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의 가을 2024. 10.25.금.저녁7시>
'내일은 다시 헤메이지 않으리 바람 속의 .....'
삶의 희망도 이유도 없었던 고등학생 1학년 때 위로인 줄도 모르고 알게 된 노래가 있습니다.
목소리로만 노래를 들었고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재생된 곡들이 무수한 시간 뇌리에 박혔습니다.
그 후 마음의 틈만 생기면 흘러나오곤 했지요.
20년이 지나 2008년 혹은 2009년에 잠원동 성당에 김정식 로제 님이 오셨습니다.
그때 직접 만나 노래를 듣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지나온 시간 노래로 받은 고마움에 남은 음반을 박스로 전부 사서 한동안 선물로 썼습니다.
그 후 또 1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페이스북 친구 추천으로 김정식 로제 님과 친구가 되었고,
2022년 3월 18일 오후 3시 임성미 선생님 '영혼을 돌보는 독서' 강의 시간에 노래 손님으로 와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잘 사는 삶'은 '혼을 돌보는 삶'이라고 하였습니다. 혼을 돌보는 일조차 내 의지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존재의 바람 같은 숨결.
생각해 보니 책과 자연이 나를 지켜준 팔 할이라 생각했는데 김정식 로제 님의 노래처럼 영혼을 돌봐줬던 노래들을 의식에서 놓쳤습니다. 목소리 자체로 그분께서 보내신 위로이고 치유였겠지요.
'내가 좋아하는 것.. 갓 피어난 보리꽃 논두렁을 수놓은 자운영 꽃무리 아침이슬 머금은 작은 제비꽃 골짜기를 흐르는 작은 시냇물 해지는 서산마루 비껴가는 저녁노을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발자국'
이 노래가 일상의 나를 위로해 줬습니다.
그 후로 몇 번 더 혁신파크의 참여동 목련나무 아래에서, 한평책빵 앞마당에서 두 차례 노래로 함께 해주신 시간에 그 누구보다 제가 위로를 받곤 했습니다.
자신의 그릇이 놓이는 자리와 크기는 다르지만 어떻든 유독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력을 쌓아가고 노력하며 열심히 살수록 더 역경 밀려드는 힘겨운 사람들.
온 힘을 불살라 일해 보겠다고 외쳤던 마음이 좌절된 사람은 도대체 지금 어떤 마음일까요?
2024년 10월 25일 저녁 7시 나해철 시인의 북콘서트 <시와 노래가 있는 가을밤>
김정식 로제님이 함께 해주십니다. 로제님께 저와 같은 영향을 받은 송봉섭 테너도 함께!
2024 한평의 가을, 마음속에 시와 노래가 흘러가는 그 시간.
문학이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너야
불행은 힘이 세다
누구와 싸움이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
불행은 마치 악마와 같은 능력으로 달라붙는다
혼자 오지도 않는다
대부분 다른 불행을 데리고 온다
너야
불행에게 싸움을 걸지 마라
다만 견디고 견디어내라
불행이 제풀에 지쳐서 사라질 때까지
불행이 허공에 발을 디뎌 뚝 떨어져 사라질 때까지
견디어내라
불행과 큰소리 내며 싸우지 말라
불행은 끈질긴 손님과 같으니
어느 날 스스로 물러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라
견디고 기다리는 것이
불행을 이기는 방법이다"
34 <아홉 번째 전쟁> 나해철 시집 『물방울에서 신시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