장애를 받아들인다고 하는 게 좋겠어요.”
난 곧 내 말을 정정했다.
주연 씨는 ‘독서 클럽’에서 만난 친구이다. 독서클럽은 일주일 동안 각자 읽은 책을 가져와서 책 내용과 깨달은 점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주연 씨는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모임에 참여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서. 아이가 기어 다닐 때를 대비해서 돗자리를 준비해 온다. 아이가 칭얼댈 때를 대비해서 아이를 얼러줄 아기 띠를 가져온다. 때로는 사람들 앞에서 수유 복을 입고 수유하는 경우도 있다. 독서 모임의 특성상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데 주연 씨는 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항상 발 빠르게 먼저 대응하는 편이다. 칭얼댈 거 같으면 바로 아기 띠를 매고 얼러주고, 뭔가 먹을 걸 원할 거 같으면 그 전에 이미 과자를 쥐어주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는 주연 씨네 집에서 독서 토론을 하는 중이다. 그날따라 모임 구성원이 나와 주연 씨 뿐이었고 주연 씨가 아이를 데리고 준비하고 밖으로 나오느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내가 주연 씨 집으로 가는 게 더 빠른 상황이었다.
내가 가져간 책은 루이스 헤이의 ‘나를 치유하는 생각’이었다. 나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내 몸의 모든 부분은 나의 정신적인 활동에 영향을 받습니다.’를 소개했다. “이 책의 말대로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라고 말하고 한창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장염이 겹쳐 온 경험을 이야기했다.
주연 씨가 읽은 책은 화상 치료자들의 구술집이었다.
“소독하는 시간이, 그야말로 미치도록 괴롭대요. 그 부분 읽기가 힘들었어요. 더 놀라운 건 몇 몇 분은 본인이 화상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화상 환자들을 위한 사회 운동을 전개하고 계시다는 거예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요?”
주연 씨가 물어왔다.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 상황에서도 최대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해서가 아닐까요?”
우리는 내면의 긍정성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가짐, 결국은 마음가짐인 거 같아요.”
“그 마음가짐을 위해 우린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인간의 위대함은 어떤 상황에서건 어떻게 반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대요.”
주연 씨와의 대화는 말하는 맛이 났다. 한창 이야기 중이었다.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주연 씨는 잠시만요, 하더니 아이를 안고 나왔다. 아이는 이미 깨어 있었다. 도대체 엄마는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주연 씨는 아이의 옷을 능숙하게 갈아입히면서 나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자기 감정에 이름붙이기라고 본인이 현재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단어로 표현하는 내면 작업이 있어요. 질투, 미움, 분노, 사랑, 연민 이런 식으로요. 얼마 전 저도 어떤 일로 불편했는데 그때 느낀 제 감정에다 이름을 붙여봤어요. 그건 질투였어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좋아졌어요.”
주연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난 그때까지만 해도 육아맘의 관심사는 ‘아기를 어떻게 잘 키울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육아맘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이 딩크족에게 ‘이기적이다, 자신들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다.’란 편견을 가지고 있듯이 나 역시도 육아맘은 관심사가 온통 ‘아이’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독서클럽 구성원들에게는 ‘내’가 있다. ‘누구의 엄마’뿐인 삶이 아닌 책을 읽으면서 내면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들.
알면 알수록 그녀와 더 친해지고 싶다.
우리, 친구해요. 주연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