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전동성당에서의 묵상
8월, 전주에 일이 있어 내려갔습니다. 저는 삶과 생 사이사이 고요한 시간을 원합니다. 메어있는 곳이 없으니 이런 조율이 가능해졌고 전주에서는 전동성당이 그런 자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도착한 날도, 그다음 날 아침도 성당 안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첫날 기도를 마치고 성당 주변을 걸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정수리를 아프게 쏘았고, 저는 양산을 쓰고 걸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은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빛나던 하얀 피에타상이었습니다. 제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울림을 주었습니다. 태양과 조각상이 만들어내는 빛의 조화가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바퀴를 돌다가 피에타상의 빛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습니다.
돌아가서 사진을 찍으려 할 때, 몇 사람이 피에타상 앞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제게 관심을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제일 좋을 때 찍네요.” 로만칼라를 보고 신부님임을 알았습니다. 옆에는 수녀님들과 성당 관계자들이 있었고 작업자와 함께 피에타상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한마디 인사를 했지만, 왠지 그 한마디는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한마디로 시작된 묵상 속에서 마음속에 담긴 좋은 말을 표현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관심이 되고, 위로가 되고, 믿음을 일깨우는 은총이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짧은 한 마디 말이 그날 전주에 온 진짜 이유인 것만 같았습니다.
나의 고통 속에서, 다른 이의 고통을 생각합니다. 내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생각이 나를 놀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내 고통을 의연하게 받아들임과 동시에 타인의 아픔을 보는 것이 어리석지 않다는 것을, 함께 살아가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제야 생각하니, 전주에서 가장 빛났던 기억은 바로 그 뜨거운 태양 아래, 피에타상 앞에서 들은 한마디와 그 말이 열어 준 묵상의 시간이었습니다.