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넥스트 도어> 영화를 본 후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영화는 잔잔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풍경이
꼭 이러길 바라는 내 마음을 대신한 영화인 것처럼
인간의 몸이 고통으로 신음할 때
그 무력함과 정신의 쇠퇴와 신음을
겪어본 이번 한 해였기에
내 몸이 고통에 신음한다면
정신으로 살아내려 그다지 애쓰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의 몸을 위해 정신도 봉사하고
정신을 위해 몸도 상호적으로 협조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더 몸에 우선한다.
인간의 몸이 최우선의 가치가 되면 좋겠다.
왜냐하면 몸이야말로 인간성의 기반이고 정신은
몸이 건강하면 따라왔던 내 생의 경험 때문이다.
영화는 질문을 한다.
왜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죽음이 이렇게 불편해야 하냐고.
컴퓨터 뒤에서 어둡게 알약을 사야 하는 것보다
이제 더 인간의 존엄이 확장되는 세계가 열려야 하지 않을까
빨간색 루즈를 입술에 바르고
노란 투피스를 입고
야외 베드체어에 누워 있는 옆탁자에
물컵이 놓여있었다.
숲은 아직 울창한 계절이었고
그곳에 나무벤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둘은 그곳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과거로 흘렀다.
산 자와 죽은 자 위에 똑같이 눈이 내릴
겨울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