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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원 Jul 29. 2023

형만 한 아우: G

G는 대학교 때 창업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대학교 때 다닐 때, 무료로 프로그래밍 강의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프로그래밍에 세계를 열심히 전도하고 다녔다.


그 당시 나는 학교를 휴학하고 1년 반정도 회사에서 일을 하고 온 상태여서, 뭔가 나이에 비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개발을 잘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마침 창업붐이 일어났고, 오랜만에 나의 기술들이 주변에 도움이 되던 시기였다. 


갑자기 의도치 않게 신분상승을 한 기분이 너무 좋았고, 이 경험을 다른 사람들도 다 하기를 원했어서 열심히 프로그래밍을 가르쳤었다.


그런데, G에게는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못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내가 일하던 회사에 데려와서 일하면서 가르치려고 했는데 회사가 망해버려서,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 모두 담겨있던 강의자료를 넘겨주는 정도로만 알려줄 수 있었다.


정확하게 어떻게 친해졌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결정적으로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원래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채용을 하려다가 회사가 망하게 되어 다른 회사에 소개를 시켜준 걸 계기로 친해졌다.


지금의 G를 보면, 약간 형제가 있는 집안에서 형보다 공부도 운동도 더 잘하는 동생인데, 아직도 형을 더 크게 보는 그런 동생을 보는 것 같다.


처음에는 형이 공부를 하니까 옆에서 공부하는 시늉을 하면서 따라 하더니 어느새 반에서 1등을 해서 형한테 잘 보이려고 상장을 보여주는 그런 동생 같은 친구가 G다.


사실 G는 여자인데, 언제 부터인가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해서 이제는 진짜 형제 같이 느껴지는 그런 친구이다.


G는 지금 한 스타트업의 개발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사실 나이가 나보다 한 5살 정도 어린데, 벌써 개발팀장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녀 또한 산전수전 공중전을 어린 나이 때부터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첫 커리어는 내가 소개해준 스타트업이었는데, 그 뒤로 나는 유학을 떠나서 정확하게 어떻게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들은 바는 없다.


그런데, 원래 사람의 인생이 밖에서 보는 희극이고 안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나.


내가 밖에서 듣는 또는 접하는 내용으로는 그 회사는 정말 잘 나갔고, 초기에 참여한 G의 지분 가치도 많이 올라갔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냥 G가 행복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G와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니 당시에 일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안면마비가 오고 중간에 쓰러질 정도로 고생을 했다고 한다.


뭔가 내가 사지로 사람을 몰아넣은 것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는데, 형보다 나은 아우다 보니 G는 멋있게 그 회사에서 지분을 팔고 나오고 중간에 이런저런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더니, 새로운 스타트업의 개발 리드로 들어가게 되었다. CTO가 없는 회사여서 사실 G가 가장 높은 개발자라고 한다.


나도 스타트업을 여러 번 했지만, 대부분 스타트업이 망하거나 그냥 내가 중간에 나와서 뭐 지분을 팔거나 했던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첫 직장에서 멋지게 해낸 G를 보면, 약간 이제 내가 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레벨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개발은 약간 손을 떼어지만, 오히려 매니징 쪽에 더 집중을 하다 보니, 팀원들을 상당히 잘 관리했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뭐 맨날 팀장, 리드, CTO 타이틀을 달았어도 워낙의 소규모 팀이었어서 내가 거의 다 개발을 하는 모양새였고, 매니저로써 필요한 피플스킬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한 번은 진짜 팀장역할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팀원들에 대한 하소연을 G한테 하면서 이런저런 많은 조언을 들었었다.


내가 유학을 가 있는 동안에도 G는 주기적으로 자기가 한 것들을 나에게 공유해주고는 했다.

"이번에 이거 외주 맡아서 한번 만들어봤어요"

"아는 사람이 창업하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이거 만들어줬어요"

"요즘은 그림 그려서 이거 그려봤어요"

"NFT가 핫하다길래 제 그림 NFT로 만들었어요"


그래, 그래, 대단하다.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건 예전에 강의자료 넘겨준 것 밖에 없는데, 아직도 나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자랑과 조언을 구하는 G를 생각하면, 뭔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hoto by juan pablo rodrigu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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