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 시집을 읽고
시를 참 좋아했었다.
내가 소녀였을 때
나의 세상은 마음 급한 일들이 많았다.
발걸음은 빨라지고
말은 더 빨랐고.
오랫동안 시를 읽지 못했다.
어느 해 여름 두세 권의 시집을 읽은 후
요즘 시를 읽게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다.
읽어서 좋고
읽어야 하고
읽으니 번지는
생의 환희.
<어처구니의 행방>으로
아름다운 새벽이다.
이 시는 오늘 내게 오려고
어제 꿈을 꾸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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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 좋은 이가 알아보았다
깎고 다듬어 자리를 정해주었다
무거운 어깨가 힘들지 않았다
쳇바퀴를 돌리면서 세상을 돌린다 생각했다
많은 사람의 손을 잡았다
빛이 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 여기저기 팔려 다녔다
고된 노동으로 몸피가 줄자 붕대를 감았다
찾는 곳이 많아졌다
장독대에서 노숙을 하다 알게 되었다
동료들이 모두 사라지고 혼자였다
처음으로 본 별빛이, 유난히 밝다고 느끼던 날
앓던 이처럼 어처구니는 빠져나왔다
어처구니가 없어졌지만 아무도 찾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은 어처구니없어 돌다리를 딛고 다닌다
어처구니없는 곳에 풀씨가 날아들고
가끔 꽃이 피기도 한다
다 어처구니없이 생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