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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원 Jul 29. 2023

댕댕이: J

가끔 연예인들을 보고 댕댕이 같다고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J를 보고 "아 이게 댕댕이구나"라고 바로 생각했다.


대화를 하고, 점점 알아갈수록 "이 사람에게 부정적이라는 표현을 쓸 일이 있을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해맑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J를 알게 된 기간도 실제로 만난 횟수도 많지 않은데, 워낙 댕댕이 같다 보니 내적친밀감이 웬만한 동창들보다 높다.


한국에 있을 때 프로그래밍 강의 관련 사이드 잡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해당 회사에 새로 입사한 친구였다.


그리고 강의 관련된 사람들과 단체로 회식 같은 것을 하면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나도 ENFP지만 J는 극강의 ENFP여서 누구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가끔 텐션이 너무 높아서 좀 진정시켜줘야 할 필요성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우리는 금방 친해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에 나는 스타트업의 환멸감을 느끼던 시기였는데, 그래서 입버릇 처럼 하던 말이 "돈 안 되는 일을 하고 싶다"였다.


실제로 돈이 안 되는 일 찾아서 한다는 것보다, 돈을 기준으로 하지 않겠다는 약간 상징적인 표현이었다.


J는 그 말에 엄청 관심을 가졌다.


이야기를 해보니, J도 이 회사에 오기 전에 약간 사회적 기업 느낌의 교육 관련 스타트업을 했었는데, 잘 안되었다고 한다. 결국에 뭔가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의 한계 때문에 원하고자 하는 바를 못 이뤘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돈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표현에 뭔가 동질감을 느꼈던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J는 그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맡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더 이상 그 관련된 일을 할 여력이 없어서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J가 미팅을 요청했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게 많은지, 이게 자기가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맡은 프로젝트라는 이야기를 했다.


댕댕이가 산책을 가고 싶다고 하는 걸 누가 거절 할 수 있겠는가,


결국에 나는 정말 하기 싫었지만, J의 첫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프로젝트는 어느 정도 잘 마무리가 됐던 걸로 기억하고, 다음 프로젝트도 뭔가 말이 오고 갔던 것 같은데, 갑자기 말도 안 되게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예산을 줄이게 되어서 해당 프로젝트는 무기한 연장이 되었다. (코로나 때를 생각해 보면 뭐 또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고 J와는 몇 번 더 밥도 먹으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했었다.


어디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라 이게 팩트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는 늑대 중에 특정 유전자가 없어서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무한정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약간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종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표현을 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J를 보면서 저 글이 떠올랐다.


J는 과하다 할 정도로 긍정적이라, 쉽게 하소연이나 힘든 소리를 하지 않는데, 가끔 들어보면 사람들한테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워낙 J가 댕댕이처럼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또 그만큼 반응을 해주지 않을 수 있는데, 약간 J는 자기가 너무 좋아해 줘서 사람들이 싫어하나라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 어느 정도 사람이 밀당을 잘해야 오히려 관계가 좋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지에 대한 마음의 양을 줄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는 J를 보면서, 그 양을 줄이게 될까 봐 엄청 걱정이 된다.

예전에 J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선을 넘는 것 같아서 못했던 말은, 

"다른 사람이 너의 마음을 100% 받아주지는 못할 수 있어도, 네가 의도적으로 그 마음을 줄일 필요는 없어. 너는 그냥 항상 100%를 주면서 받는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 만큼만 받아 가게 놔둬. 언젠가 너의 100%를 모두 받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분명히 나타날 테니까!" 


J랑 자주 연락을 하지는 않지만, 또 이 댕댕이가 어디서 상처를 받고 있지는 않을지 혼자 종종 걱정을 하고는 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집에 있는 여러 살림살이들을 친구들한테 나눠 주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아끼던 테니스 채는 J에게 주었다. J는 나를 만날 때면 항상 이것저것 작은 선물들을 주고는 했었는데, 뭔가 J에게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을 주고 가고 싶었다.


"J! 제 라켓으로 테니스 잘 치고 있어요?"

"아, 최근에 발목을 다쳐서 일단은 쉬고 있지만, 곧 다시 칠게요!"



커버 사진: Photo by Andrew Schultz on Unsplash

본문 사진: Generated by Mid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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